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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호 감독 “‘몬스터’ 같은 선상 있는 완전한 선과 악의 얘기”

[인터뷰] 황인호 감독 “‘몬스터’ 같은 선상 있는 완전한 선과 악의 얘기”

등록 2014.03.24 16:14

수정 2014.03.24 20:3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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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황인호 감독은 “괴작이던 졸작이던 판단은 내 몫이 아니다”며 대중들이 모는 ‘몬스터’를 전했다. 그는 “이것도 맞고 저 것도 맞다”며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침착한 모습과 달리 영화 ‘몬스터’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배우 이민기의 파격적인 살인마 연기, 전작 ‘은교’를 통해 전라 노출까지 불사하며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의 조화. ‘살인마 vs 미친년’이란 도발적인 카피. 여기에 ‘오싹한 연애’를 만든 황인호 감독의 신작이란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호볼호가 갈렸다. 개봉 뒤 이 갈림은 더욱 극명하게 나뉘어졌다. 욕설에 가까운 혹평도 쏟아졌다. 반면 ‘신선함’ ‘독특함’ ‘장르 파괴의 실험’이란 칭찬도 나왔다. 지난 13일 개봉 후 24일(영진위 기준) 누적 관객 수 49만 명을 동원중이다. 예상외로 저조하다. 영화 ‘몬스터’가 낯선 것일까. 아니면 관객들이 받아들이기엔 아직 일까. 황 감독도 만나 얘기를 나눴다.

‘몬스터’의 호불호가 먼저 떠올랐다. 개인적으론 상당히 호에 가까웠다. 새로운 시도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대중영화다’다. 대중들에겐 이질감 혹은 배신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아니 그렇게 느끼는 듯 했다. 우선 결과가 그렇다. 규정되지 않은 장르가 첫 번째 이유다.

“전작 ‘오싹한 연애’는 최소한의 장르적 틀을 지키려 한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그것 조차도 깨려고 노력했죠. 사실 내가 장르에 갇힌 얘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장르 파괴를 의도했다? 난 한 번도 그런 적은 없어요. 그게 의도가 되면 절대 안되죠.(웃음).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잖아요. ‘몬스터’에서도 태수를 따라가다 보면 스릴러가 되고, 복순을 따라가다 보면 코믹스러움도 느낄 수 있고. 삶 자체가 그렇잖아요. 그냥 ‘장르’ 틀 안에 넣어서 우리가 아는 장르가 된 거지.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황 감독은 전작 ‘오싹한 연애’ 이전에도 두 장르가 겹쳐진 일종의 복합장르를 즐겨했다. 데뷔작 이전에는 충무로의 내로라하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시실리2km’ ‘두 얼굴의 여친’ ‘도마뱀’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에게 장르는 틀이 아닌 이야기를 완성시키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사실 ‘몬스터’는 아주 심오한 영화다. 미혼모, 입양, 아동 학대, 성폭력, 철거,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등 우리 사회의 병폐가 집약된 결과물이다.

“그렇게 되나?(웃음), 그 모든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데 그렇게 봐주는 시각도 있다는 걸 지금 알게 됐네요. 새롭네요. 뭐 장르는 한 가지 감정으로 일관되야 하는 룰이 있죠. ‘몬스터’ 속 주인공과 안타고니스트의 대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둘 사이 가정의 텐션, 아마도 장르를 말하는 분들은 그 텐션을 즐기러 오는 것일 테고, ‘몬스터’는 인물 개개인의 감정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각각의 캐릭터가 먼저 감정을 갖게 된 뒤 두 인물의 부딪침이 만들어 낸 텐션을 그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면 난 잘 할 줄도 몰라요.(웃음)”

결국 그의 말은 언론시사회 당시 밝힌 “장르보단 캐릭터가 먼저였다”는 말과 같았다. 주인공 이민기가 맡은 ‘태수’, 김고은이 맡은 ‘복순’이란 인물 자체의 특별함이 더욱 도드라지는 영화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태수는 사이코패스 혹은 괴물, 복순은 지적장애인이다.

“사실 원안 내용은 이 얘기가 아니에요. 태수와 70대 할머니 얘기인데, 기획 단계에서 논의가 있었죠. 할머니로 갈 경우 마지막의 ‘폭발’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얘기가 많았죠. 결국 나이 대를 20대로 내렸죠. 두 인물은 표면적으론 극과 극의 인물이지만, 한 편으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순수하면서 가장 악한 인물. 최고의 악함은 최고의 선함도 맞닿아 있다는 말도 있잖아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황 감독은 한 참을 태수와 복순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괴물 같은 인간들의 대결을 그리는 게 목표였지만, 좀 더 드러내자면 완전무결한 순수한 인간을 말하고 싶었단다. 그것이 악이든 선이든. 결국 태수와 복순을 같은 선에 두고 시나리오를 수정했단다. 태수의 악함도 복순의 순수함도 해석하기에 따라선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제다.

