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첫 '물가변동 배제특약' 인정···KT發 공사비 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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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물가변동 배제특약' 인정···KT發 공사비 분쟁 새 국면

등록 2026.07.21 14:14

주현철

  기자

쌍용건설 1심 패소···코로나 자재값 급등에도 특약 인정법원 "예측 가능한 위험" vs 업계 "현실 반영 부족"항소심 결과 따라 공사비 증액 소송 향방 달라질 듯

쌍용건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쌍용건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민간공사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쌍용건설이 KT와의 공사비 소송 1심에서 패소하면서 예기치 못한 원가 상승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민간공사 공사비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7부는 최근 KT가 쌍용건설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쌍용건설의 반소 청구(공사대금 청구 소송)는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KT 판교 신사옥 건설공사 과정에서 비롯됐다. 양사는 2020년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 등이 변동하더라도 계약금액을 조정하지 않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포함했다.

이후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철근·시멘트·레미콘 가격이 급등하자 쌍용건설은 다섯 차례에 걸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다. 하지만 KT는 특약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쌍용건설은 2023년 10월 국토교통부 건설분쟁조정위원회에 KT를 상대로 물가 변동에 따른 추가 공사대금 약 172억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건설분쟁 조정을 신청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후 KT는 2024년 6월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고, 쌍용건설도 반소로 맞섰다.

법원은 일단 KT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당 특약이 물가 상승 시 증액뿐 아니라 물가 하락 시 감액도 함께 배제하고 있어 시공사에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쌍용건설이 대형 건설사인 만큼 계약 당시 가격 변동 위험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고, 선(先)구매 등을 통해 일부 위험을 관리할 수 있었다는 점도 고려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계약이 체결된 만큼,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변동 가능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을 두고 실제 공사 수행 과정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통상 대형 건설사도 주요 자재를 공정 일정에 맞춰 순차적으로 조달하는 만큼 코로나19나 전쟁 등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변수까지 감안해 공사 전반에 투입될 자재를 수년치 선매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마감재의 경우 설계 변경이나 입주자 요구,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품목이 바뀌는 사례가 적지 않아 착공 단계에서 모든 자재를 미리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이나 시멘트 등 일부 자재는 선매입이 가능하더라도 공사에 투입되는 모든 자재를 1~2년 전에 확보하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팬데믹이나 전쟁처럼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시공사가 모두 부담해야 한다면 민간공사 계약의 위험 부담 구조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판례와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코로나19와 전쟁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원가 급등 상황에서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효력을 인정한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다.

앞서 대법원은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철근 가격이 급등한 사건에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무효로 본 원심 판단을 확정한 바 있다. 당시에는 발주처의 귀책사유로 착공이 지연됐다는 점이 핵심 판단 근거였다. 반면 이번 사건은 공사비 상승 원인이 코로나19와 전쟁 등 외부 변수였다는 점에서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민간공사 계약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포함된 다른 민간공사 분쟁에서도 중요한 판단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T는 쌍용건설 외에도 현대건설, 한신공영, 롯데건설 등과 체결한 일부 공사 계약에도 유사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설업계는 쌍용건설의 항소 여부에도 주목하고 있다. 항소심에서는 건설산업기본법상 부당특약 해당 여부와 코로나19·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급등을 통상적인 사업 위험으로 볼 수 있는지가 다시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결과에 따라 최근 이어지고 있는 민간공사 공사비 증액 소송의 향방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아직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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