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8일 목요일

  • 서울 18℃

  • 인천 16℃

  • 백령 15℃

  • 춘천 23℃

  • 강릉 17℃

  • 청주 21℃

  • 수원 17℃

  • 안동 22℃

  • 울릉도 14℃

  • 독도 14℃

  • 대전 22℃

  • 전주 18℃

  • 광주 20℃

  • 목포 16℃

  • 여수 17℃

  • 대구 23℃

  • 울산 15℃

  • 창원 18℃

  • 부산 16℃

  • 제주 17℃

산업 K배터리, 중국과 아슬아슬 '줄타기'···정치적 리스크 '살얼음판'

산업 에너지·화학

K배터리, 중국과 아슬아슬 '줄타기'···정치적 리스크 '살얼음판'

등록 2023.05.02 15:15

김현호

  기자

LG엔솔·SK온·LG화학 등 중국 기업과 잇따라 동맹제련광물 中 의존도 높아···리튬·코발트 등 압도적미·EU 中 때리기 부담···"전기차 생산 어려울 수도"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진행되는 와중에 국내 배터리 업계는 오히려 중국 기업과 '합종연횡'을 이어가는 추세다. 제조사뿐만 아니라 소재 기업까지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정확히는 제련된 광물을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인데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내 기업이 느끼는 정치적 리스크가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K배터리, 중국과 아슬아슬 '줄타기'···정치적 리스크 '살얼음판' 기사의 사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양극재 핵심소재를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리튬화합물 제조 업체 야화(Yahua)와 아프리카 모로코 지역에서 수산화리튬 생산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상태다. 수산화리튬은 국내 기업이 주력으로 사용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전구체와 합성하기 쉬워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원료로 사용된다.

SK온은 중국 전구체 기업 GEM 등과 전구체 생산시설을 세우기 위해 투자협약을 맺었다. 전구체 5만톤 생산체제 구축을 목적으로 새만금에 최대 1조21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구체는 NCM 등 원재료를 조합한 화합물로 양극재 원가의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여기에 리튬을 배합하면 양극재가 최종적으로 생산되게 된다.

배터리 소재 기업도 중국 기업과 동맹을 맺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합작사를 세워 연간 10만톤 규모의 전구체 생산 계획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구체 10만톤은 전기차 100만여 대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또 포스코그룹은 세계 전구체 생산 1위 업체인 중국 CNGR과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전구체 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이 중국 기업과 손을 잡는 이유는 배터리 광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광물은 채굴된 이후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련(製鍊) 과정을 거쳐야 양극재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제련된 광물이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으로선 '정치적 리스크'에도 중국 기업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에너지 조사기관 BNEF(블룸버그 뉴에지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수산화리튬 주요 제련국 가운데 중국 비중은 75%에 달했다. 또 중국에서 제련되는 망간과 코발트 제조 비중은 각각 90%, 70%를 차지했다. 배터리 광물의 원산지는 호주(리튬), 콩고(코발트), 남아공(망간) 등으로 나누어져 있으나 제련시설이 중국에 있다 보니 사실상 배터리 핵심광물은 모두 중국의 통제하에 있는 상황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이유는 세계 각국이 환경오염을 이유로 제련시설 운영을 주저한 탓이 크다. 한국무역협회는 리튬의 경우 "수자원을 많이 사용해 채굴·제련 과정에서 사용되는 용수에 금속 독성물질을 주입하거나 부영양화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니켈, 코발트 등을 제련하는 경우에는 탄소 배출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도 제련시설 운영을 기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련기업으로 고려아연, LS MnM(구 LS니꼬동제련), 영풍 등이 있으나 이들 기업은 구리, 아연 등 비철금속을 제련할 뿐이다. 현재 배터리용 리튬 제련시설을 운영 중인 기업은 에코프로이노베이션 한 곳에 불과하며 양극재 선두기업인 LG화학, 포스코퓨처엠(구 포스코케미칼)은 제련시설이 없다.

배터리 업계로선 배터리 원가 비중이 50%에 달하는 양극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있으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역풍도 우려되고 있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 법안 때문이다.

지난달 초 미국은 2025년부터 '해외우려기업(FEOC)'으로 지정한 곳에서는 광물 수입을 금지하도록 하는 IRA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FEOC는 추후 공개될 예정이나 IRA 도입 목적이 '중국 배제'인 만큼 중국 기업이 FEOC에 포함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의존도를 '제로(0)'로 만들지 못할 경우 국내 기업으로선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유럽판 IRA로 불리는 CRMA는 EU 역외 생산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에 비용을 부과하는 정책이다. 즉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봐 온실가스 배출이 기준치를 넘어갈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뜻이다. 배터리 핵심광물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업계의 유럽 시장 공략이 어려울 수 있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규제가 자칫 자국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제련한 광물을 사용하지 못할 경우 현재로선 전기차 배터리 제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럴 경우 배터리 공급에 차질이 생겨 전기차 생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