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직후 김선영은 온라인에서 벼락스타가 됐다. 앞서 등장했던 ‘레드카펫 스타’들을 넘어서는 노출은 아니었다. 하지만 몸 전체를 상반신 거의 전부를 뒤덮은 타투는 현장을 가득 메운 영화팬들이나 사진기자들 모두에게 낯선 모습이었다. 아니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순간적으로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김선영’이 올라갔다. 그 당시를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 단다.
“내 평생 첫 레드카펫이었어요. 솔직히 저처럼 무명 배우가 내로라하는 톱스타 분들과 한 자리에 설 수 있다는 데 안 떨리면 거짓말이죠. 정말 여러 가지 준비를 하려고 고심을 거듭했죠. 노출보다는 어떤 임팩트를 주기 위해 여러 아이디어를 짜냈어요. 그게 ‘청룡’ 타투였죠.”
당시 그의 드레스를 담당한 디자이너, 소속사 관계자들과 함께 여러 아이템을 생각했고, ‘타투’를 떠올렸다. 그러다 김선영이 지나가는 말로 “청룡 영화제니깐 ‘청룡’을 그려볼까?”라고 무심결에 던진 말이 그렇게 화제를 모았다. 김선영은 “꼬박 6시간을 앉아 있었다. 진짜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김선영이 화제를 모았던 것은 ‘레드카펫’도 있었지만 그가 출연한 ‘화려한 외출’이 개봉 후 이른바 ‘터지면서’다. 이달 초 갑자기 포털사이트 상위권에 ‘김선영’이 올라왔다. 이후 그가 출연한 ‘화려한 외출’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 시작했다. 포털사이트가 온통 ‘김선영’에 대한 기사로 도배가 됐다.
“그때 중국에 있었어요. 작품이 없을 때는 모델 일도 하고 있어서 중국 쪽에서 화보 촬영을 하고 있었죠. 중국인 모델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때 갑자기 한 중국인 친구가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한국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는 거에요. 갑자기 저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어요. ‘내가 뭐 잘못했나’란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죠.”
그가 출연했던 ‘화려한 외출’의 스틸컷이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고, 단 번에 여주인공 김선영은 벼락스타가 됐다. 그의 노출 이미지가 공개되면서 ‘김선영은 누군가’ ‘김선영이 출연한 화려한 외출은 어떤 영화’ 등이 연이어 쏟아졌다. 그가 출연한 ‘화려한 외출’은 전 세계 성애 영화가 열풍을 분 1980년 대 초반 국내 개봉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실비아 크리스텔 주연의 ‘개인교수’를 표방한 ‘섹시 콘셉트’의 영화다. 당연히 강도 높은 노출신이 많았다. 김선영이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 거의 벗다시피 할 정도로 심한 노출이 대부분이었다고. 김선영에게 노출에 대한 부담감을 물었다. 여배우에게 왜 노출 부담감이 없었겠나.
“글쎄요. 노출? 전 노출도 연기라고 생각해요. 배우라면 몸으로 연기하는 것도 하나의 영역이라고 생각해서 크게 거부감이 없었어요. 더욱이 스토리 자체가 꽤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많았다고 생각했어요. 내 표정이나 말투 하나에 따라서 극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니 일종의 쾌감마저 느껴지더라구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정말 많겠다’란 생각이 들자 그냥 하겠다고 덤벼들었죠.”
김선영은 ‘노출’에 대한 질문 자체에 거부감이 없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노출’도 연기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그렇기에 당연하다고 말한다. 실제 노출이 심한 영화를 찍은 배우들에게 ‘고충’을 물어보면 뜻밖에도 노출 자체가 문제는 아니란다. ‘노출’ 촬영에 따른 엄청난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것.
“매번 듣는 말인데 남자 스태프들 앞에서 노출을 하면 부담이 없냐고 질문을 많이 받아요. 물론 부담이 되죠. 그런데 찍다 보면 남자 스태프들은 보이지도 않게 되요. 물론 그분들도 그렇구요. 단지 벗은 몸으로 연기를 할 때 순간적인 집중력을 요하다보니 매 장면을 찍을 때마다 온 몸에 힘이 들어가고, 찍고 나면 거의 쓰러질 정도가 돼요. 몇 번 탈진을 해서 병원에 실려 간 적도 있구요.”
