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 508조원으로 '부동산 편중' 깨고 자본 선순환 연다

李 정부,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자금 공급 적극 장려

기업대출·모험자본 활성화···국민성장펀드도 각 10조원

당국, 금융권 RWA 완화···가계대출↓·기업대출↑ 장려

5대 금융그룹이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5년간 총 500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등 기존의 부동산 편중 현상을 완화하고, 기업대출과 모험자본 등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는 오는 2030년까지 생산·포용 금융을 위해 508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KB·신한금융이 110조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고 NH농협금융이 108조원, 하나금융이 100조원, 우리금융이 80조원으로 뒤를 이었다.

KB금융은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에 93조원, 포용금융에 17조원 등 총 110조원을 공급한다.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에 68조원을 투입하고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내놓는다. 포용금융으로는 서민, 취약계층,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국가 핵심 산업의 혁신 역량을 높이기 위해 2030년까지 93~98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단계적으로 공급한다. 국민성장펀드 투자에 10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투자에 10조원~15조원을 조성한다. 이외에도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기반 대출에는 72조원~75조원을, 금융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포용금융에는 12조원~17조원 규모를 공급한다.

NH농협금융은 총 108조원 가운데 93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15조원을 포용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다. 첨단전략산업, 지역특화산업, 창업 벤처기업 등을 중심으로 투·융자에 68조원을,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모험자본과 농업·농식품기업 투자에 15조원을 투입한다.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총 100조원을 투입한다. 총 150조원 규모로 추진되는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한다. 기업 성장 맞춤형 투자 지원을 위해서는 총 10조원을, AI·바이오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총 50조원을 공급한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을 위해서는 금융지원 방식으로 총 16조원을 내놓는다.

5대 금융 가운데 가장 먼저 생산적 금융 공급 계획을 밝힌 우리금융은 국민성장펀드 참여 10조원, 그룹 자체 투자 7조원, 융자 56조원 등 생산적 금융으로 73조원을 구성했다. 포용금융 7조원은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상생·보증대출 재원 출연, 소상공인 금융지원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자금 공급···실제 이행 위해 과정 점검도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KB, 신한, 하나, 우리, 농협, iM, BNK, JB 8개 금융지주 회장 및 은행연합회장 (사진= 금융위원회)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오면서 생산적 금융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위해 정책금융·금융회사·자본시장의 3대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부가 앞세우고 있는 생산적 금융은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 활동을 뜻한다. 이 정부는 그간 은행권이 주담대 등 부동산 담보 위주의 안정적인 대출 행태를 지적하고 미래 성장 산업으로의 자금 공급을 강조해왔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이 기존에 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펼쳐왔다면 이제는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금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공급해 혁신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행 여부도 중요하다. KB금융은 지난 9월 계열사 사장단을 비롯해 경영진 21명이 참여하는 '생산적 금융 협의회'를 신설해 주기적으로 실행방안을 논의 중이다. 또 정부의 기조에 맞춰 IB(투자은행) 내 부동산금융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기업·인프라금융 조직을 확대하는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생산적 금융 PMO(Project Management Office)'를 신설해 생산적 금융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하나금융은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경제성장전략 TF'를 구축해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우리금융 역시 '첨단전략산업금융협의회'를 열어 생산적 금융 추진을 위한 계획 이행과 실행 동력 확보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전담 조직'을 가동하고 회장 직속의 '생산적 금융 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계획을 밝힌 가운데 이 계획안이 형식적인 외형 달성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협의회를 정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역시 금융지주의 생산적 금융 동참을 독려하는 모습이다. 당국은 생산적 금융에 참여하는 금융지주에게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RWA(위험가중자산) 부담을 줄일 예정이다. 내년부터 주담대 RWA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이고 은행이 주식을 보유할 때 부과하던 RWA는 400%에서 250%로 낮춰 적용한다. 금융위는 이 경우 은행권의 RWA가 약 31조6000억원 감소해 투자 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9월 "은행이 자금을 단순히 부동산 등 비생산적 분야에 쏟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은행의 투자 여력이 확대되고 자본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은행도 규제개선 취지에 걸맞게 생산적 금융을 적극 공급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대 금융그룹이 50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에 투입하기로 한 것은 미래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전략산업 육성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비친 것"이라며 "정부 또한 금융권의 선의에만 기대지 않고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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