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주총 나흘만에'... HMM '기습 부산행'에 노조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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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 나흘만에'... HMM '기습 부산행'에 노조 경악

등록 2026.04.01 17:59

김제영

  기자

이사회서 판 굳힌 부산 이전···최종 관문은 임시 주총노조, 오는 2일 총력투쟁···협상 결렬 시 파업권 획득이전 후 리스크, 조직 안정화·기업 경쟁력 제고 우려

그래픽=기자그래픽=기자

국내 최대 국적 선사 HMM의 부산 이전이 '속도전'을 벌이는 정부와 '총력전'을 선언한 노조의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이사회가 정기 주총 나흘 만에 전격적으로 본사 소재지 변경을 의결하며 배수진을 치자, 노조는 '노란봉투법'을 무기로 파업권 확보에 나서며 5월 물류 대란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HMM 노조는 오는 2일 청와대 앞에서 조합원 총회와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 주까지 교섭을 통해 노사 합의를 진행하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노동위원회의 중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노동위의 조정 절차는 최대 30일로, 이 과정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4월말에서 5월초 파업권을 획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HMM은 지난달 30일 이사회를 열고 본사 이전 관련 정관 변경 안건과 임시 주주총회 개최 일정을 의결했다.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기존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최종 의사결정 단계인 임시 주총은 오는 5월 8일 열릴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노조는 4월 중 임시 이사회를 통해 관련 안건이 처리될 것으로 봤지만, 사측은 정기 주총 이후 나흘 만에 이사회를 열어 절차를 앞당겼다. 주요 안건이 처리되면서 사실상 이전이 확정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HMM은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진을 재편해 의사결정 기반을 정비한 바 있다. 부산 지역 학계 인사와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새로 선임해 이전 추진에 우호적인 이사회 구조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관문은 임시 주총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확정됐다는 분위기다. 지배구조와 정책 기조 상 부산 이전 안건의 의결 과정이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HMM은 산업은행(35.4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08%)가 지분 70% 이상을 가지고 있어 공기업 성격을 가진 민간기업이다. 더욱이 앞선 파산 위기 속에서 7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회생한 기업인만큼, 정부의 영향력과 공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처지다. 이 같은 구조는 이번 결정을 사실상 '정책 실행' 단계로 보는 배경이기도 하다.

더욱이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정부의 국책과제다. 해운정책을 총괄하는 해수부, 해운 지원 업무를 하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모두 부산에 있다는 점에서 정책·산업 간 집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본사 이전 시 향후 5년 간 15조원 이상의 경제적 파급효과, 2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전망된다.

다만 속도전의 이면에는 노사 갈등이라는 변수가 있다. 노조 측은 본사 이전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정치적 논리에 따른 정책 도구로 활용하면 해운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달 시행된 '노란봉투법'이 힘을 싣고 있다. 사업장 이전과 같은 경영상 판단이 노사 간 의무적 교섭 대상에 포함돼 있어 협상이 결렬될 경우 쟁의 행위는 합법이 된다. 노조는 협상 결렬 시 파업과 동시에 임시 주총도 물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부산 이전은 정책·산업 간 시너지보다 정치적 명분에 가깝다. 노사 합의 없이 인력 이동을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른 물류 차질과 고객 이탈 등으로 회사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 이후의 부담도 적지 않다. 노조 반발을 넘어 이전을 강행하더라도 실질적인 조직 안정화가 가장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의 여지가 큰 데다 인력 이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노조는 이전 시 기존 인력의 5~10% 이탈을 예측하고 있다. 조직 안정화 및 재정비를 위한 비용과 시간이 상당 부분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글로벌 화주와 금융기관, 경쟁사인 글로벌 선사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본사 이전이 영업 및 네트워크 측면에 실질적인 효율로 이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HMM은 서울과 부산을 기반으로 이원화 운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이전이 실질적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HMM의 부산 이전은 '속도'보다 '과정'이 더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책 드라이브 속에서 이전 자체는 기정사실화됐지만, 노조 반발과 조직 재편 과정에서 발생할 내부 갈등과 경쟁력 저하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경영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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