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체불 근로자 생계비 예산 바닥···홈플러스 사태, 전국 민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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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 근로자 생계비 예산 바닥···홈플러스 사태, 전국 민생 우려

등록 2026.02.09 16:47

조효정

  기자

2월 7일 정부 예산 이례적 조기 소진폐점·급여 미지급 여파, 민생 안정성 불안 고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등에 대한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지난 1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자본시장법 등에 대한 혐의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체불 근로자 생계비 정부 예산이 연초 한 달여 만에 소진됐다. 평소라면 연말까지 유지되는 예산이 홈플러스 임금 체불 사태와 맞물려 조기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유동성 위기가 전국 민생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데 따르면 올해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 제도는 불과 2월 7일부로 예산이 전액 소진돼 접수가 중단됐다. 이 제도는 임금 체불로 생계 위기에 처한 노동자에게 최대 1000만원의 긴급 생계비를 융자하는 정부 사업으로, 일반적으로 연말까지 예산이 유지되는 편이다. 그러나 올해는 사업 시작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조기 종료되는 이례적 상황이 벌어졌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제도 예산은 2023년에는 7월, 2025년에는 11월에 소진됐고, 2024년에는 잔여 예산이 남아 종료됐다. 하지만 2026년에는 연초부터 신청이 급증하면서 이례적인 조기 소진으로 이어졌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월부터 유동성 부족으로 인해 임직원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1월분 급여는 절반만 지급됐고, 2월 급여 및 명절 상여금 지급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사측은 "운영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부 지출을 유예해 급여 일부를 마련했다"고 밝혔으나, 근본적인 유동성 해소 방안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본사 차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 신청 접수도 진행 중이다. 사측은 자발적 구조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임금 체불과 연쇄 폐점, 불투명한 경영 전망이 맞물리면서 조직 내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급여 미지급은 본사뿐 아니라 전국 점포 직원들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일부 직원은 자녀 등록금이나 생활비 마련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 17개 점포가 문을 닫았고, 2월에도 울산, 천안 등지에서 7곳이 추가로 폐점한다. 상품 공급이 끊기며 일부 매장 진열대는 비어가고 있으며, 납품대금과 임대료도 체납되는 등 운영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2025년 3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한 뒤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핵심은 긴급운영자금(DIP) 3000억원 조달과 슈퍼마켓 사업부 매각, 부실 점포 정리 등을 통한 자구 노력이지만, 실질적 진전은 지연되고 있다.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1000억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메리츠금융과 산업은행은 여전히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기한은 오는 3월 3일까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체불근로자 생계비 융자 제도까지 조기 소진되면서 피해는 전국 체불 노동자들에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급여 지급 공지를 하면서 해당 제도를 안내했고, 이후 접수자가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이 정부 제도를 '비상금'처럼 악용했다고 비판하며 정부에 설 연휴 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뿐 아니라 납품업체, 임대상인 등 이해관계자 3000여명이 청와대와 금융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일부는 단식농성에도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DIP 대출과 슈퍼마켓 매각이 병행돼야 회생 시나리오가 작동할 수 있지만, 자금 조달 지연으로 골든타임이 소진되고 있다"며 "유동성 압박이 장기화되면 청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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