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 시즌 앞두고 경영진 변화 셀트리온·바이오노트, 오너 참여 본격화한미약품은 R&D 강화···'안정' 택한 기업도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약바이오 업종 상장기업 51곳이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 극복과 미래 전략 재정비를 위해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신규 선임과 교체 안건을 의결한다.
위기대응에 나선 기업들은 크게 오너가 직접 경영에 나서는 곳들과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는 곳들로 나뉜다.
오너 경영은 주인 의식을 바탕으로 신사업 투자 등에 대한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글로벌 시장 진출과 신약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셀트리온그룹은 서정진 명예회장의 한시적 경영복귀를 추진하고 있다. 서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지 2년만이다.
그룹은 지난 3일 각 사별 이사회를 개최하고 서 명예회장을 2년 임기로 셀트리온홀딩스와 셀트리온그룹 내 상장 3사인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이 안건은 오는 28일 열리는 각 사 주주총회 및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서 명예회장의 경영복귀는 현 경영진들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당초 예상보다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올해가 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이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현 경영진의 리더십으로도) 회사가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서 명예회장의 추진력과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이 있다면 그룹 성장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조영식 에스디바이오센서 회장도 바이오노트의 사내이사로 다시 복귀한다. 엔데믹 전환에 따른 실적 급감으로 위기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너가 경영 전면에 나서 신사업 등의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은 바이오노트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다. 바이오노트는 오는 29일 주총에서 조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오너 2세가 경영에 참여하는 곳도 있다.
삼진제약은 오는 24일 열리는 주총에서 공동 창업주 조의환, 최승주 회장의 자녀인 조규석, 최지현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최 부사장은 홍익대 건축학 석사를 졸업해 현재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텍사스대 회계학 석사를 마치고 회사에서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 중이다.
삼진제약은 경기침체와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 재정비 및 각 본부의 핵심역량 강화 등에 주력하는 것을 올해 주요 목표로 세운 바 있다.
이와 함께 삼진제약은 정관변경을 통해 신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올해 사업목적에 '동물약품, 동물건강기능식품, 동물사료 제조 및 도소매업', '기술 시험, 검사 및 분석업'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회사측은 "사업다각화를 위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미약품그룹은 주요 계열사들의 경영진을 대폭 개편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전문경영인은 전문적인 경영 역량이 뛰어나 안정적인 실적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미약품은 오는 29일로 예정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박재현 부사장(제조본부장), 서귀현 부사장(R&D센터장), 박명희 전무(국내사업본부장)를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루며 '2세대 전문경영인 체제'를 본격화한다.
앞서 회사는 창립 50주년을 맞는 2023년 새로운 R&D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권세창 전 사장과 이관순 전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하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박 부사장은 성균관대 제약학 박사를 취득하고 한미약품 팔탄공단 공장장(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서 부사장은 경희대 화학 박사 취득 후 한미약품에서 연구센터장(전무이사)을 지냈으며, 박 전무는 덕성여대 악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학 석사 취득 후 한미약품 마케팅사업부장(상무이사) 등을 지냈다.
이달 20일로 임가가 만료되는 차남 임종훈 사장의 재선임 안건은 상정하지 않았다. 사내이사 신규 선임 안건이 이대로 의결되면 한미약품 창업자인 고(故) 임성기 전 회장 자녀 가운데 등기이사는 임종윤 사장만 남게 된다. 임 사장 임기는 내년 3월26일까지다.
이와 함께 한미약품은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로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 윤도흠 성광의료재단 의료원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등 3명을 선임하는 안건도 주총에서 상정한다.
한미약품의 지주사격인 한미사이언스 또한 오너 2세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임 전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9일 주총에서 송 회장의 재선임과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의 신규 선임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 부사장은 울산대 의학박사 취득 후 한미헬스케어 대표이사 부사장(의료기기사업부)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미사이언스에서 헬스케어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2021년부터 2세들이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임 사장은 지난해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아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에서 내려왔고, 차녀인 임주현 사장은 자진 사임했다.
일부 기업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굳건히 하며 변화 대신 안정을 추구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곳은 제일약품이다. 회사는 오는 24일 주총에서 성석제 현 대표이사의 7연임 안건을 추진한다.
성 대표는 2005년부터 18년간 회사를 이끌고 있으며, 이번에 재선임 안건이 통과되면 20년 이상 대표이사직 수행하게 돼 업계 내 최장수 경영인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1960년생인 성 대표는 취임 후 제일약품의 매출 규모를 3배 이상 키운 인물로 알려진다.
다만 지난해 12월 승진한 오너 3세 한상철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도 이날 상정할 예정이어서 전문경영인과 오너 후계자의 경영 스타일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서진식 일동제약 사장, 신영섭 JW중외제약 대표이사, 백진기 한독 대표이사, 노병태 대화제약 대표 등의 재선임도 예고됐다.
지난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초로 3조 매출 기록을 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일찍이 존림 대표의 연임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 성장 기조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지난 2018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합류한 존림 대표는 초대 대표였던 김태한 전 사장의 바통을 이어 받아 제 3공장 운영을 총괄했다. 그는 미국 스탠포드대에서 화학공학 석사 학위를, 노스웨스턴대에서 MBA를 각각 받았으며 다국적 제약사 로슈, 제넨텍 등 글로벌 제약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쳤다.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2020년 12월부터는 초고속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회사의 별도기준 매출은 2조 4373억원으로, 2020년 매출 1조 1648억과 비교해 2배 이상 성장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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