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보험업계 'N잡' 바람···소비자 신뢰 'N분할' 경계해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보험업계 'N잡' 바람···소비자 신뢰 'N분할' 경계해야

등록 2026.02.11 07:42

수정 2026.02.11 07:46

김명재

  기자

디지털 플랫폼 통한 신규 인력 유입 확대장기 유지·관리 관점서 소비자 신뢰 위협

reporter
"본업에 지장 없이, 시간·장소 제약 없이."

지난달 삼성화재가 선보인 신규 비대면 보험 설계사 조직 광고에 등장한 문구다. 이 광고는 보험 설계사를 전업이나 전문직이 아닌, 본업과 병행할 수 있는 비교적 낮은 진입 난이도의 부업으로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과거 물가 상승과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 고용 불안이 맞물리며 확산됐던 'N잡' 열풍이 최근 보험업계로까지 번졌다. N잡러는 복수(N)와 직업(job)이 결합된 단어로, 단순한 겸직이나 부업을 넘어 두 개 이상의 직업을 동시에 가진 이들을 의미한다.

과거 법인보험대리점(GA) 등지를 중심으로 이어져 왔던 이른바 'N잡 보험설계사' 모집은 2024년을 기점으로 다수 손해보험사가 뛰어들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보험사들은 대행사와의 제휴를 통한 모집 마케팅 강화는 물론 설계사 자격시험 비용 지원이나 기프티콘 제공 등 각종 유인책을 앞세웠다.

이 같은 확산 배경에는 설계사 시험의 낮은 진입장벽이 자리 잡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 설계사 시험의 평균 합격률은 대체로 60~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금융 자격증 시험의 합격률이 통상 20~30%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편이다. 자격 취득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되는 것보다 되고 나서가 더 어렵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다만 상품 구조 이해와 설명 의무, 계약 이후 관리까지 요구되는 보험설계사의 역할과 책임에 비해 진입 과정이 지나치게 간소화되어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반복돼 왔다. 모집인 확대에 초점을 맞춰 진입장벽을 낮춰온 구조가 결과적으로 설계사의 영업 전문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물론 N잡러 설계사 도입 취지 자체를 마냥 문제 삼기는 어렵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신규 인력을 유입하려는 시도는 업황 전반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보험사와 설계사 모두 효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험업은 장기 금융상품을 다루는 산업이다. 계약 체결 이후 수년에서 수십 년간 유지·관리해야 하는 만큼 설계사의 전문성과 지속성은 소비자 신뢰를 떠받치는 핵심 요소일 수밖에 없다.

단기 활동을 전제로 한 'N잡' 구조가 확산될수록 이 같은 전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을 부업으로 접근하는 설계사가 늘어날 경우 상품 이해 부족과 설명 의무 소홀, 불완전판매 가능성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도 '부업 설계사'에게 장기 보험 계약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수익성 중심의 설계사 영입 경쟁이 이어질수록 불완전판매 발생 시 그 파장은 보험업권 전반의 신뢰도 저하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설계사의 역할과 책임이 N개로 쪼개질수록, 소비자 보호를 명분으로 오랜 시간 구축해 온 업권의 신뢰 역시 파편화할 수 있다는 점은 보험업계가 반드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