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찬물···파업 막아야

산업 전기·전자 현장에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찬물···파업 막아야

등록 2026.04.17 15:45

정단비

  기자

영업이익 15% 요구···40조 성과급 논란파업 시 수십조 손실···공정 중단 리스크수출·주가 흔들···국가경제 파장 우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1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정문에서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삼성전자가 파업 위기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사측의 경쟁사 이상 성과급 보장안에도 40조원대 성과급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노사 갈등이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문제는 총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경쟁력 저하는 물론 수출 등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공장이 멈출 경우 수십조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여기에 직간접적인 피해 규모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여지가 있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이하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17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합원 과반수 확보를 공식화했다. 이날 기준 초기업 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은 7만5000여명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오는 23일 평택사업장에서 대규모 결기대회를 벌이고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가 요구 관철을 위해 파업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18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을 때 설비 백업을 고려하면 20조~30조원 규모의 손실이 회사 측에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3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을 감안하면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하루에 약 1조원 가량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의 핵심 이유는 성과급이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맞아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면서 성과급을 둔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초기업노조 구성원의 약 80%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이라는 점도 성과급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사는 이에 수차례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을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회사 측에서는 임금 협상 타결을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을 약속하는 등 제안을 했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회사는 타결을 위해 국내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의 10% 이상을 재원으로 사용하고 이번 실적 반등의 주역인 메모리사업부에는 경쟁사 이상의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받게 되는 성과급은 기존 평균 연봉의 600%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1인당 평균 약 5억4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노조는 성과급 재원으로 영업이익의 15%를 사용할 것을 주장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사측은 전날인 16일 수원지방법원에 노조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노조의 주장대로라면 성과급 규모는 40조원대에 이른다. 이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구개발비용(37조7000억원)이나 배당(11조1000억원) 규모도 훌쩍 넘는다. 노조가 삼성전자의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전망된다. 당장 수십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최대 30조원 수준의 피해 규모를 예상했지만 과거 사례를 비추어보면 규모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07년 삼성 기흥캠퍼스에서는 4시간 정전 발생으로 약 4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던바 있다. 지난 2018년 평택캠퍼스에서는 30분 미만의 정전에 500억원의 피해가 있었다. 이를 기반으로 18일(432시간) 동안의 파업 피해를 단순 계산하면 약 4조원에서 최대 4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지난 2018년에는 30분 미만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간당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반도체 설비는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전원 차단 후 재가동 시 공정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백업 절차가 매우 복잡해 설비 전원을 끄고 켜는 과정에서 수개월의 복구 기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정 설비 내부 공정용 마스크가 강산·강염기에 노출돼 손상되면 신규 제작에만 한 달 이상이 소요되며 약액·가스 토출구가 굳어버릴 경우 내부 배관을 전면 교체해야 해 신규 설비 설치에 준하는 대규모 작업이 발생한다.

설비 내부의 항온·항습 상태가 한 번 무너지면 이를 다시 안정화하는 데만 최소 2~3일이 소요되고, 미세 이물질 오염이 확인되면 내부 전면 세척과 테스트 웨이퍼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해 '즉시 재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더구나 반도체 제조공정의 특성상 일부만 중단되더라도 전체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번 중단이 이루어지면 재가동하는데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당장의 금전적인 손실 뿐만 아니라 삼성 반도체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된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그간 AI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고전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삼성전자가 돌아왔다'는 평을 받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등 주요 고객사에 차세대 메모리를 본격 공급하는 전환점에 있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고객과 신뢰도 및 평판 훼손,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파업으로 대만 등 반도체 경쟁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있다.

KB증권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통해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355조원을 거두며 글로벌 영업이익 톱 2위에 등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 이 또한 요원해질 수 있다. 파업으로 인해 수십조원대가 발생하면 시장에서 기대하는 영업이익 궤도에서도 벗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DB 삼성, 삼성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DB 삼성, 삼성기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은 회사 실적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투자자 등 연쇄적인 손실 우려도 제기된다. 반도체 사업은 법령으로 정한 국가핵심기술이자 국가첨단전략기술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해 3월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328억3000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861억3000만달러)의 약 38.1%를 차지한다. 지난해 12월 대비 전체 수출 증가분 166억 달러 중 120억 달러가 반도체에서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의 성장은 반도체가 떠받치고 있다. 결국 노조 파업 시 수출 감소, 국가 세수 결손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기준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 약 26%를 차지하는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코스피 지수 전체 등락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파업 피해가 약 461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 기관투자자 등 국내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이미 수치로도 드러난 바 있다. 지난 2004년 5월 삼성전자 노조가 첫 파업을 선언했을 당시에도 주가가 하루 만에 3.09% 급락했던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파업은 단순 회사만의 피해로 국한되지 않고 국가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성과급을 이유로 파업을 예고한 것은 국민들에게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