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예상보다 더 급진적인 美 전기차 정책, 현대차·기아엔 '기회'

산업 자동차

예상보다 더 급진적인 美 전기차 정책, 현대차·기아엔 '기회'

등록 2023.04.13 16:33

박경보

  기자

2032년 美서 10대 중 7대는 전기차로 팔아야가장 공격적인 전동화 공표한 현대차도 놀라"준비잘된 우리에겐 호재"···규제 완화 가능성도

예상보다 더 급진적인 美 전기차 정책, 현대차·기아엔 '기회' 기사의 사진

미국 정부가 급진적인 배출가스 규제안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전동화 정책을 내세웠던 현대차‧기아도 전기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규제안이 우리기업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12일(현지시간) 차량 배출 기준 강화안을 공개했다. EPA은 앞으로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쳐 강화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새로운 규제안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는 이산화탄소(CO₂), 질소산화물(NOx) 등의 배출가스를 큰 폭으로 줄여나가야 한다.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은 1마일당 82g으로, 2026년식 보다 56%나 낮은 수준이다.

EPA는 전기차 운행 5년 또는 주행거리 6만2000마일 동안 배터리 성능을 80%까지 유지하도록하는 기준도 제시했다. 또 배터리와 관련된 전동장치의 품질도 8년/8만마일 동안 보증하도록 했다. 특히 전기차 제조사는 배터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도 차량에 설치해야 한다.

이번 규정안이 시행되면 전기차의 환산연비도 큰 폭으로 낮아진다. 2022년식 기준 390.6MPGe였던 기아 니로EV의 환산연비는 약 30% 감소한 110.3MPGe로 내려앉게 됐다.

이 같은 배출가스 기준이 확정될 경우 미국시장의 완성차업체들은 내연기관차의 판매 비중을 대폭 낮춰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EPA는 203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67%가 전기차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이 5.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급진적인 전동화 전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현대차와 기아도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5만8000여대에 달하지만 판매 비중은 전체(147만대)의 3.9%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각각 58%, 47%까지 높일 계획이었다. 미국에서 GM과 함께 가장 많이 팔리는 토요타가 전기차 판매 비중 50% 달성이 어렵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 목표치도 미국의 새 규제안보다 10~20%p 가량 낮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2025년부터 가동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공장의 연간생산능력도 30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미국시장에서 누적판매 1500만대를 달성한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시대를 맞아 매우 중대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미국의 배출가스 규제안이 현대차‧기아 등 우리기업에게 나쁠 것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의 전기차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겠지만, 오히려 경쟁업체들과 격차를 벌릴 기회라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글로벌 전기차 시장 1위는 중국"이라며 "미국이 과도하게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한 건 중국에 넘어간 전기차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완성차업체들이 이 같은 규제안을 따라올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미국업체들이 충족하지 못하는 규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업체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앞서 있는 현대차와 기아도 이번 규제에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배터리와 반도체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입지를 갖고 있는 만큼 전기차 관련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미래 준비가 잘 된 우리기업들에게 미국의 이번 규제안은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