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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1등 삼성' 무너질 수도···이재용 회장의 위기의식

산업 전기·전자 NW리포트

'1등 삼성' 무너질 수도···이재용 회장의 위기의식

등록 2023.12.13 07:54

이지숙

  기자

D램 반도체 점유율 하락, 파운드리도 주춤조직개편 통해 신기술 확보·경쟁력 강화 집중연말 인사 규모 축소···"내년 반도체 회복 대비"

"지금 세계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반도체 시장은 물론 전 세계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등 상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일들은 사전에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부당합병 사건 결심 공판에서 꺼낸 최후진술에는 현재 삼성전자가 현재 처한 상황이 그대로 담겼다.

그동안 '1등 DNA'를 품고 성장해 온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 등 주요 사업 곳곳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마트폰은 애플과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반도체는 D램과 파운드리 모두 위기감이 커졌다.

대규모 적자에 D램·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도 '흔들'
올해 반도체 업계 불황으로 대다수의 기업이 적자를 이어간 가운데 삼성전자도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실적의 한 기둥을 담당했던 반도체 부문은 1분기 4조5800억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에도 3조75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누적 영업손실은 총 12조6900억원에 달한다.

'1등 삼성' 무너질 수도···이재용 회장의 위기의식 기사의 사진

굳건히 1위를 지키고 있던 D램 시장점유율은 올해 내내 하향 곡선을 그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43.9%였던 삼성전자의 D램 시장 점유율은 3분기 38.9%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분기 24.4%에서 34.3%로 급등했다.

양사 점유율 격차가 대폭 줄어든 것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DDR5 출하량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독점 납품해왔다.

파운드리의 경우 올해 들어 꾸준히 점유율을 올리고 있으나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4%로 57.9%인 TSMC와 45.5%포인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SK하이닉스의 추격을 걱정해야 하고 파운드리는 아직 대형 고객 확보에 어려움 겪고 있다"면서 "메모리는 기술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집중해야 하고 파운드리는 대형 고객사를 잡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적자에도 보수적 인사···의미는?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에도 보수적인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신상필벌 기조 대신 안정 속 쇄신에 무게가 쏠린 것이다.

삼성전자 CEO인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이 자리를 지켰으며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주요 사업부장 3인도 모두 유임됐다.

반도체 부문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상무 승진자는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반도체 부문 부사장 승진자는 26명, 상무 승진자는 43명이었으나 올해의 경우 부사장 승진자 23명, 상무 승진자 23명으로 줄었다.

단 세대교체는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경영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갖춘 리더들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강화한 것이다. 특히 성장 잠재력을 갖춘 30대 상무와 40대 부사장 등 젊은 임원들을 발탁해 주목받았다.

경계현 사장은 DS부문장과 함께 최상위 연구개발(R&D) 조직인 SAIT(옛 종합기술원) 원장까지 맡아 역할을 넓힐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AIT와 DS부문과의 연계가 강화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성의 보수적인 인사에 대해 반도체 회복 시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 반도체 부문의 적자는 삼성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자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람을 교체해 실적 회복의 방법이 있다면 교체했겠지만 그런 문제가 아니다. 반도체가 회복할 땐 큰 폭으로 회복이 되는 만큼 현 상태를 유지해 대비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직개편 통해 미래 준비 사활···내년 상승세 기대
삼성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조직개편에서는 미래 준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속적으로 '기술 초격차'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신기술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시스템LSI사업부는 시스템온칩(SoC)사업팀, LSI사업팀, 센서사업팀 등 3개 사업팀 체제로 전환해 '2030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위한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센서사업팀은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이 수장을 맡으며 신설된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책은 작년 3월 퇴임했던 이제석 시스팀LSI 부사장이 복귀해 맡게 됐다. 센서사업팀은 모바일용에 이어 차량용으로 라인업을 확대하고 선두주자인 일본 소니와 격차 좁히기에 힘쓸 예정이다.

또한 반도체 공정용 소재·부품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소재부품센터'도 신설됐다. 이는 소재, 부품, 분석 기술, 계측 기술 연구 부서를 통폐합한 조직으로 소재와 부품 성능을 점검해 기술 완정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차세대 공정개발팀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차세대 공정개발실로 조직이 격상됐다. 이 곳에서는 첨단공정 개선, 신기술 발굴에 집중하게 될 전망이다.

한편 내년 반도체 업황은 올해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4분기 시작된 메모리 업계의 감산에 따라 업계 재고는 하락하고 있으며 10월부터 메모리 고정 가격은 반등을 시작했다. AI GPU 경쟁에 따른 신규 칩 출시와 HBM 고용량화 등으로 내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 생산 능력은 15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시기상 순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AI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삼성이 그 부분을 잘 공략한다면 D램 점유율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파운드리의 경우 단기간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지금처럼 첨단공정을 공략하며 삼성전자 내부에서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제품 생산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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