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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 ‘적과의 동침’도 불사?

[日경제보복 파장]전기차 배터리 ‘적과의 동침’도 불사?

등록 2019.08.05 11:11

수정 2019.08.05 11:32

이세정

  기자

4대 핵심소재, 일본산 의존도 낮아 업체별 대응전략 마련···장기화시 공급차질분리막 80% 이상 일본수입···LG화학 우려대체처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 “경쟁사에 납품 가능”

그래픽=박혜수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한 가운데, 국내 배터리 업계간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가 생산하는 관련 부품을 경쟁사에 납품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배터리 업체간 기싸움이 당분간 냉각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5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이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게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전 산업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의 백색국가 제외를 골자로 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7일 공포 후 28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성장성이 높게 평가되는 만큼, 일본발(發) 보복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4대 핵심부품으로 꼽히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은 일본산 의존도가 높지 않다. 국산이나 중국산 조달 비중을 늘린 덕분에 당장은 수급 차질을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 일부 비핵심 소재는 일본산 비중이 80% 수준으로 파악된다. 특히 파우치는 일본 DNP와 쇼와덴코가 전 세계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다.

각 업체들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발표를 전후해 재고현황 점검에 돌입했다. 시나리오별 전략을 마련한 뒤, 향후 어떤 품목에 수출규제 조치가 발동하는 지에 따라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에서는 사태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비핵심 소재는 기술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조기에 국산화율을 높일 수 있지만, 핵심소재는 상황이 다르다. 분리막의 경우 일본산 의존도가 83%(해외공장 제외한 국내 수입)를 차지하고 있어 대체 수입처를 찾지 못하면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분리막은 배터리에서 전기를 만드는 양극재와 음극재는 분리하되, 이온은 통과시키는 소재다. 배터리 생산원가의 20%를 차지하는 주요 부품이다.

LG화학은 지난 4월 중국 상해은첩과 10억㎡ 물량을 5년간 공급하는 분리막 공급계약을 맺으며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일본 수입 차질로 혼란이 발생할 경우, 대체 수입처를 적기에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중국 업체들은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습식 분리막보다는, 건식 분리막에 특화돼 있다. 습식 분리막은 전기차용 배터리에, 건식 분리막은 IT기기에 사용된다. 또 중국이 자국 산업 육성을 본격화하고 있어 한국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당분간 화해모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일본 아사히카세이에 이어 글로벌 2위의 분리막 생산 업체다.

SK이노베이션은 2004년부터 분리막 시장에 진출했다. 소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 4월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분할 설립했다. 이 회사의 현재 생산 케파는 연간 3억6000만㎡ 수준이다. 오는 10월 충북 증평공장 증설이 완료되면 5억3000만㎡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 경영진 사이에서는 국내 업계가 공동대응해 이번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사의 공급 요청이 올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품목별 대응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힘들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달했다.

더욱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기묘한 동거가 이미 시작됐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 관계사인 SKC는 SK이노베이션과의 협업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6월 국내 동박 제조업체인 KCFT 지분 100%를 인수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만든 막으로, 2차전지 음극집전체로 사용된다.

KCFT는 지난해 3월 글로벌사모펀드 KKR이 LS엠트론 동박·박막 사업부를 인수해 설립한 기업인데, LG화학이 최대 고객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박은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로, KCFT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약 두 회사가 손을 잡을 경우, 인력 탈취를 통한 핵심기술 유출을 놓고 미국과 한국에서 벌이는 소송전도 소강상태에 접어들 수 있다. LG화학은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TC)에 SK이노베이션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건으로 제소했다.

ITC는 지난달 조사개시를 결정했고 담당 행정판사를 배정해 사안을 조사 중이다. 내년 3월 증거심리를 거쳐 6월5일 예비판정이 발표된다. 최종 판결은 10월5일로 예정돼 있다. 이 소송은 제소자와 피제소자간 합의가 이뤄질 경우, 소송을 철회할 수 있다.

LG화학이 2011년 SK이노베이션을 분리막 코팅 기술 도용을 이유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취하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여지는 남겨놔야 한다는 얘기다.

한편, 삼성SDI는 경쟁사에 비해 일본산 부품 의존도가 낮다. 회사 관계자는 “이전부터 부품 수급처 다각화를 해 왔다”면서 “최근 이 같은 조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피해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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