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배터리 3사, ESS 넘어 로봇·방산으로

산업 에너지·화학

배터리 3사, ESS 넘어 로봇·방산으로

등록 2026.02.18 08:15

고지혜

  기자

ESS 공략 나서지만···中업체 비중엔 역부족휴머노이드 로봇·방산 배터리 등 신시장 공략中 LFP에 맞서 '고난도 하이니켈 NCM' 집중

배터리 3사, ESS 넘어 로봇·방산으로 기사의 사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하면서 배터리 업황의 온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가 돌파구로 꺼내든 카드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방산 등 초고부가가치 시장이다.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전기차·ESS 범용 시장을 정면 돌파하기보다, 기술 장벽이 높은 영역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 전환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법인과 총 5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생산해, 한화큐셀의 미국 전력망 ESS 프로젝트에 공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ESS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두 배 수준인 연 60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북미 생산능력만 50GWh에 달한다. 지난해 90GWh 규모의 ESS 수주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는 이를 웃도는 물량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기차 부문의 공백을 ESS로 메우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삼성SDI도 미국에서 대규모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상대와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에 3조원 이상 규모의 ESS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SK온 역시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20GWh 이상의 ESS 수주를 목표로 내걸었다.

배터리 3사는 수년간 이어진 전기차 수요 둔화로 전기차용 배터리 물량이 크게 줄자 이를 보완할 대안으로 ESS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이 맞물리며 ESS 수요는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판단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매력적이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팩 생산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완성차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ESS는 배터리사가 랙까지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다. 제품 단가와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유지보수와 운영 서비스로의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단순 물량 보완을 넘어 수익 구조 개선 카드로 평가받는 이유다.

다만 후발주자라는 한계는 분명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ESS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점유율 상위 1~7위는 CATL, 하이티움, EVE에너지 등 중국 기업이 차지했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대 수요처인 미국 ESS 시장에서도 중국산 배터리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최저 수준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단가와 대규모 양산 능력을 앞세워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는 평가다.

국내 3사의 시선이 로봇·방산으로 향하는 배경이다. 매출 기여도는 아직 제한적이다. 중국 기업의 진입이 쉽지 않은 고난도 영역을 선점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부터 현대차그룹과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폿2' 등 6곳 이상의 글로벌 로봇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온은 휴머노이드 대신 물류·주차 로봇 시장을 중심으로, 현대위아가 생산하는 로봇에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방산 분야에서도 움직임이 감지된다. SK온은 미국 방산업체와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잠수정(UUV)용 배터리 공급을 논의 중이다. 유럽 글로벌 방산기업과는 수직이착륙(e-VTOL) 기체와 헬리콥터, 화물기 탑재 배터리 공급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봇과 방산용 배터리는 전기차보다 훨씬 높은 기술 난도를 요구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고에너지 밀도와 고출력,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충격과 진동, 극한 온도 변화 속에서도 성능을 유지해야 한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동하는 로봇 특성상 충돌·전도 상황에서도 안전성이 핵심 요건이다. 하이니켈 기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주로 채택되는 이유다. 중저가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ESS와 휴머노이드 로봇, 방산용 배터리는 모두 초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며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하이니켈 배터리를 앞세워 새로운 시장 지형을 그려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중 배터리 경쟁은 전기차 이후 '2차전'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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