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금융위·금감원 '깜짝 인선'···수장 공백 끝내금융권, 관치 금융 가능성 제기···"금융시장 혼선 가능성" 금감원-금융위, 정책 불협화음 해소 및 신뢰 회복 숙제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집무실로 첫 출근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금융권에서는 새로 지명된 금융당국 수장들이 관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또 직전 금융당국 수장들이 금융 정책에서 엇박자를 보인 만큼 정책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최근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금융감독원장에는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지명했고, 지난 14일 취임식이 진행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로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 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 등을 지낸 정통 경제관료다. 세계무역기구(WTO) 국내규제작업반 의장 등을 역임하기도 해 국제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지낸 바 있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재판 등 각종 사법리스크 변호를 맡기도 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금융당국은 그간의 수장 공백을 채울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 6월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퇴임한 이후 두 달이 넘게 수장 자리가 비어있었다. 금융위원회 또한 대선 직후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사의를 표한 이후 후임 인선이 계속 미뤄져 왔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진용이 새로 꾸려진 가운데 관치금융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이 금융감독 업무 경험도 없는 가운데 이 대통령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정치적 중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금감원이 금융사의 제재·검사·감독 등을 맡고 있는 만큼 감독 과정에서 정치적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는 의혹이 나오면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출근 첫날부터 이재명 대통령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은행권에 "이자놀이에 매달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두 수장 역시 출근 첫날부터 "부동산·예금 대출 위주인 한국 금융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며 이 대통령의 발언과 같은 방향을 강조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출근 첫날부터 은행권에 저격 아닌 저격을 날린 상황에서 은행들이 느낄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두 금융당국 수장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과 대통령 최측근 법조인이 오르면서 '정통 관료'와 '정권 실세' 구도가 재현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됐던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상급 기관인 금융위와 자주 엇박자를 보인 바 있다. 특히 이복현 전 원장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 공매도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균형을 잡지 못하고 불협화음을 보이면 시장에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정책 설계와 집행이 어긋나게 되면 금융감독에 대한 신뢰 공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찬진 신임 금감원장은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취임 첫날 "의외로 과격한 사람은 전혀 아니다"라며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만한 어떠한 액션도 당장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억원 후보자 역시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시장 발전, 국내 산업 발전, 국정과제 등을 수행하는 데 있어 긴밀히 서로 협조해야 하는 관계"라며 "어제 통화한 이 원장님도 같은 취지로 공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장 두 금융당국 수장들은 시장 원칙을 우선하며 독립적 감독 기조를 확립해 관치 논란을 불식시켜야 할 과제에 직면했다"며 "두 기관 사이에서도 협업과 균형을 바탕으로 업무를 펼쳐나가며 갈등 우려를 잠재워야 한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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