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 정리·인사 개편···'이규호 체제' 속도계열사 지분 첫 매입···승계 기반 다지기실적 개선·신사업 육성···경영능력 시험대
코오롱그룹 4세 이규호 부회장이 경영 승계를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다져나가고 있다. 지난 2024년 부회장에 오른 후 수익성이 낮은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통폐합하며 지배구조 단순화에 나섰다. 동시에 인사 재편과 핵심 계열사 관여 확대 등을 통해 '이규호 체제'의 색깔을 입혀가고 있다는 평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그룹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부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으로는 반도체용 필름 사업부를 비롯해 전자 부품 소재, 패션 사업 일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매각과 관련해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그간 이 부회장이 '부회장' 타이틀을 달며 경영 전면에 나선 후 그룹 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어왔던 만큼 이번 매각 검토 역시 사업 재편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 공장에 차장으로 입사해 제조현장 근무를 시작으로 코오롱글로벌(건설) 부장,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코오롱 전략기획 담당 상무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현장을 두루 거치며 경영 수업을 밟아왔다. 그는 2024년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으며 그룹 체질 변화에 나섰다.
일례로 신설법인인 코오롱스페이스웍스가 있다. 그룹 계열사 전반에 흩어져 있던 항공·방산 소재 사업을 결집시킨 곳이 코오롱스페이스웍스다. 뒤이어 코오롱글로텍의 자동차 소재·부품 사업 부문을 분할 및 합병했고 코오롱글로벌은 골프·리조트·호텔 전문기업 엠오디(MOD)와 자산관리 전문기업 코오롱엘에스아이(LSI) 합병을 추진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코오롱의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포괄적 주식교환 절차를 거쳤고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올해 1월 상장 폐지됐다. 이 같은 그룹 재편들은 이 부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첨단소재, 바이오 등 미래 성장 사업에 동력을 집중시키고자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에도 사업 재편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사 재편도 이뤄진바 있다. 지난해 10월 말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코오롱ENP 대표이사 김영범 사장을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대표이사에는 CFO를 역임한 코오롱ENP 김민태 부사장을 등용하는 등 재정비를 마쳤다.
또한 코오롱제약 대표이사에는 코오롱티슈진을 맡고 있는 전승호 대표이사를 겸임 발령해 그룹 내 헬스케어 사업 전반을 총괄하도록 했다. 주요 사업에 신임 사장을 전면 배치하고 40대 젊은 임원을 대거 발탁한 것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는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그간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 '0% 후계자'로 불려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은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2441주(0.01%)와 코오롱글로벌 주식 1만518주(0.05%)를 매입했다.
현재 이웅열 명예회장이 지주사인 코오롱 지분 50.6%를 보유하며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사실상 이 부회장을 유일한 후계자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명예회장은 2018년 그룹 회장직을 물러날 당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야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 능력이 없다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혔던 바 있다. '경영 능력' 검증이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 부회장이 장자인데다, 이 명예회장의 나머지 자녀인 두 딸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부회장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한 것이다. 매입금액만 두고 보면 약 2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지만, 2013년 입사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계열사 지분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책임 경영의 의미로 매수했다는 설명이지만 향후 지배 기반을 다지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이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을 점찍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해당 계열사들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이기도 하지만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되는 곳들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매출액 4조8734억원으로 전년대비 0.6%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1.4% 감소한 10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5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올해는 변성 폴리페닐렌 옥사이드(mPPO) 사업 등을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2% 증가한 208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글로벌도 건설 경기 악화로 부진한 성적을 거둬왔다. 지난 2024년에는 연간 5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이듬해인 2025년 영업이익 37억원으로 흑자전환했으나 매출액은 전년대비 7.8% 역성장했다. 올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꾀해 지속 성장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코오롱글로벌이 제시한 올해 실적 가이던스 목표는 영업이익 1200억원이다.
결국 이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을 일궈낸다면 '경영 능력' 입증으로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 명예회장의 지분을 물려받으려면 수천억원의 증여세도 마련해야 하는데, 늘어난 이익으로 배당 등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코오롱티슈진 사내이사로 합류하며 영역을 확장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코오롱,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총 4곳에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재계 관계자는 "이규호 부회장이 부회장에 오른 후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 사업 재편하는 작업들을 지속해오고 있다"며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승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가운데 일련의 사업 및 인사 재편 역시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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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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