우리·국민·신한·하나銀, 건전성 ‘빨간불’ 켜져
국민銀, 3분기 부실채권비율 2% 넘길 듯
하나銀, BIS비율 석달간 0.25%P↓
경기침체 여파···기업여신 신규부실·위험가중자산 모두 급증
우리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 등 4대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즉 부실채권 규모가 올해 상반기에만 7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월말까지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6조8000억원이 신규로 발생했다. 반년 사이에 이미 지난 한 해 전체 부실채권액을 5000억원 초과했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전체규모는 6조3000억원이었다.
이 때문에 4대 시중은행의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오는 12월 1일부터는 국내은행에 대해 강화된 자본규제인 ‘바젤Ⅲ’ 도입이 예정돼 있어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대 시중은행 부실채권 13조1천억···전체 52.6% 차지
1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올해 1분기 전분기 대비 3조5000억원 증가한 데 이어 2분기에도 3조3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지난 6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총여신은 675조5000억원으로 18개 국내은행 전체 총여신(1438조9000억원)의 47%를 차지했다. 하지만 4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13조1000억원으로 국내은행 전체 부실채권(24조9000억원)의 52.6%를 차지해 절반을 넘겼다.
4대 은행의 부실채권비율도 1.94%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인 1.73%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석 달 전에 비해 0.46%포인트 올라 같은 기간 0.27%포인트 상승한 국내은행과 비교했을 때 상승폭이 컸다.
특히 우리은행의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지난 6월말 현재 우리은행의 부실채권은 5조10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무려 1조6000억원의 부실채권이 추가로 생겼다. 이는 하나은행의 전체 부실채권 규모(1조6000억원)와 맞먹는다.
우리은행의 부실채권비율 역시 2.90%로 시중은행은 물론 국내은행 전체에서도 자본건전성이 가장 나빴다. 18개 국내은행 가운데 부실채권비율이 2%를 넘는 은행은 우리은행·제주은행·산업은행·농협은행·수협은행의 5곳뿐이다.
제주은행은 지방은행이고 산은과 농협, 수협의 경우에는 특수은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시중은행 중 부실채권비율이 2%를 넘는 은행은 우리은행이 유일했다. 3분기에는 우리은행 부실채권비율이 3%대로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에도 부실채권비율 1.92%로 2%에 근접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지난해 말 1.36%에서 올해 1분기 1.55%로 0.19%포인트 상승했다. 이후 2분기 1.92%를 기록하면서 전기 대비 0.37%포인트 또 다시 올랐다.
국민은행도 올해 들어 갈수록 부실채권비율의 상승폭이 커지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3분기에는 2%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권창우 건전경영팀장은 “최근 국내은행의 수익성 악화 기조와 올해 말 바젤Ⅲ 자본규제 시행 등에 따라 향후 BIS자기자본비율(바젤Ⅱ)의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팀장은 이어 “은행별 충분한 자본 확충과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통해 자본적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적극 지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경기침체 직격탄···기업대출 부실 심화
조선업과 해운업의 잠재부실이 현실화하면서 우리·국민·신한·하나은행의 4대 시중은행이 ‘직격탄’을 맞았다. 경기침체의 본격화로 기업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돈을 제 때에 갚지 못하면서 기업여신이 급격히 부실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준 돈을 떼이면서 은행의 자본건전성도 덩달아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하나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은 올해 1분기 13.81%에서 2분기 13.56%로 0.25%포인트 하락했다.
2분기 기업여신의 신규부실은 전기(4조2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9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2분기 중 발생한 신규부실의 87.6%에 이르는 규모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2.22%)은 전기(1.79%) 대비 0.4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경기민감업종인 조선업의 부실채권비율이 1.83%에서 6.86%로 급증했고, 해운업도 1.65%에서 6.59%로 직전 분기 말과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금감원은 현재 경기민감업종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위험가중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지난해 6월말 이후 상승세를 타던 국내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도 올해 들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은행 유상대 국제국장은 “과거 대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던 조흥은행과 상업은행, 제일은행이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대출을 해준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로 부실채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갑자기 늘면서 이들 은행들도 도산한 대기업들과 함께 쓰러졌다”고 상기했다.
유 국장은 “현재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는 하나, 우리나라의 금리는 제로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미국·일본·유로존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금리가 높은 나라에 속한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금리가 높은 국내은행에서 돈을 빌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용등급이 높은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대기업 입장에서는 제로금리 정책으로 금리가 낮은 국가에서 외화차입금을 빌려 쓰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유 국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 국내은행들도 대기업대출에 집중하기보다는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비중 있게 취급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금융산업의 발전을 생각해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

뉴스웨이 박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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