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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편 총 제작비만 600억, 한국영화 ‘빅4’ 숨은 열전

[포커스]네 편 총 제작비만 600억, 한국영화 ‘빅4’ 숨은 열전

등록 2014.08.02 08:01

수정 2014.08.02 08:08

김재범

  기자

누가 앞설지 누가 뒤쳐질지 가늠조차 불가능했다. 시기적으로도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기에 예측조차 불가능했다. 장르적는 ‘3+1’에 해당해 약간은 가늠할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모두 열리고 나선 더욱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극장에 하나씩 걸렸다. 먼저 ‘군도: 민란의 시대’가 지난 23일 개봉해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55만)를 기록했다. 개봉 일주일 만인 지난 달 30일 38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군도’가 치고 나왔다. 그리고 같은 날 ‘명량’이 개봉했다. ‘군도’의 기록을 가볍게 넘어섰다. 개봉 이틀 만에 140만을 끌어 모았다. 여름 흥행 시장 ‘빅4 대전’ 전반전이 끝났다. ‘군도’가 첫 판을 따낸 가운데 ‘명량’ 뒤집기 한판승을 거뒀다. 여기에 ‘해적’과 ‘해무’가 출전 준비를 위해 워밍업 중이다. 후반전이 뜨거울 전망이다.

네 편 총 제작비만 600억, 한국영화 ‘빅4’ 숨은 열전 기사의 사진

◆ 완벽한 색깔 분류, ‘1+1+1+1’

특이하게도 한국영화 ‘빅4’ 가운데 세 작품이 바다가 배경이다. 제일 먼저 개봉한 ‘군도’만 땅에서 벌어지는 얘기를 그린다. 배우 보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이른바 ‘멀티 캐스팅’의 화려함도 ‘군도’가 가장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영화적 배경은 조선 철종 13년, 백성들의 착취가 극에 달한 실제 시점이다. 의적 무리 ‘추설’과 백성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악의 축’ 조윤의 대결이 스토리 뼈대다. ‘윤종빈-하정우’란 걸출한 ‘영화적 콤비’가 만들어 내는 앙상블, 여기에 ‘꽃보다 남자’로 불리는 강동원의 ‘아름다운 악역’은 영화적 재미의 정점을 찍는다. 조선판 ‘놈놈놈’으로 불리는 ‘활극’ 톤 자체도 강점이다.

‘군도’ 투자 배급사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군도’는 일반 사극의 역사적 관점이 아닌 활극이란 장르적 장치로 과거를 보는 내용이다”면서 “재미와 드라마적인 요소의 균형을 잘 잡은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현재 극장가 최강자는 ‘명량’이다. ‘군도’ 천하를 단 일주일 만에 끌어내린 ‘명량’은 이순신 장군이 1597년 정유재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 대함대를 격파한 ‘명량대첩’을 그린 작품이다. 역사적 실존 인물인 이순신 장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일대기 형식이 아닌 ‘명량대첩’ 며칠 전부터 시작된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고뇌, 그리고 전쟁 자체의 스펙터클에 초점을 맞췄다. 30대 중반부터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의외로 10대 관객들에 대한 인기도 높다.

‘명량’을 홍보하는 퍼스트룩 강효미 실장은 “보통 10대 관객의 경우 예매율에서 10% 내외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면서 “이번 ‘명량’의 경우 예매사이트에서 10대 관객 비율이 9% 내외로 나오고 있다. 그리고 20대 30대 40대 이상 역시 모두 고른 분포를 보인다”고 전했다. 강 실장은 “20대 이상은 기존 정보 안에서 이순신 장군의 얘기를 보면서 만족감을 드러낸다면, 이순신 장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10대 관객들은 새로운 팩트로 영화 스토리를 받아들이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앞선 두 작품에 비해 6일 개봉하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완벽하게 ‘엔터테인먼트’에 방점을 찍는다. 앞선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해적’ 역시 역사적인 팩트인 조선 건국 당시 국새가 없이 지난 10여년의 시간에 주목한다. 명나라로부터 국새를 받아오던 사신이 바다에서 국새를 잃어버리고 그 국새를 귀신고래가 먹었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장르적으로 국내에서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어드벤처’란 점에서 보는 재미는 가장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또한 ‘해적’이란 새로운 코드도 등장해 흥미롭다. 할리우드의 대표적 해적물 ‘캐리비안 해적’을 떠올릴 법하다. 실사에 가깝게 완성도를 높인 ‘고래’의 위용도 눈길을 끈다. ‘해적’ 손예진의 액션과 ‘산적’ 김남길의 코믹 연기 조화가 압권이다.

