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루닛, 2500억 '기습 유증'···"피해는 주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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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닛, 2500억 '기습 유증'···"피해는 주주 몫?"

등록 2026.02.02 14:21

현정인

  기자

전환사채 풋옵션 해소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1대1 무상증자 병행해 투자자 심리 방어 시도차세대 기술 개발·미국 중심 글로벌 확장 본격화

루닛, 2500억 '기습 유증'···"피해는 주주 몫?" 기사의 사진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의 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놓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시가 장 마감 이후 이뤄졌을뿐 아니라 주주배정 방식을 택하며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안겼다는 인식에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지난달 30일 유상증자와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총 2500억원 규모로, 신주 790만6816주를 발행한다. 기존 주주에게는 1주당 0.27주가 배정된다. 유상증자와 동시에 1대1 무상증자도 병행한다.

루닛의 시가총액(1월30일 기준)은 약 1조1800억원으로,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시가총액의 약 20%를 웃도는 수준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주의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루닛 측은 증자 결정이 전환사채(CB) 풋옵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루닛은 2024년 볼파라(현 루닛 인터내셔널) 인수 당시 1715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발행했는데, 해당 사채에 부여한 풋옵션이 재무 불확실성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풋옵션 행사 시 단기간에 상당한 현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인 만큼, 회사는 이를 방치할 경우 재무 안정성뿐 아니라 주가와 투자 심리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재무 리스크 해소라는 명분과는 별개로, 대규모 주주배정 방식이 기존 주주에게 단기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회사의 현금 유출 위험은 줄어들지만, 주식 수 증가에 따른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서다. 증자는 기업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는 전형적인 수단이나, 기적으로는 주주가 비용을 먼저 부담하는 방식이다.

루닛 측은 조달 자금 중 일부만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하고 나머지를 미래 사업에 투자하겠다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세부적으로 루닛은 전체 조달 자금(2500억원) 가운데 985억원을 전환사채 풋옵션에 대응에 활용하기로 했다. 사채권자와의 협의를 통해 일부 풋옵션을 유도하고, 전체 물량의 50%를 상환 또는 취득하는 것을 목표로 재무 리스크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1125억원은 연구개발(R&D)과 해외사업 확장에 투입한다. 의료AI가 조기 진단부터 치료 의사결정 지원까지 의료 서비스 전반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가운데, 차세대 기술 확보와 글로벌 기술 확장이 중장기 성장의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특히 루닛은 최근 멀티모달 의과학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를 통해 영상 진단을 넘어 임상 현장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로 확장한다. 회사는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차세대 기술 개발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사업 운영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범석 루닛 대표는 "당초 제3자 배정 전환우선주(CPS)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추진해왔고 다수의 기관으로부터 투자 의향을 확인했지만, 해당 방식으로는 전환사채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현성 루닛 CFO 역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인해 단기적으로 주주 부담과 주가 변동성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재무 리스크 해소와 사업 성장을 통한 펀더멘털 개선으로 기업 가치를 높이고, 그 성과로 주주들이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무상증자 역시 이러한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함께 설계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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