‘화려한 외출’ 촬영 당시 ‘소원택시’란 영화도 함께 촬영 중이었단다. 한 쪽은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고, 다른 한 쪽도 주연급이다. 겹치기 출연에 노출이 심한 영화 촬영에서 오는 급격한 에너지 소모는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치게 만들었다. 때문에 가뜩이나 마른 체형의 몸매가 더욱 뼈만 앙상하게 남을 정도가 됐다고. 하지만 이내 김선영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제가 원래 마른 체형이긴 해요. 이런 말 하면 솔직히 악플이 쏟아질 것 같지만, 지금 몸매가 전혀 운동을 안한 몸매에요. 관리 같은 것도 전 전혀 안해요. 먹는 것도 그냥 편하게 다 먹고, 술도 즐기고 고기도 잘 먹고 그래요. 그런데 살이 잘 안쪄요. 뭐 나름대로 복 받은거라 생각해요.(웃음)”
망언에 속하는 발언이 민망했는지 이내 성형 고백으로 이어졌다. 얼굴이 남들 하는 만큼 했지만 몸매는 절대 자연산이라고 강조한다. 김선영은 “진짜 몸매는 자연산이에요”라며 부끄러운 듯 웃었다.
사실 김선영은 올해로 데뷔 10년이 넘은 중견 배우다. 지금은 시트콤의 전설이 된 MBC ‘세친구’에서 정웅인의 동료로 출연한 바 있다. 이후 닥치는 데로 여러 작품에서 조단역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꽤 탄탄한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여러 여배우들이 그랬듯 김선영도 ‘검은 손’의 유혹에 시달렸다고.
“스폰 제의를 받은 적이 많았어요. ‘내 말을 안 들으면 이 바닥에서 일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하는 분도 있었어요. 한 번은 현금이 가득 든 가방을 내 앞에 가져다 놓고 ‘애인’사이를 요구한 분도 있었죠. 당연히 전부 거절했고, 점점 이쪽 일에 실망해 한 때 다른 일을 한 적이 있었어요.”
결국 연예계를 떠나고 집 근처에서 네일샵을 열어 사장님으로 변신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속에서 꿈틀대는 ‘끼’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TV를 볼때마다 극장에 갈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고.
“사실 지금도 그렇고 그때도 마찬가지에요. ‘네일샵’을 했을 때가 수입은 더 좋았죠.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잖아요. 돈이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하고 싶은 일을 못하니 정말 속병이 날 것 같더라구요.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다시 돌아오게 됐죠.”
이후 오디션에 집중했다. 배역의 크고 작음은 김선영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루에 10여 차례에 가까운 오디션을 보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단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버티고 또 버텼다. 최근 영화 ‘화려한 외출’이 끝난 뒤 자신에게 들어온 시나리오만 7개에 달한다고. 물론 노출이 있는 것도 있고, 단역에 가까운 배역도 있으며 주연에 버금가는 역할도 있단다. 하지만 김선영은 자신에게 가장 맞는 역할이라면 노출이든 단역이던 엑스트라던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작은 바람이라면 ‘조금은 밝은 성격을 지닌 배역’을 해보고 싶다는 것.
“노출 연기를 했던 여배우들이 전부 ‘야할 것이다’는 선입견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의외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분들이 많아요. 저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요. 내 속에 있는 밝은 면을 보여 줄 수 있는 역할이라면 단 1초가 나오는 역할이라도 꼭 해보고 싶어요.”
여고 시절 국문학도를 꿈꾸던 김선영이 이제 충무로 최고의 ‘핫’스타로 떠올랐다. 2013년 하반기를 뜨겁게 달군 김선영이 2014년을 무엇으로 다시 붉게 물들일지 팬들의 관심이 쏠릴 법하다. 배우 김선영, 분명 주목할 만한 배우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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