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대규모 집회로 약 2000여명 참여···내달 1일 총파업 예고인사 문건 유출 사태·취업규칙 무단 변경·교섭 과정 대응 지적삼성바이오로직스, 지난 1일 노조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일정을 정할 당시엔 실적 발표일이 될지 몰랐다."(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위원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노조)이 창사 첫 대규모 집단행동을 통해 경영진 책임과 성과 공유 문제를 전면에 제기했다. 단순 임금·복지 요구를 넘어 인사 운영과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대한 불신을 짚었는데, 5월1일 총파업을 예고한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집회는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이뤄졌다. 노조 측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극적인 효과를 더해 경영진을 압박하려는 전략적 행보란 의구심도 흘러나온다.
2000여명 참석···인사 문건·교섭 과정 등 지적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22일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 앞에서 집회를 열고 경영진의 책임 있는 대응과 실질적인 교섭을 촉구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참여 인원은 약 2000명이다.
이날 집회에서 노조는 지난해 인사 문건 유출 사태와 취업규칙 변경, 교섭 과정 등을 둘러싼 사측 대응을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이남훈 상생지부 조직국장은 "노조 설립 초기부터 자주적 해결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사측이 과반 노조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하며 협력 기조를 흔들었다"며 "이후 지난해 11월 인사 문건 사태는 정보 비대칭을 활용해 노조를 우회하려 한 의중을 보여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3차례 교섭 과정은 점진적 진전이 아닌 전략적 시간 끌기였다"며 "복리후생안 제시는 지연됐고, 일회성 안으로 협상 본질이 흐트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측이 제시한 4.2% 임금 인상안에 대해 노조는 95% 파업 찬성률로 응답했다"며 "이는 감정이 아니라 노동 가치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집단적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조합원 발언에서는 인사 운영과 조직 문화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서동민 조합원은 "강제 부서 이동과 희망퇴직, 저성과자 낙인 등 부당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지 않아 나왔다"며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해 나왔지만 회사는 비협조적 태도와 불법적 행태를 보였다"고 발언했다. 동시에 "회사가 우리를 무시할 수 없도록 단결해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이충만 조합원 역시 "매년 실적은 최고를 경신했지만 돌아온 것은 신뢰의 붕괴였다"며 "노조 사무실 무단 침입과 노트북 압수 시도는 우리를 파트너가 아닌 감시 대상으로 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담 기록까지 징계에 활용됐다는 점에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고 했다.
설비 투자 계획만 15조···노조 입장 수용 쉽지 않아
다만 시장에선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실적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미래에 대비할 현 시점에 노조가 발목을 잡은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노조는 13차례에 걸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이어가는 동안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재원으로의 성과급 배당 ▲1인당 격려금 3000만원 ▲3년 재직 시 자사주 보상 등을 요구했다. 채용, 승진, 징계, 포상, 배치전환 등 인사·제도 운영 전반은 물론 분할·합병·양도 등 경영권에 대해서도 노사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으로서는 노조의 목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CDMO(위탁개발생산) 1위 수성을 목표로 15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제시한 만큼 자칫 재무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천 송도 제2·3 바이오캠퍼스 건립과 미국 록빌 공장 인수 등 설비 부문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시설 투자가 집중되는 시기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이 적자 구간에 머물게 된다.
게다가 인사 운영에 인수합병 등 무거운 경영 사안에 대해서까지 노조 측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요구도 상당히 이례적이며 '월권'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실적 발표일에 맞춰 집단행동에 나선 것도 석연찮은 행보로 여겨진다. 양호한 성적표를 부각시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것으로 비쳐서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1분기 58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년 대비 35% 성장했다.
일단 노조는 이번 갈등이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박재성 노조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몇 개 안건을 타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는 싸움"이라며 "회사가 정하고 일방적으로 따르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밝혔다.
이어 "신뢰는 요구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쌓아온 결과인데, 지난 3년간 그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인 것"이라며 "책임 없는 경영과 존중 없는 일방 결정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상위 노조 역시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홍광흠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집회는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조직 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라며 "우리는 땀과 시간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예고한 노조 vs 가처분 신청 제기한 사측···갈등 '팽팽'
관건은 노조가 예정대로 집단행동을 강행하느냐다. 이들은 내달 1일부터 5일까지 파업을 예고했고, 사측은 인천지방법원에 노조의 쟁의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공정을 멈춰선 안된다. 세포 배양과 정제 등 프로세스가 수개월에 걸쳐 이뤄지는데, 공정 중단 시 이들을 모두 폐기해야 해서다.
생산 차질이 단순한 일정 지연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중요한 의약품의 공급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사측은 바이오의약품 배양‧정제 공정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은 라인에 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천지법은 사측이 제기한 가처분 심리를 종결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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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현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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