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자회사 2곳, 총 3조원 규모 CPS 발행차입금 상환 후 모회사에 2조4100억원 대여신규 투자자 유치·자회사 유증, 부채 개선 기대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E&S 100% 자회사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나래에너지서비스(1조6500억원)와 여주에너지서비스(1조3500억원)의 총 3조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메리츠금융의 특수목적법인(SPC) 넥스젠에너지제1·2호가 두 회사의 의결권 있는 전환우선주(CPS)를 각각 인수하는 구조다.
CPS는 배당 우선권과 보통주 전환권이 포함된 주식이다. 메리츠는 2030년 4월부터 2035년 10월까지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고, 각각 최대 50.1%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번 자금 조달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연내 8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 목표를 달성했다. 이번에 확보한 3조원 중 일부는 나래·여주에너지서비스의 차입금 등을 상환하고, 나머지 자금(2조4100억원)은 모회사 재무 개선에 투입할 예정이다.
실제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여주에너지서비스는 각각 1조5800억원과 8300억원을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5년 만기 일시상환 조건(이자율 4.6%)으로 대여하겠다고 공시했다. 외부 투자 자금이 자회사 증자로 유입되고, 일부가 모회사 차입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완성된 셈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5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하며 투자자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재무 부담을 완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과거 자회사 SK온과 SK엔무브가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를 유치할 당시 내걸었던 상장(IPO) 조건과 수익률 보장 등이 어려워지자 FI 보유 지분을 다시 사들였다. FI의 SK온과 SK엔무브의 지분 매입에 각각 3조5881억원, 8593억원이 투입됐다.
대신 메리츠금융그룹이 새로운 투자자로 SK이노베이션의 조달 목표액 8조원 중 5조원(SK온, LNG 유증)을 부담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메리츠에 보장하기로 한 금리는 기존 SK온 FI가 보장받은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재무 부담 완화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3조원의 자금 조달 역시 차입금 상환 및 현금 확보 차원으로, 재무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CPS는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된다. CPS 발행을 통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동시에 차입금을 상환하고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게 돼 재무지표가 개선되는 흐름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LNG 자회사를 담보로 내놓으면서도 매도제안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제안권은 메리츠 측이 보통주 전환권을 행사하기 전 CPS의 매도를 제안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통해 LNG 자회사의 지분을 한 차례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관건은 두 LNG 자회사의 실적이다. 두 자회사의 CPS 발행 주식 수와 주당 가격으로 단순 계산하면 메리츠금융의 SPC에 지급되는 연간 배당금은 약 1600억원이다. 실적이 안정적일 경우 배당 부담보다 현금 확보 측면의 이득이 크지만, 실적이 부진할 경우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LNG 발전소 사업 특성상 장기 연료계약과 집단에너지(난방·온수)의 고정 수익 등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있어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지난해 나래에너지서비스는 1656억원, 여주에너지서비스는 196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자본 조달 방식이 투자자 교체와 자회사 증자 등을 통한 우회적 재무 개선에 성공한 유연한 대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자회사의 외부 조달로 모회사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식이 모회사가 직접 차입하는 형태보다 부담이 낮다는 해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자금 조달과 함께 1조5000억원 규모의 자산 효율화도 진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203%, 순차입금은 36조원에 달했다. 오는 2030년 순차입금 20조원 미만을 목표로 제시한 만큼, 이 같은 재무 안정화 작업은 지속될 전망이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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