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격제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시차·국제유가·수요 증가, 가격 '고착화' 구조정책과 시장 논리 충돌 속 가격 인상 압박 지속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8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다만 정부 차원의 유가 통제라는 전례 없는 조치에도 소비자 체감 유류 가격 부담이 높아지면서 '고유가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1일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평균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009.45원으로 하루 전보다 0.43원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2003.79원으로 0.54원 상승했다. 이번 주 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4차 석유 최고가격제 실시 첫날인 24일 이후 휘발유와 경유 모두 매일 1원 내외로 오르며 점진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유소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석유 도매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약 2주 단위로 국제유가 흐름을 반영해 상한선이 조정되고 있다. 3월 13일 당시 1차 최고가격은 보통 휘발유 1724원, 경유 1713원으로 시작했다. 이후 2주 뒤 모든 유종을 210원씩 올려 각각 1934원, 1923원이 됐다. 3차와 4차 최고가격은 모두 동결했다.
정유사 공급 가격 규제와 개별 주유소 판매가격의 '괴리'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이 제도를 통해 정유사의 공급 가격은 규제받고 있으나, 개별 주유소의 판매가격은 자율적으로 책정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권고하는 석유 가격 상한선이 2000원을 넘지 않았음에도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주유소 판매가격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이다.
더욱이 정책과 소비자 체감 사이의 '시차'가 존재한다. 정유사의 출고가격이 낮아지더라도 주유소가 기존 재고를 소진하기 전까지는 가격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반대로 국제유가 상승기에는 주유소들이 비용 상승 등 인상 요인을 미리 반영해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리는 경향도 나타난다. 가격이 오를 때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내릴 때는 더디게 반응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시장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가격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 5월 연휴를 앞두고 차량 이동이 늘어나면서 유류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물류·운송 수요 역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내수 회복과 맞물리며 산업 전반의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점도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국제유가다. 글로벌 원유 시장은 최근 중동 지역 전쟁에 따라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태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반영돼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다. 분쟁 장기화 시 유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딜레마에 처해 있다. 최고가격제가 등장한 이후로 시장 왜곡 논란과 함께 정유사 수익성 악화, 공급 위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반면 규제를 완화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2200원 내외, 경유는 2800원 내외까지 치솟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 가운데 최근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내부 균열이 발생하면서 국제 유가 흐름이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세계 세 번째 원유 생산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5월부터 탈퇴와 증산을 공식화하면서 유가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유류 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를 구조적 문제로 파악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환율 부담, 수요 증가, 유통 구조의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정부의 단일 정책만으로 시장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유가 흐름의 관건은 외부 환경 변수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지역 분쟁이 완화되거나 주요 산유국들이 공급 확대에 나설 경우 유가 안정 가능성이 열리지만, 반대로 긴장이 장기화될 경우 '2000원 시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연휴를 앞두고 점진적인 고유가 흐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순 생활비 부담을 넘어 국내 물가 인상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정책과 시장 논리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소비자 체감 유류 가격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는 정유사 공급가격을 제한하는 구조라 실제 주유소 판매가격까지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며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가격 상승 압력을 완전히 막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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