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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6공 아닌 회사 금고에서 나왔다"···'비자금' 공방의 씁쓸한 뒷맛

산업 재계

"6공 아닌 회사 금고에서 나왔다"···'비자금' 공방의 씁쓸한 뒷맛

등록 2024.06.19 07:34

차재서

  기자

'30년前 비자금', SK家 이혼소송 쟁점으로관련 인물 부재에 진상규명 어렵다는 계산?"사회적 여론 감안해 책임 있는 소명 필요"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6공화국 비자금 의혹'이 최종심을 앞둔 'SK가(家) 이혼소송'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정부의 후광으로 그룹이 성장했다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주장에 최태원 회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맞받아치면서다.

다만 말이 오가며 6공화국 그리고 SK그룹 '비자금'의 존재가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면서 결국 양쪽 모두 상처를 들춘 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 이혼소송 항소심을 달군 키워드는 '비자금'이었다. 옛 정부가 SK에 사적인 자금을 지원해 증권사와 통신사를 인수하도록 도왔다는 노소영 관장 측 법정 증언이 불씨가 됐다. 당시 대통령이던 노태우 씨가 사돈 최종현 SK 선대 회장에게 300억원을 전달했다는 게 요지다.

실제 선경그룹(SK의 전신)이 태평양증권을 인수한 1992년에도 증권가에선 비슷한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 선경이 인수에 571억여 원을 들였는데, 그 중 280억원에 대해선 선대 회장의 개인 자금이라고 언급했을 뿐 정확한 출처를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노소영 관장도 이를 염두에 두고 틈새를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최태원 회장 측은 반박하고 있다. 비자금이 어떤 방식·용도로 누구를 통해서 SK에 흘러들어온 것인지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돈을 받았다는 '말'만 사실로 치부되는 상황을 비판하며, 태평양증권(현 SK증권) 등 인수 재원은 독자적으로 마련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른바 '그룹의 비자금'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비자금'이란 껄끄러운 대상을 놓고 양측이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는 모양새여서다.

물론 두 진영 모두 나름의 계산은 있었을 것으로 재계와 법조계는 분석한다. 당사자가 모두 별세했기 때문에 30년 가까이 지난 일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고, SK증권은 현재 그룹 계열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에게도 명분을 찾아볼 수 있다. 급하게 비자금이란 명칭을 붙였지만 어디까지나 오너일가가 아닌 조직의 이익을 위해 썼고, 그 돈을 고스란히 회사로 돌려놨다는 대목이다.

201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사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게 되자 2018년 사모펀드 J&W파트너스에 SK증권 지분 전량을 넘겼다. 매각가는 515억원으로 인수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SK증권이 20년 이상 그룹에 머무르며 창출한 유·무형적 가치를 고려하면 결코 손해를 본 장사라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떳떳하지 않은 방식으로 마련하는 비자금의 본질을 고려했을 때 두 사람의 설전이 다소 아쉽다는 게 재계의 시선이다.

통상 기업은 실제보다 이익을 줄여 잉여분을 축적하거나 제품 가격을 정가보다 높여 파는 식으로 비자금을 확보한다. 환전도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간과해선 안 되는 부분은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필연적으로 피해를 입는다는 점이다. 비싼 값에 물건을 사는 거래처나 실적 축소로 낮은 평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경영진, 원하는 배당을 받지 못하는 주주가 그렇다.

이렇다 보니 재계 전반에선 노소영 관장이 불필요한 증언에 우려를 표시하며, 기업을 향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린 발언에 대한 책임 있는 소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노태우 비자금 조성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여론도 확산되는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인 소송을 위해 옛 정부와 기업의 '비자금'까지 끄집어낸 것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면서 "그 돈이 어디서 나왔든 그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일리 없는 만큼 진정성 있는 사과로 사태를 진정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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