‘해적’ 투자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임성규 과장은 “완벽한 오락 영화라는 점에 주목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액션과 웃음까지 담은 가족영화다. 올해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다. 재미적인 면에서 한국영화의 수준을 높였다고 자부한다”고 소개했다.

반면 앞선 세 편의 영화와 달리 ‘해무’는 차별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다. 우선 사극 대작 세 편이 경쟁하는 구도 속에 유일하게 현대극이란 장점이 있다. 또한 실제 바다에서 촬영한 리얼리티가 극 전체 완성도를 높인다. CG 의존도가 높아진 최근 한국영화 제작 현장에서 ‘해무’는 거의 시도되지 않은 ‘리얼 바다’ 영화다. 또한 유일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란 점에서도 눈에 띈다. 여름 흥행 시장에서 드러나는 약점을 안고 출발하지만 오히려 이 것이 장점으로 두드러질 수도 있다.

영화는 동명의 연극을 원작으로 2001년 실제 있었던 제7호 태창호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좁은 배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인간성이 어디까지 떨어지는지에 대한 사실적인 연출이 강점이다. 봉준호 감독이 첫 기획을 맡았고, ‘살인의 추억’ 각본을 담당한 심성보 감독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김윤석 문성근 김상호 유승목 이희준 등 연극 출신 배우들의 탄탄함과 박유천 한예리의 조화가 균형을 맞춘다. 성인관객들의 집중도가 높을 것이란 평도 많다.

‘해무’ 홍보를 대행하는 흥미진진 측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쌍끌이 흥행 속에 ‘숨바꼭질’이 의외의 선전으로 박스오피스 1위를 장식했다”면서 “장르적 차별성에서 분명 강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감독 파워’ 새로운 흥행 코드로 자리할까

사실 영화는 ‘감독 놀음’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연출이 8할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중견 배우는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도 “아무리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라도 배우는 전달자일 뿐이다. 얘기의 방향과 색깔을 정하는 것은 감독이다”고 정의한 바 있다. 올 여름 시즌 개봉하는 ‘빅4’ 각각의 감독들을 살펴보면 흥행 가늠자가 예측이 될 수도 있다.

먼저 ‘군도’는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로 3연타석 안타와 홈런을 치 윤종빈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 세 편에서 함께한 하정우가 이번에도 함께 한다. 윤 감독은 충무로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신세계 스타 감독이다. 한 중견 감독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스토리의 힘은 윤 감독이 과연 30대가 맞나 할 정도로 힘이 넘친다”고 평할 정도다. 문제는 이번 영화가 그의 전작과는 다른 완벽한 상업적 코드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호불호가 나뉘는 것도 있다. 개봉 후 흥행 질주 중이지만 온라인 평에서 완벽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여기서 나온다.

‘명량’은 ‘최종병기 활’로 사극과 그리고 ‘무기 액션’에 대한 신통한 해석력을 선보인 김한민 감독의 대작이란 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 감독은 전작에서 ‘활’이 갖는 강력한 ‘장력’을 박해일-류승룡 두 배우의 강력한 감정적 텐션(긴장감)으로 연결시키는 연출력을 선보이며 750만에 가까운 관객을 매료시켰다. 다만 ‘명량’은 최민식이란 ‘연기적 화신’의 원맨쇼란 점에서 전작 ‘최종병기 활’과는 다른 느낌이다. 당겨진 활시위에 더해진 활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그 긴장감이 ‘명량’에선 다소 느끼기가 어렵다. 순간의 집중력 뒤 폭발하는 61분의 해상 전투 화력 시위가 관객들을 윽박지르는 느낌이다. 전작과 이번 ‘명량’의 묘하면서도 다른 합일점이다.

