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체율 9% 돌파···신규 여신 고강도 규제 발목총량 규제에 정책대출도 포함···시중은행 대비 불리보증기반 확대에도 한계···정부 주도 제도정비 필요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 연체율은 9.0%로, 2015년 말(9.2%)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연체율은 13.65%로 전년 말보다 0.84%포인트(p) 상승했고, 가계대출 연체율도 0.19%p 올랐다.
연체채권이 늘어나는 동안 대출 공급은 급격히 위축됐다. 1분기 대출잔액은 97조9000억원으로 1조4000억원 줄었고, 총자산도 전 분기 대비 2조3000억원 감소했다. 신규 여신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대출의 부실화만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줄어든 자산에 규제 충격까지···이자수익 기반 휘청
하반기부터 적용된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는 2금융권인 저축은행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금융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에 총액 한도(6억원)를 설정하고, 다주택자 추가대출을 금지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놨다.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기존 90%에서 80%로 낮아졌고 신용대출 역시 차주의 연간소득 이내로 한도가 제한된다.
이 같은 규제는 부동산 시장 과열과 급증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저축은행은 여신구조·고객특성·조달환경 등 모든 면에서 시중은행보다 제약이 크고 규제 충격을 완화할 수단도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건전성 개선을 위해 이미 보수적으로 여신을 취급해 왔는데 이번 대책으로 신규 영업이 사실상 뚝 끊길 수 있다"며 "전체 여신이 줄면 하반기 연체율 관리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의 주고객은 고신용·고소득자 위주로 구성돼 있어 연소득 규제 적용 이후에도 상당수 차주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반면 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절대적이다. 이미 다중채무자이거나 연소득 대비 대출금이 포화 상태인 차주가 많아 규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저축은행은 여신 포트폴리오의 절반 이상이 가계대출에 집중돼 있다. 시중은행은 기업대출·외환대출·정책금융 등으로 총량 내 자산운용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만, 저축은행은 포트폴리오 조정 여력이 거의 없다. 정책모기지(디딤돌·보금자리론)까지 총량 기준에 포함되면서 서민 실수요자 대상 정책대출을 확대해 틈새를 공략하려던 전략도 쉽지 않아졌다.
또한 시중은행은 고신용자 대상 정기예금 유치력이 강하고 외화, 금융채, 유동화증권 등 다양한 수단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반면 저축은행은 대부분 단기 예금에 의존하고 있고 외부 조달수단도 매우 제한적이다. 자금조달 여건이 약한 저축은행은 대출을 더 줄이지 않고는 규제를 맞출 수 없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서민형 정책대출이나 전세보증대출 일부에 대해 총량 규제 적용 예외를 부여하고 있지만 저축은행의 체감도는 크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보증기관 연계 전산망이 부족하고 서류 처리나 심사 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기업대출도 상황은 비슷하다. 부동산 PF 회수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올 1분기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13.65%로, 전년 말보다 0.84%p 상승했다.
유동성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은 만기 짧은 예금 위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조달 다변화에 제약이 크다. 최근 고금리 예금 경쟁이 완화되며 자금유입 속도도 둔화된 상태다. LCR(유동성커버리지비율) 등 지표상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현금흐름이 막히면 즉시 유동성 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이를 의식한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달부터 예대율 한도를 다시 100%로 복원했고, 고위험 익스포저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에 대해 LCR 규제를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서민금융' 요구 커지는데 실행 역량 한계···구조적 해법 시급
다만 이 같은 조치만으로는 저축은행이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동성과 건전성 규제는 최소한의 안정 장치일 뿐, 이미 연체율이 높고 여신 운신 폭이 막힌 상태에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주도의 유연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저축은행은 최근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보증 기반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저축은행들의 보증부 대출 잔액은 1년 새 수천억원씩 늘었다. 다만 정책보증 상품의 설계 구조가 시중은행 중심으로 이뤄져 있고, 전산 인프라나 보증기관 연계 체계가 미비한 곳이 많아 업권 전반으로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여신 포트폴리오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과 부동산PF 등 고위험 익스포저에 집중돼 있다"며 "연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규제만 강화되면 자산을 줄이는 방식 외엔 선택지가 없고, 이는 다시 수익성 악화와 자본비율 저하로 이어진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축은행이 부실을 털어내고 구조적으로 재편되려면 단순 규제 강화보다는 업권 특성에 맞는 자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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