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 오차도 허용 없다"···한화 항공엔진 독립 만드는 극한 제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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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차도 허용 없다"···한화 항공엔진 독립 만드는 극한 제조 현장

등록 2026.07.07 14:00

김제영

  기자

실시간 모니터링, AGV로 자동화 구현초정밀 품질관리, 표준화 작업 절차 도입공정·가공·시험까지 실시간 데이터 연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최초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인 5500파운드엔진을 만들고 있다. 이 엔진은 향후 저피탐무인편대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최초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인 5500파운드엔진을 만들고 있다. 이 엔진은 향후 저피탐무인편대기에 탑재될 예정이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초록불이 떠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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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와 자동화

작업자는 3차원 모델과 영상 작업 절차서로 조립 진행

무인운반차(AGV), 자동창고, 로봇 등 자동화 설비가 생산라인 운영

생산라인은 24시간 자동으로 가동

품질 관리 프로세스

1700종 넘는 볼트·너트 체결 결과가 디지털 시스템에 즉시 기록

기준 충족 시 초록불, 오차 발생 시 빨간불로 공정 자동 차단

센서로 온도·장비 상태 실시간 관리해 미세한 환경 변화도 통제

정밀도와 기술력

팬은 약 150도, 터빈은 1500도 이상 고온 견뎌야

초내열합금 가공,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오차만 허용

GE, 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제조사에도 핵심 부품 공급

어떤 의미

설계부터 품질관리까지 디지털화로 항공엔진 제조 역량 강화

한국 항공엔진 독립 위한 기술 축적의 현장

작은 초록불 신호가 독자 기술력 확보의 상징

지난 6일 찾은 경남 창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신공장. 항공엔진 생산라인에 들어서자 작업자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였다. 화면에는 부품 위치와 조립 순서, 작업 진행률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작업자가 화면을 확인하자 자동창고에서 필요한 부품이 무인운반차(AGV)에 실려 조용히 작업대로 이동했다.

소음 가득한 제조 현장을 예상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수많은 작업자가 부품을 나르고 조립하는 대신, 디지털 시스템과 자동화 설비가 생산 흐름을 관리하고 있었다. 공장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제어 시스템처럼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항공엔진 핵심 생산기지다. 한국형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GE F414-400K 엔진과 FA-50에 적용되는 F404-GE-102 엔진 조립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 개발한 국산 5500파운드(lbf)급 터보팬 엔진과 1400마력(shp)급 터보프롭 엔진 시제 제작도 이곳에서 진행됐다.

현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디지털 작업 시스템'이었다. 작업자는 모니터에 표시되는 3차원 모델과 영상 작업 절차서를 보면서 엔진을 조립했다. 과거 숙련자의 경험에 의존했던 공정을 데이터 기반으로 바꿔 작업자별 편차를 줄이는 방식이다.

김승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생산기술팀장은 "항공엔진은 작은 조립 오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작업자의 경험과 관계없이 동일한 품질을 확보하는 것이 디지털화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직원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중고도무인기용 1400마력 터보프롭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품질 관리 과정은 한층 엄격했다. 항공엔진 한 기에는 1700종이 넘는 볼트와 너트가 들어간다. 각각 정해진 힘으로 조여야 하는데, 작업자가 디지털 토크렌치를 사용해 체결하면 결과가 즉시 시스템에 기록된다.

기준값을 만족하면 화면에는 초록색 표시가 뜬다. 반대로 허용 범위를 벗어나면 빨간색 경고가 표시되고 다음 공정 진행이 차단된다. 작은 오차 하나도 용납하지 않는 항공엔진 제조 방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조립을 마친 엔진은 시운전실로 이동한다. 이곳에서는 실제 항공기 운용 환경을 재현해 추력과 진동, 온도 변화를 점검한다. 엔진이 외부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하고 연소한 뒤 고온의 배기가스를 내뿜는 과정을 그대로 시험하는 공간이다.

시운전실 한쪽에는 최근 개발이 완료된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도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지상시험을 진행 중인 이 엔진은 차세대 무인기용으로 개발됐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자 항공엔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공장 안쪽 엔진 부품 스마트공장으로 이동하자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작업자 대신 수십 대의 자동화 장비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AGV는 소재와 공구를 운반했고, 로봇은 가공 과정에 맞춰 공구를 자동 교체했다.

박민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생산팀 차장은 "작업자가 퇴근한 이후에도 생산라인은 자동으로 돌아간다"며 "로봇이 공구를 교체하고 제품을 이송하면서 24시간 생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원이 자동화 설비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 부품 생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밀도다. 팬은 약 150도, 터빈은 1500도 이상의 고온 환경을 견뎌야 한다. 이를 위해 초내열합금을 가공해야 하며 일부 부품은 수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오차만 허용된다.

공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는 온도와 장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미세한 환경 변화도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전투기 엔진뿐 아니라 보잉 737 맥스와 에어버스 A320neo 등에 들어가는 민항기 엔진 부품도 생산되고 있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에어로스페이스, 프랫앤드휘트니(P&W), 롤스로이스 등 글로벌 엔진 제조사에도 핵심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창원1사업장의 모습은 단순한 제조공장을 넘어섰다. 설계와 제작, 조립, 시험, 품질관리가 하나의 디지털 시스템으로 연결된 항공엔진 개발 거점이었다.

한국은 그동안 전투기와 무인기 등 항공 플랫폼 개발 능력을 확보했지만, 가장 핵심적인 추진체계인 엔진은 해외 기술에 의존해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구축한 이 생산 기반은 독자 항공엔진 개발을 위한 제조 역량을 쌓는 현장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박 차장은 "항공엔진 소재는 가볍고 강해야 하는 동시에 극한의 온도를 견뎌야 한다"며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생산 환경 전체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원1사업장에서는 지금도 초록불이 켜져야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그 작은 신호 하나가 한국 항공엔진 독립을 향한 기술 축적의 기준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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