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세·부진에 TV 리더십 교체하드웨어 대신 플랫폼 전략 강화정기인사 깨고 수시인사 확대할듯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 변화보다 안정을 택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다만 삼성전자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말이 됐다. 위기에 처한 사업부 수장을 수시 인사로 교체하면서다. 삼성전자의 인사 기조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이다.
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4일자로 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을 교체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마케팅실장을 맡아오던 이원진 사장이 VD사업부를 이끌게 됐다. 기존에 VD사업부장이던 용석우 사장은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보좌역으로 선임됐다.
지난해 11월 사장단 정기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용 사장의 연임이 결정된 지 6개월도 채 안 돼 리더십을 교체한 것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갑작스레 수시 인사로 사업부의 수장을 교체한 배경은 그간 VD사업부의 부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6년 이후 글로벌 TV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20년 가까이 유지할 정도로 TV사업에 두각을 보여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 업황 둔화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다.
이는 실적으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전자 VD·가전(DA)사업부는 지난해 합산 기준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를 내긴 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했다.
이 사장이 VD사업부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셈이다. 이 사장은 컨텐츠·서비스 및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구글코리아 대표이사 등을 지낸 그는 2014년 삼성전자 VD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으로 영입된 후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무선사업부 서비스사업팀장을 맡아오다가 2023년 회사를 떠났고 2024년 정기 인사에서 글로벌 마케팅실장으로 복귀했던 바 있다.
이번 삼성전자의 인사에는 크게 두 가지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하나는 VD사업부나 DA사업부도 제품 개발과 하드웨어에 강점을 지닌 인물들보다는 영업, 마케팅 분야에 역량을 갖춘 리더들이 등용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VD사업부장과 DA사업부장 모두 통상 정통 하드웨어 개발자 출신들이 자리를 잡아왔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년 4월 인사에서도 DA사업부장을 김철기 부사장으로 택했다. 김 부사장은 모바일경험(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등을 거친 영업·마케팅 전문가다.
TV 시장 역시 하드웨어 중심 경쟁에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등 소프트웨어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더 이상 '제품 판매'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컨텐츠·서비스 및 마케팅 전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TV를 플랫폼 기반 수익 사업에 드라이브를 거는 등 전략적 포석이 깔려있다는 해석이다.
또 다른 기조는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정기 인사에 국한되지 않고 수시 인사를 상시화한다는 점이다. 지난 2024년 5월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갑작스레 교체했다. 삼성전자는 그간 사장단 인사를 정기 인사에서 해왔던 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삼성전자의 사장단 수시 인사는 본격화됐다. 지난해 3월에는 최원준 부사장을 모바일경험(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승진시켰고 같은해 4월에는 마우로 포르치니를 DX부문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2026년 정기 인사' 때도 "향후에도 우수인재를 연중에 승진시키는 수시인사 기조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신상필벌에 따른 수시인사가 사실상 상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보니 예전처럼 1년 단위로 대응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삼성전자도 작년 말 인사에서 예고했듯 수시인사를 통한 리더십 교체는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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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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