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인 없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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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없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등록 2026.03.11 16:36

수정 2026.03.11 16:51

이지숙

  기자

정부, 주주총회 결의 기준 상향 조정 추진제도 미비 지적 속 실효성·시기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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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올해 초부터 가동한 금융지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의 결과물이 이달 공개된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TF를 출범시키고 경영진·이사회의 '참호구축' 방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해왔다.

은행과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논란은 과거부터 수차례 반복돼왔다. 확실한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기업인 금융지주 특성상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과 이사회 독립성에 대한 잡음이 계속 흘러나온 탓이다.

이달 발표될 개선안에는 지주 회장 연임 안건을 주주총회 일반결의에서 특별결의로 강화하고 사외이사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은행과 금융지주사의 경우 정부가 허가제로 운영하며 과점 체제를 이루고 있는 만큼 타 산업 대비 높은 공공성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단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는 그 무게가 지배구조 개선에 있는 것인지, 단순히 길들이기인지 모호해 보인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번 지배구조 개선책을 마련하며 금융사에 '선반영'을 요구하다 실패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은 한 목소리로 지배구조 개편안 확정 전이라도 개선점을 선반영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실제 금융지주 주총 안건에는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사들은 오히려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선반영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향후 제도 개선안이 어떻게 나올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사회와 주주들을 설득해 정관 개정에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특별결의'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특별결의는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출석과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일반결의보다 강화된 의결 요건이 적용되는 점이 특징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에 "후보자들이 골동품이 된다"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지만 외국인 지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현 주주구성 체제에서 '특별결의'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가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TF 결과물을 당초 개선안 발표시점 보다 앞당겨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단 이마저도 금융지주의 주총 안건 논의가 끝난 만큼 빠른 시일내에 적용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한 뒤 첫 발표되는 지배구조 개선안은 시작도 전에 김이 빠진 모습이다.

좋은 지배구조 도입을 위해서는 '금융사 길들이기'를 위한 채찍질이 아닌 좋은 개선책과 꼼꼼한 구조가 설계될 필요가 있다. 또한 단순히 장기집권을 막고 임기를 단축하는 것만으로는 '건전한 지배구조'라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는 2013년 12월 금감원의 지배구조 모범관행 발표 후 2년 3개월 만에 또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금융당국이 발표할 개선책이 이번에 제대로 된 해법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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