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대비 높은 체중 감량 효능 입증R&D 분사 전략, 흑자전환 견인글로벌 제약사와 후속임상 논의 본격화
주사제로만 가능하던 비만 치료를 '하루 한 알 복용'으로 대체할 수 있는 이 신약 후보가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제약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동시에 윤 대표가 앞장서 펼쳐온 장기적 R&D 중심 경영이 '결과로 말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따른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은 기업설명회(IR)를 열고 비만·당뇨 등을 겨냥한 경구용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과 관련한 임상 1상 톱라인 데이터를 지난 29일 공개했다.
ID110521156은 체내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을 유도하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계열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GLP-1 계열 약물은 현재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나 대부분 주사제로만 투여된다. 일동제약의 이번 후보물질은 경구용이라는 점에서 큰 차별점을 갖는다.
유노비아는 이번 임상 1상에서 하루 한 알 복용만으로도 충분한 체중 감량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특히 4주 반복 투여 결과 200mg 투여군에서 평균 9.9%, 최대 13.8%의 체중 감소가 관찰됐다. 이는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들보다도 높은 수치다. 미국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6.4%, 스위스 로슈의 'RG6652'는 7.3% 수준이다.
안전성도 나쁘지 않았다. 위장관 부작용은 대체로 경미했고 고용량 일부 투여군에서 빌리루빈(적혈구 분해 시 생성되는 색소)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했으나 대부분 투약 중단 시 24시간 내 회복됐다. 회사 측은 "전반적으로 약물 중단 사례 없이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윤웅섭 대표가 지난 4년간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R&D 중심 경영'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2019년 574억원이던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는 윤 대표 취임 이후 2022년 1251억원까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매출 대비 R&D 비중도 11% 수준에서 19.7%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재무구조에는 부담이 컸지만 윤 대표는 "신약 없이 제약사의 미래는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대신 2023년에는 연구개발 부서를 100% 자회사 '유노비아'로 물적분할하며 R&D 부담을 모회사로부터 분리했다. 이 조치로 일동제약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투트랙 전략'이 현실화된 셈"이라며 "신약 성과가 이어질 경우 윤 대표의 경영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ID110521156은 내년 하반기 임상 2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2상은 환자 대상의 본격적 효능 입증 단계로, 임상 비용이 급증한다. 일동제약그룹은 글로벌 제약사 한 곳과 임상 디자인 및 제형 최적화에 대해 논의 중이며, 해외 기술이전(L/O) 가능성도 함께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 1상은 연내 마무리될 예정이며, 내년부터 글로벌 임상 2상과 함께 상용화를 위한 협력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개발된 경구용 GLP-1 치료제가 글로벌 시장 경쟁약을 앞서는 초기 데이터를 확보한 것은 드문 사례다.
다만 유노비아는 현재 수익을 내지 않는 구조이며, 100% 자회사인 만큼 손실 발생 시 모회사인 일동제약의 연결 재무제표에 영향을 준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일동제약의 부채비율은 약 264%로, 자회사 성과가 그룹 전체의 재무 안정성에도 직결될 수 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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