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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회장 일가, ‘정석기업’ 주식 1년 반만에 처분

[Why]조원태 회장 일가, ‘정석기업’ 주식 1년 반만에 처분

등록 2021.03.29 13:43

이세정

  기자

조 회장 일부, 이명희·조현민 전량 매각현금 총 481억어치···리스크 없는 알짜회사2600억 규모 상속세, 배당·임원 겸직 등으로 마련코로나 탓 주력사 무배당, 항공계열사서도 물러나지분 현금화 이득 판단, 업적금 등 현금 조달 가능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부동산 관리회사 ‘정석기업’ 주식을 처분했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지 1년 6개월여 만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막대한 상속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최고 알짜회사인 정석기업은 고배당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 오너가 수중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제한적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과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 부사장은 500억원에 육박하는 정석기업 주식을 팔았다. 오너가는 지난 2019년 11월 조 전 회장으로부터 재산과 계열사 주식 등을 상속받기 전까지 정석기업 보유 지분이 전무했다.

조 회장은 이달 19일 정석기업 주식 9326주를 매도했다. 지분율은 4.59%에서 3.83%로 낮아졌다. 이 고문과 조 부사장은 주식 전량인 8만4685주(6.87%)와 5만6458주(4.59%)를 각각 처분했다. 경영권 분쟁으로 가족들과 결별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번 지분 정리에서 제외됐다.

오너가 3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총 15만469주이며, 처분 단가는 32만원이다. 조 회장과 이 고문, 조 부사장은 각각 29억8400만원, 270억9900만원, 180억6700만원 총 481억5000만원을 확보했다.

정석기업 주식을 사간 곳은 특수목적법인(SPC)이라는 것 외에 알려진 바가 없다.

이에 따라 정석기업 지분구조에는 일부 변동이 발생했다. 최대주주는 48.27%의 지분율을 가진 한진칼로 동일하지만, 2대주주에는 12.22%의 SPC가 올랐다.

정석기업은 조 전 회장 별세 직후부터 오너가 상속세 자금 마련의 핵심 창구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서울 소공동 한진빌딩 본·신관과 인하국제의료센터 등을 소유한 정석기업은 사무실 임대와 관리, 용역 업무를 주요 사업으로 하며 외부 리스크에 따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30% 안팎의 영업이익률 등 기복없이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은 물론, 고배당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 조달이 수월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정석기업은 2015년부터 주당 5000원을 배당해 왔다. 지난해 기준 조 회장 등 3남매는 2억8229만원을, 이 고문은 4억2343만원을 받았다. 총 12억7030만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배당 여력과 직결되는 이익잉여금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한 3282억원인 만큼, 올해도 이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석기업 주식만으로 매년 1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오너가가 지분을 매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오너가 4인이 내야 하는 상속세 규모는 2600억원 상당이다. 2023년까지 6회에 나눠내는 연부연납 제도를 신청했는데, 매번 430억원 가량을 마련해야 한다. 1인당 총 부담액은 650억원이다.

당초 오너가는 타 계열사 배당금과 임원 겸직,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현금 창출에 나섰다.

조 회장의 경우 지난해 각 계열사에서 약 1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재직하며 19억원의 보수도 수령했다.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마련한 400억원 등을 감안하면, 빠듯하게 나마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다.

이 고문은 배당과 함께 정석기업과 한국공항 고문으로 현직에서 근무하며 급여를 받았다. 조 부사장 역시 한진칼, 정석기업, ㈜한진, 토파스여행정보 4개사에서 임원을 겸직했다.

하지만 올해는 현금 동원력이 녹록치 않다.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다. 주당 1만4000원을 배당하던 토파스여행정보는 항공업 전반에 덮친 코로나19 리스크로 배당 여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더욱이 이 고문과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전제조건인 ‘오너가는 항공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를 이행하기 위해 겸직하던 계열사에서 물러났다. 현재 이 고문은 정석기업 사내이사로 근무하고 있고, 조 부사장은 정석기업과 ㈜한진에만 적을 두고 있다.

상속세 전략을 전면에서 재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오너가는 정석기업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는 이 시기에 지분을 현금으로 맞바꾸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석기업 주식 가격은 2014년 주당 24만원, 2016년 29만원, 2018년 30만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정석기업 지분 축소가 오너가의 한진그룹 지배력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배당 외 다른 방안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정석기업은 매년 4월 이사회를 열고 전년도 실적에 대한 임원 업적금 지급을 결정한다.

비상장사로 구체적인 금액대는 비공개지만, 업계에서는 억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고문과 조 부사장이 정석기업 임원으로 남아있는 이유와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석기업은 탄탄한 회사이지만, 오너일가 입장에서는 배당금이 주는 매력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조 전 회장 별세 전에도 오너가는 정석기업 사내이사로 근무하며 보수와 상여금 등을 받아왔다. 지분 매각에 따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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