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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미국·동남아·인도 넘나든 현대차···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의 신박한 투자

산업 자동차 NW리포트

미국·동남아·인도 넘나든 현대차···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의 신박한 투자

등록 2023.07.10 07:53

박경보

  기자

승차공유·자율주행·로보틱스·AI 등 스타트업에 투자2017년부터 올 1분기까지 1조3000억원 쏟아부어수익 없지만 '현대모터웨이' 추진 위해 돈 안아껴

미국·동남아·인도 넘나든 현대차···글로벌 모빌리티 기업의 신박한 투자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있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분야를 비롯해 로보틱스, 인공지능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폭 넓은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각에선 대규모 평가손실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만 현대차는 당장의 투자수익보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의미를 두며 느긋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20일 전동화 전환의 핵심전략인 '현대모터웨이' 추진을 위해 10년간 109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향후 연구개발(R&D) 47조4000억원, 설비투자 47조1000억원, 전략투자에 14조9000억원을 쏟아 부을 방침이다.

현대차는 성공적인 현대모터웨이 추진과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점을 위해 글로벌 선진기업에 대한 전략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지난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무려 1조3000억원을 국내외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미래 신산업 분야의 부족한 리소스를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보완하기 위해서다.

일단 지금까지의 전략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투자처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스타트업 특성상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좋더라도 시장상황이 맞지 않으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랩·오로라·올라·솔리드파워, 유망하지만 외형은 제자리
현대차의 가장 대표적인 투자처는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이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말 동남아 모빌리티 서비스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약 269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그랩에 투자했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축적된 그랩의 서비스 경쟁력과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 경쟁력을 결합해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현대차의 계획이었다. 이후 그랩은 지난 2019년 싱가포르 차량호출 서비스를 위해 코나 전기차 200대를 사들이며 현대차와의 협업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현대차가 그랩 투자로 떠안은 평가손실액은 약 1875억원에 달한다. 성장 둔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투자심리가 짓눌리면서 최근 그랩의 주가는 바닥을 기고 있다. 그랩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30% 증가한 5억25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당일 주가는 오히려 10% 이상 떨어졌다.

지난 2019년 12월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양투자조정부 청사에서 전기차 기반의 차량호출 서비스에 이용될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전달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지난 2019년 12월 1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해양투자조정부 청사에서 전기차 기반의 차량호출 서비스에 이용될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전달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무려 2790억원(기아 제외)을 투자한 인도의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올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3월 올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인도의 공유경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플릿 솔루션 사업 개발, 인도 특화 전기차 생태계 구축,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 등을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다. 당시 현대차와 기아가 투자한 3384억원은 그랩을 뛰어넘는 전략투자 신기록이다.

현대차는 올라와의 협업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안정적인 플릿 수요처를 확보하게 됐지만, 투자수익 측면에선 재미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말 기준 올라의 손손실액은 834억원, 현대차의 평가손실액은 113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가 지난 2019년 238억원을 투자한 미국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로라 이노베이션'도 외형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오로라는 자율주행 분야 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 인지 및 판단 분야 각종 센서와 제어 기술 등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현대차는 오로라와의 협력을 위해 전략투자를 단행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현대차의 평가손실액은 555억원으로, 최초 투자액의 두 배를 넘어선다. 오로라는 지난해 말 2조2260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액을 기록할 만큼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오로라의 기업가치는 지난 2021년 200억달러를 넘어섰으나 현재는 33억달러까지 내려온 상태다.

현대차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단행한 전략투자들도 대규모 평가손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32억원을 투자했던 '솔리드파워'는 약 402억원, 2021년 340억원을 쏟아부은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은 315억원의 평가손실로 되돌아왔다.

현재 현대차는 배터리 역량 내재화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스타트업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솔리드파워와는 전고체 배터리 요소 및 공정기술 확보를 위해 협업 중이며, 미국 SES와도 리튬메탈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은 지난해 각각 123억원, 54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가 비교적 최근에 투자한 '아이온큐'도 -91억원의 평가손익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1년 9월 미국의 양자 컴퓨팅업체 '아이온큐'에 약 71억원을 투자하고 자율주행과 배터리 기술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아이온큐는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설립에 참여해 국내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나 지난해 당기순손익은 -386억원에 머물렀다.

음성인식과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인 사운드하운드도 현대차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지만 170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을 기록 중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인 사운드하운드는 지난 2012년 현대차의 23억원 규모의 전략 투자 이후 구체적인 협업을 이어왔다. 음악정보를 인공지능 음원 서버를 통해 찾아주는 '사운드하운드' 기능을 벨로스터, 싼타페 등 주요 신차에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사운드하운드 역시 지난해 10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오랜 기간 적자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협업을 위한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 목적의 지분투자도 대부분 평가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9년 영국의 상용 전기차 개발업체인 어라이벌에 1031억원을 투자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평가손실액은 1010억원에 달한다. 139억원을 투자한 레브(인도 차량공유업체)와 417억원을 들인 딥글린트(중국 AI업체)도 각각 235억원, 42억원 가량의 평가손실로 되돌아왔다.

전략적인 해외 투자가 손실로 이어지면서 일각에선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율주행, 차세대 전기차, 차량 공유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들이 본격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가 투자했던 주요 기업들의 외형이 제자리인 것도 미래 모빌리티 기술에 대한 회의론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 공동개발한 넥쏘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오로라와 공동개발한 넥쏘 자율주행차. 사진=현대차 제공

게임체인저 위한 정의선의 승부수 '전방위 협력'
하지만 현대차는 전략투자를 단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미래 기업가치가 높은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정의선 회장은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을 위한 전방위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현대차는 향후 미래도시가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접목된 물류 시스템과 교통 인프라로 운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자율주행차, 드론, 자동배달 로봇 등 다양한 자율주행 이동수단을 하나로 통합해 차량 호출, 카 셰어링, 로보 택시, 스마트 물류, 음식 배달 등 각각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현대차가 잇따른 평가손실에도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는 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개발역량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전략투자액이 현대차그룹의 규모 대비 크지 않은 것도 현대차가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배경으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신사업 분야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단행하는 것"이라며 "미래 산업은 융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대기업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비중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100번의 전략투자 중에 1~2번만 성공하더라도 얻는 것이 매우 크다"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차‧기아는 투자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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