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제약사 중 최대 자사주 보유계열사 매각 또는 대규모 소각 가능성 부상지배구조 투명성 이슈 확대 우려
19일 유통·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8일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몇 가지 조치만 추가하면 구조적 불합리 개선은 끝날 것"이라며 여당안에 힘을 실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한 내에 반드시 소각하거나 예외 사유를 명확히 공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자사주를 장기간 보유하며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방식은 사실상 막히게 되는 셈이다.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다. 대표 사례가 대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웅은 올 6월 말 기준 전체 발행주식의 29.7%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 52.29%를 보유한 지주사다. 실질적인 대웅제약그룹의 지배 핵심이다. 최대주주는 윤재승 최고비전책임자(CVO)로, 창업주 고(故) 윤영환 명예회장의 삼남이다. 윤 CVO는 보통주 기준으로 11.64%를 보유 중이며 대웅재단(9.98%), 장남 윤재용(7.01%), 장녀 윤영(5.42%)이 뒤를 잇는다.
윤재승 CVO는 과거 임직원에 대한 '욕설 파문'으로 퇴진했다가 2022년 미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현재는 그룹의 장기 비전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은 없지만 경영권 분쟁 시 우호 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어 많은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보유해왔다. 대웅 역시 이런 '지배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대웅은 2020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총 118만5401주의 대웅제약 주식을 장내 매수로 사들였다. 총 매입 금액은 약 1200억원이다. 이를 통해 대웅의 대웅제약 지분율은 기존 41.25%에서 51.48%로 늘었고 결과적으로 별도 증자 없이 지배력이 과반을 넘어서게 됐다.
대웅은 자사주를 한 번도 소각한 적이 없다. 주가 안정이나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사실상 '지배력 유지'에 목적을 둔 셈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으면 총발행주식 수가 줄지 않기 때문에 주당 가치 상승 효과도 제한적이다.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대웅 앞에 놓인 선택지는 뚜렷하다. 하나는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계열사 등에 매각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일단 대웅이 법안 통과 전 일부 자사주 소각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달 대웅 주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보였다. 상법 개정 이슈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높다.
전체 자사주의 30%에 달하는 규모를 감안할 때 대웅이 대규모 소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있다. 계열사에 자사주를 넘기는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현재 상법상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처분이 가능하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같은 매각은 상당한 비판을 동반할 수도 있다. 자사주를 계열사나 우호지분에 넘길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HL홀딩스가 자사주 47만 주를 재단에 무상 증여하려다 '오너 지배력 강화' 비판 여론에 직면해 계획을 철회한 사례가 있다.
대웅 역시 소액주주들과의 갈등을 피하기 어렵다. 올해 3월 주총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은 "매년 자사주 10% 이상 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요구했으나 회사 측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안건 상정조차 거부했다.
한국ESG기준원 관계자는 "자사주를 상호주나 우호지분 형성 수단으로 활용하는 관행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대리인 문제를 심화시킨다"며 "상법 개정 이후에도 자사주 처분을 통한 지배력 유지는 가능하기 때문에 오히려 적극적인 주주제안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은 자사주를 어떻게 활용해 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라며 "대웅을 비롯해 자사주 보유가 높은 지주사 중심 기업들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