“태수는 그냥 숲속에 살고 있는 괴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냥 사람 잡아 먹는 용정도? 그래서 집도 숲속 외딴 곳에 만들어 놨고. 복순이 동생을 죽일 때도 교살(목을 졸라 죽이는)을 선택했어요. 반면 복순이는 처음에는 동생에 대한 복수로 시작하지만 차츰 복수가 우선이 되지는 않아요. 그냥 힘들도 지치고 투정 부리고, 그러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나리’를 죽은 동생 대신으로 받아들이고. 그 이후에는 복수는 사라지죠. 좀 이상하잖아요. 그냥 둘 다 괴물이면서 인간인 그런 캐릭터에요.”

설명을 듣고 보니 복순의 복수극이 아닌 복순의 가족 만들기 대작전 같은 느낌이다. 황 감독은 “비슷하다”며 맞장구를 쳤다. 태수를 기점으로 봐도 ‘몬스터’는 그렇단다. 숲속에 사는 괴물이지만 태수 역시 사실은 가족을 갈망하고 인간적인 부분을 조금은 갖고 있는 인물이었다고.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나리를 처음보는 장면에서 ‘엄마는?’이라고 묻는 장면이 있어요. 엄마가 있는 애인지 아니면 없는 애인지를 묻는 거잖아요. 그냥 ‘너도 나 같은 애구나’란 생각을 했을지 모르죠. 그래서 그 자리에서 죽이지는 안아요. 한 번의 기회를 주는 거죠. 글쎄요. 그냥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느낀다고 할까. 그 이상의 설명은 영화로 봐주세요.(웃음)”

태수와 복순의 비이성적인 부분이 난무하는 영화 ‘몬스터’는 두 인물의 괴물 같은 감정을 그린다. 하지만 사실 보고 나면 진짜 괴물은 따로 보인다. 극중 태수의 엄마 경자(김부선)와 형 익상(김뢰하)의 모습이다. 관계조차 의심스럽다. 감독은 “두 사람이 실제 모자 관계일까란 의심을 나도 해봤다”고 웃었다.

“영화를 본 뒤 두 사람의 캐스팅이나 영화 속에서 김부선 선배가 한 코믹스런 대사(김뢰하에게 모자 관계에 대해 묻는)는 실제 대본이 있던 것이에요. 우선 두 분을 캐스팅한 것은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경자-익상-태수, 이 세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힐 때의 괴물 같은 느낌이랄까. 엄마에게 아직도 여성성이 남아 있고, 아들에겐 남편인지 모를 듯한 남성성이 느껴지고, 태수는 그들과 동떨어진 또 다른 괴물. 그런 느낌을 통해 또 다른 괴물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죠.”

감독의 그로테스크한 느낌은 경자가 운영하는 족발집이란 공간과 어우러져 더욱 힘을 발했다. ‘몬스터’의 하이라이트인 ‘족발집’ 시퀀스는 무려 3박 4일 동안 촬영된 결과물이라고.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정말 피하고 싶다면 피하고 싶었죠. 그런데 엄마 경자가 운영하는 곳이 족발집이고, 족발집은 그냥 가장 서민적인 공간을 찾다 보니 생각난 곳이에요. 가족이 있는 공간에 태수가 무슨 무기를 가져갈 것이란 생각은 안했어요. 그래서 족발뼈를 생각했죠. ‘황해’에서도 썼죠.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게 진짜 무기가 되겠더라구요. 무슨 망치도 아니고. 하하하. 뭐 ‘황해’와 다른 점이라면 우린 돼지뼈라는 것 정도. 그리고 아마 당분간은 족발 근처가 안가게 됐다는 점 정도(웃음)”

황 감독은 영화 ‘몬스터’를 먹이사슬의 구조도라고 설명했다. 여러 얘기를 나눴지만 그는 마지막에 보다 자세한 구조를 통해 자신이 ‘몬스터’로서 하고 싶은 얘기를 마무리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재벌 총수가 수백억 원의 배임 행위를 저지르고, 그 연쇄 여파로 작은 회사들이 도산하고, 그러면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그 죽은 사람의 가정은 파괴되고. 하지만 이 모든 연결고리의 첫 번째였던 재벌 총수는 멀쩡히 자기 배 불리며 다시 잘 살게 되고. 부조리의 극치가 바로 우리 사회 속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어요. 어느 순간 ‘나만 아니면 돼’라는 말도 죄책감에서 멀어지고 있는 거에요. 그냥 너무 너그럽게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회 자체가 괴물이 되가는 거에요. 이런 부조리가 ‘몬스터’와 좀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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