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몸 사림' 끝···이젠 진짜 분양할 차례주택사업 비중 높은 대형사, 수익 반전 노려대출규제 부담에도 핵심입지에는 정면 돌파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는 전반적으로 수익성은 방어했지만, 주택 부문에서는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주택 분양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감소했고, 착공 물량도 6%가량 줄었다. 서울의 경우 6558가구가 분양돼 전년 대비 20.3% 감소했다. 이는 정비사업 지연, 대선, 대출 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등 복합 변수로 인해 건설사들이 일정을 조정한 결과다.
하지만 하반기는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변수 일부가 해소되고, 상반기 연기된 분양이 재개되면서 건설사들은 핵심 단지 위주로 일정 재편에 나섰다. 특히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등은 서울·수도권 내 고수익 사업지에 집중해 실적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날 건설업계 자료를 취합한 피알원에 따르면 하반기 분양은 강남·송파, 과천, 광명, 안양, 수원 등 이른바 '노른자 입지'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실제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은 상반기 예정됐던 주요 단지들의 분양 시점을 대부분 3~4분기로 미루고 하반기 공급 전략을 재정비했다.
현대건설은 상반기 단 3곳만 분양하며 신중한 전략을 펼쳤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과천 주암동에서 고급 브랜드 '디에이치'를 앞세운 '디에이치 아델스타'(총 880가구, 일반분양 348가구)를 공급한다. 과천 내 희소성 높은 재개발 물량으로, 프리미엄 수요층의 관심이 집중된다.
GS건설은 광명12구역 재개발을 통해 '철산역 자이'(2045가구, 일반 650가구)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안양상록, 역삼 은하수 등의 분양 일정도 하반기로 조정하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밀도 높은 공급에 나선다.
DL이앤씨는 서초구 '아크로 드 서초'(1161가구, 일반 56가구)에 이어 동작구 '노량진8구역'(가칭 아크로 노량진)을 통해 서울 서남권 첫 아크로 브랜드 공급에 나선다. 이 단지는 1·9호선 노량진역과 가까운 초역세권 입지에 위치하며, 한강 조망이 가능한 상급지로 꼽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상반기 모든 주택 분양을 유보하고,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전략 사업지를 공급한다. 연초엔 총 4곳에서 분양을 계획했으나, 노량진 등 일부 단지는 내년으로 일정을 연기했다. 하반기에도 일정 일부는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 중이다.
대우건설은 연초 계획한 약 1만5000가구 가운데 일부 일정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이월됐다. 대표적으로 충북 청주 사직1구역 재개발을 통해 공급하는 '청주 센텀 푸르지오 자이'는 총 2271가구 규모로, 일반분양만 1538가구에 달한다. GS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선보이는 이 단지는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달 서울 제기1구역 재건축을 통해 '제기동역 아이파크'(351가구, 일반분양 82가구)를 선보인다. 서울 동북권에 보기 드문 신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신혼부부와 젊은 실수요층 중심의 청약 문의가 활발하다. 다만 6.27 대출 규제에 따라 중도금 대출이 제한되는 등 금융 부담도 존재한다.
포스코이앤씨와 롯데건설의 경우 상반기부터 비교적 계획대로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 전체 물량의 40% 이상을 소화했으며, 하반기에도 문래진주 재건축(324가구, 일반 137가구), 강북3구역(920가구, 일반 499가구) 등 주요 단지를 예정대로 진행한다. 롯데건설은 상반기 김포와 대전 공급에 이어 하반기엔 '잠실 르엘'(1865가구, 일반 216가구) 등 대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하반기 분양은 곧 실적과 직결되는 만큼,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확보되는 핵심 단지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관망 기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분양가와 입지가 뒷받침되는 알짜 단지는 일정대로 공급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입지 선별' 전략이 깔려 있다. 건설사들은 "대출 규제가 강화됐더라도 강남·과천·광명 등 핵심 지역은 실수요층이 여전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고 해도, 서울 등 견고한 수요 기반이 있는 곳은 분양을 소화할 수 있다"며 "알짜 입지에선 일정 조정보다는 공급 강행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고 해도, 서울 등 수요 견고한 지역은 기본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실수요층이 존재한다"며 "특히 알짜 입지의 경우 분양가가 다소 높더라도 실거주 수요는 꾸준한 만큼, 건설사들이 일정 조정보다는 일단 공급을 강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건설사 입장에선 연내 실적 확보가 중요한 상황인 만큼, 고수익 단지를 중심으로 실적 반전을 노리는 모습도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략 단지들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한 결과물"이라며 "청약 성과는 어느 정도 기대되지만, 분양가·대출 규제·시장 심리라는 3중 변수를 얼마나 잘 뚫고 가느냐가 하반기 분양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건설사는 전략 단지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장은 내년 이후로 일정 조정하거나, 오피스텔·임대 전환 등 대체 전략을 검토하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여전히 시장 불확실성이 높고, 고금리·고원가 부담이 지속되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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