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기대감에 휩싸인 개인 투자자 복귀테마주 급등과 반복되는 고점 물림 우려분석 없는 매매, 손실 위험성 높아져

개미들은 한국 주식시장을 '천하제일 단타(단기 투자)대회장'으로 평가한다. 겉으론 누가 먼저 테마를 읽어내고 수혜주에 올라타 수익을 얻는지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금이 몰리는 종목에 빨리 들어간 뒤 언제 빠져나오느냐가 전부인 눈치 싸움에 가깝다. 대선과 같은 정치적 이벤트가 벌어진 최근 국장이야말로 단타 치기에 최고의 환경이다. 기업 펀더멘탈을 살피기보다 일단 수익 기회가 있으면 매수에 나서는 행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이번만 봐도 대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최대 테마주로 떠올랐던 상지건설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흐름은 반복됐다. 2017년 대선 직후에도 '정책 수혜 기대주'로 불리는 종목들이 급등했지만 상당수는 불과 몇 주 만에 주가가 원위치로 돌아갔다. 코로나19 이후의 팬데믹 국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등 굵직한 정치적 변화가 있을 때마다 비슷한 테마 장세가 연출됐다. 그리고 그 끝에는 항상 개인 투자자들의 고점 물림이 뒤따랐다.
정책 기대감은 투자 판단의 실마리일 수 있지만 투자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어떤 기업이 왜 수혜를 입는지, 각종 공약에 따른 정책들의 현실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주가에 이미 반영된 기대감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분석 없이 들어간 투자는 일종의 도박에 가깝다. 눈에 보이는 호재를 좇으면 기업의 펀더멘털은 뒷전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이런 투자 패턴은 정책이 지연되거나 폐기될 경우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약 발표 이후 법제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 시장은 첫 메시지에 크게 반응해 앞서 달리는 경향이 있다. 기업의 본질가치를 판단하기보다 정책 수혜 기대에 의존하는 투자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기대가 시장을 움직일 순 있어도 그 기대가 기업 가치를 만들어주진 않는다. 뉴스 한 줄에 올라탄 종목이라면 뉴스 한 줄에 무너질 수도 있다. 허니문 랠리 뒤에는 언제나 현실 점검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때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분석 없이 들어간 투자자들이다. 지금 필요한 건 앞서가는 기대가 아닌 차분히 따져보는 냉정한 판단이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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