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채권단 “김준기 회장에 우선매수권 부여할 수 없다”

산업은행 등 동부제철 채권단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에게 향후 우선매수권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재출연 등 추가적인 희생이 없으면 경영권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산업은행은 23일 대출금 상환 유예, 차등감자 등의 내용을 담은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안건을 부의하고 30일까지 다른 채권단의 의견을 받기로 했다. 경영정상화 안건은 채권단 전원이 동의해야 진행될 수 있다.

경영정상화 방안이 기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대주주에 대한 100대 1의 무상감자와 53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이행된다. 동부제철 지분 4.04%를 갖고 있는 김 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잃게 되는 셈이다.

산은은 이날 그동안 동부그룹의 불만과 요구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선 출자전환 등으로 동부제철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매각시 기존 경영진에게 우선매수권을 주지 않을 계획이다.

산은 관계자는 “김 회장은 대표이사 겸 회장으로서 부실화의 주된 요인인 열연공장 신설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이번 채권단의 막대한 희생하에 진행되는 경영정상화 방안에 전혀 참여할 의사가 없음이 확인됐다”며 “현시점에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경영정상화 추진과정에서 김 회장의 추가적인 희생 및 노력이 인정될 경우 채권단 협의를 통해 우선매수권 부여문제를 논의할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경영권이란 지분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인 바 기존 주식가치를 고려할 때(완전자본잠식) 김 회장의 경영권은 사실상 소멸된 상태”라며 “기존 경영진의 수주력 및 기술력이 향후 영업성과를 좌우하는 조선업 또는 IT산업과 달리 제철업은 장치산업이어서 기존 경영진의 경영 유지가 회사 정상화의 핵심 요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열연공장의 가치를 청산가치로 평가한 것은 부당하다는 동부그룹의 주장에 대해 “가동이 중단될 생산시설에 대해 영업가치가 아닌 청산가치로 재평가하는 것은 회계의 일반 원칙”이라고 전했다.

이나영 기자 l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