‘해적’을 만든 이석훈 감독은 앞선 두 감독에 비해 인지도 면에선 떨어진다. 하지만 이 감독은 충무로가 인정하는 코미디 연출의 대가다. 그의 전작 ‘댄싱퀸’만 봐도 알 수 있다. ‘해적’에는 ‘애드리브’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달인들이 여럿 출연한다. 실제 이들은 초반 이 감독의 연출 스타일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지만 과함을 배제한 이 감독의 코미디 감각에 나중에는 이구동성으로 탄성을 자아냈단다. 여기에 가족 오락 영화란 점이 더해졌다. 이석훈 감독의 코미디 감각이 날개를 단 격이다. 하지만 그의 코미디 감각이 어느 관객층까지 아우를지가 의문이다.

유일한 현대극, 그리고 유일한 19금 영화인 ‘해무’는 ‘살인의 추억’ 각본을 담당한 심성보 감독이 첫 상업 데뷔작이란 점에서 더욱 약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기획자가 봉준호 감독이라면 얘기는 완벽하게 달라진다. 국내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감독 이름만으로 대중들의 표심을 잡을 사람은 봉준호가 유일하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이름값은 압도적이다. 영화 역시 그의 냄새가 강하다. 물론 그의 역할은 기획 겸 제작자다. 그러나 심성보 감독의 그의 오랜 영화적 동지란 점에서 봉준호의 아우라는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점이 약점이다. 영화의 정체성이 혼동되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해무’의 감독은 심성보다.

네 편 총 제작비만 600억, 한국영화 ‘빅4’ 숨은 열전 기사의 사진

◆ 절대 놓치지 말길 ‘이 장면’

‘군도’는 사극이란 장르가 가질 수 있는 액션의 정점인 ‘칼’의 맛이 뛰어나다. 그 정점을 찍는 주인공은 하정우와 강동원의 멋들어진 조합이다. 하정우는 극중 쇠백정이란 캐릭터에 걸맞게 둔탁하고 짧은 쌍검을 휘두른다. 반면 악역 강동원은 ‘조선 최고의 검’이란 수식어 답게 긴 장검을 휘두른다. 전작 ‘형사’에서 선보인 액션이 ‘춤’이었다면 이번에는 진짜 ‘액션’에 가깝다. 영화 중반 쯤 ‘부채’를 들고 휘두르는 강동원의 액션 시퀀스는 여성 관객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길 바란다. 강동원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명량’은 러닝타임의 절반에 해당하는 61분이 ‘명량’ 앞바다 울돌목에서 벌어지는 전투 장면이다. ‘충파’ ‘일자진’ ‘백병전’ 등 당시 전략적 전술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재현된다. 조선 수군 판옥선 밑바닥에서 노를 젓는 백성들과 갑판 위 병사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전쟁 영화의 그것들이다. 판옥선과 일본의 군함 ‘아타케부네’ ‘세키부네’가 충돌하는 ‘충파’의 격돌은 ‘명량’에선 선보인 실제 전술의 극치다. 이 모든 게 실제 바다에서 배를 띄우고 촬영됐다. 영화 타이틀(제목)이 뜨고 그 배경으로 사용된 회오리치는 물살은 실제 ‘울돌목’ 물살이다.

‘해적’은 시각적 화려함에서 가장 뛰어나다. 앞선 두 작품 가운데 CG비율이 가장 높다. 조선 건국 초기 국제항이던 벽란도의 화려함과 영화 속 또 다른 주인공인 ‘귀신고래’의 모습은 실사를 의심케 할 정도다. ‘해적’이 주인공이다 보니 바다 한 가운데 해적선끼리 벌이는 전투 장면도 많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이 CG다.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다. 재미있는 점은 벽란도 시장에서 스치듯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동물이 하나 등장한다. 얼마 전 한국영화 사상 야구하는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가 있었다. 그 주인공이 ‘특별출연’ 형식으로 등장한다. 잘 찾아보기 바란다.

‘해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바다에서 촬영했고 바다에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일부 장면을 제외하면 거제도 통영 부산 여수 앞바다 한가운데서 촬영됐다. 전체 분량 가운데 70% 정도가 실제 바다에서 이뤄진 장면들이다. ‘해무’의 진짜 주인공은 영화적 배경인 좁은 안강망 어선 ‘전진호’다. 외경은 실제 바다 한 가운데 떠 있는 안강망에서 찍었지만 배안 좁은 공간은 미술팀이 만들어 낸 세트다. 너무나 실제 하는 공간 같아서 눈이 혼란스러울 정도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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