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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로 본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역학구도

[포커스]힐스테이트로 본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역학구도

등록 2015.07.09 10:48

수정 2015.07.10 10:13

김성배

  기자

현대차그룹 “현대엔지니어링 가치 높여라” 특명?힐스테이트 브랜드 사용·그룹 공사물량 전폭 지원정의선 부회장 후계구도 핵심기업 힘쏠리는 건 당연

현대건설은 최근 서울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수주전에서 힐스테이트가 아닌 새 프리미엄 브랜드 ‘디 에이치(THE H)’를 적용하고 또다른 브랜드 론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브랜드 공유 이후 건설업계 맡형답지 않은 어정쩡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대차그룹의 주력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이유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간 힘의 역학구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현대엔지 브랜드 수수료율 놓고 집안싸움 =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같은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다. 한지붕 식구라는 얘기다. 게다가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의 자회사다. 때문에 이들 회사는 연결재무제표를 사용한다. 매출과 수익 등 경영실적을 합산해서 공시하고 발표한다. 때문에 지난해 9월부터 함께 사용하고 있는 힐스테이트 브랜드 수수료가 얼마로 결정되든 큰 의미가 없다. 현금으로 브랜드 수수료를 주고 받지만 같은 주머니를 차고 있기 때문에 도긴개긴이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브랜드 수수료율을 놓고 8개월이상 협상을 끌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더 수수료를 챙기려는 현대건설과 깎으려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싸움을 벌였다는 의미다. 건설·부동산업계 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 건설사는 최근에야 브랜드 사용료율을 매출액 대비 0.3%대에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브랜드를 함께 사용한지 8개월 이상 지난 시점에 겨우 접점을 찾은 것으로 그만큼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힐스테이트 사용료를 둘러싸고 집안싸움을 벌였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불어 현대엔지니어링이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사용한 이후 분양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실제로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에 엠코타운이 아닌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앞세워 분양시장에 뛰어든(2014년 9월) 이후 지난 2월까지 힐스테이트 광교 등 총 6개 사업 장 3538가구 중 5개 사업장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이 공을들여 관리해온 힐스테이트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 새 프리미엄 브랜드 고민중···힐스테이트 한계봉착? = 반면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보다 상위개념의 새 프리미엄 브랜드를 검토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실제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유하고 사용료율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삼호가든 3차 재건축 아파트에 적용할 ‘디 에이치’ 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시장에 내놨다. 이것도 모자라 또다른 프리미엄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고급주택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는 시각과 브랜드 전략에 혼선을 빚고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이렇다보니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대엔니지어링과 공유하고 있는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현대엔지니어링에 넘기고 브랜드를 교체할 가능성도 있다는 애기마저 나돌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 승계구도 핵심회사 현대엔지니어링 = 이같은 결과로 일각에서는 현대건설이 현대엔지니어링에 휘둘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동생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오히려 갑질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를 완성하기 위해선 없어서는 안될 핵심회사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높아지거나 성장할수록 정 부회장이 가진 지분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로, 상장을 통해 현금실탄을 확보하거나 현대건설이나 현대모비스와의 합병 등을 통해 다각도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대차그룹 내 공사의 경우도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이 더 많이 수주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엔지니어링의 매출 5조2834억원 중 20.2%인 1조682억원이 현대차, 현대제철,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그룹 공사다.

반면 현대건설은 그룹 공사 비중이 1704억원으로 매출의 0.6%에 불과했다. 구체적으로 현대차(713억원), 현대제철(482억원), 현대모비스(102억원), 현대서산농장(53억원)이 주요 매출이다. 기아차 등 나머지 계열사와 거래는 대부분 1억원을 밑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현대건설보다 현대엔지니어링을 밀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 후계구도의 순조로운 완성을 위해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가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그룹 전체로 보면 후계구도 이슈가 더 중요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나 현대건설과의 합병설 등도 모두 이런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같은 그룹 계열사이긴 하나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법인이 다른 만큼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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