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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이 시원하게 말했다, ‘곡성’

[인터뷰] 나홍진 감독이 시원하게 말했다, ‘곡성’

등록 2016.05.26 09:37

수정 2016.05.26 09:50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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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나홍진 감독 인터뷰

'곡성' 나홍진 감독/ 사진=이수길 기자'곡성' 나홍진 감독/ 사진=이수길 기자

* 인터뷰에는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곡성’(감독 나홍진)은 5월을 뜨겁게 달궜다.

무려 6년이다. 시나리오 작업부터 취재, 캐스팅, 제작, 후반작업을 아우른 ‘곡성’ 제작기간은 6년에 달한다. 나홍진 감독은 지독하게 ‘곡성’에 매달렸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을 준비하는 동안 시나리오를 미리 접한 영화관계자들은 무시무시한 한국영화의 탄생을 예감했다. 촬영장에서도 엄청난 영화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흥분에 사로잡힌 분위기였다.

궁금했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 ‘황해’(2010) 이후 6년 만에 ‘곡성’을 선보였다. 2008년 ‘추격자’를 통해 500만 관객을 돌파한 나홍진 감독은 파격 미장센과 긴장감 넘치는 플롯으로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황해’, ‘곡성’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은 무시무시하다.

5월 11일 전야개봉으로 베일을 벗은 ‘곡성’은 26일 기준 495만 관객을 돌파하며 500만 고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었다는 예상이 흘러나오며 흥행에 성공했다. 15세 관람가 등급판정을 받은 것이 한 몫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결말에 대한 관심과 추측이 재관람 열풍으로 이어지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올해도 나홍진 감독은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곡성’이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섹션 비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칸에서 알찬 시간을 보냈다. 흥행과 작품성 모두 호평을 이끌며 나홍진 감독은 자신의 인생작을 갈아치웠다.

칸에서 귀국하자마자 만난 나홍진 감독의 얼굴은 미소로 만연했다. 빡빡한 칸에서의 일정에 여독까지, 피로할 법도 하지만 나홍진 감독은 무심한 듯 재미진 농담으로 인터뷰 분위기를 주도했다.

 나홍진 감독이 시원하게 말했다, ‘곡성’ 기사의 사진

마주한 나홍진 감독에게 24일 기준 454만 관객을 돌파한 것과 관련해 “축하한다”는 인사를 먼저 건넸다.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정말로 감사드려요. 454만명께 고개숙여 감사드립니다. 배우, 스태프들을 비롯해 수백명이 달라붙어서 ‘곡성’을 위해 전력질주를 했어요. 죽을 힘을 다했던 것이죠. 누가 본다고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저희는 언젠가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실 것이라는 사실을 믿고 달려왔는데. 영화를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봐주신 관객들이 계신다는 게 느껴지니 정말 감사하고 기분이 좋아요. 아마 우리 모두가 다음 무언가 작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더 열심히 해야죠.”

# 결말

‘곡성’은 ‘대국민 낚시 사건’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결말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쳤다. 결말에 대한 이야기, 작품의 해석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답이 없으며 해석하는 것이 결말이라고 했지만 분명 감독이 애초 의도한 바는 있었을 터다. 혹 논란을 의식하지는 않았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더 단도직입적인 답변으로 화답했다.

“논란이 되어야 한다고 여긴 것은 맞아요. 이 말씀을 해드리고 싶어요. 실제 낚시는 무얼 잡을지 알고 그에 맞는 미끼 혹은 포인트를 공략하죠. 뭐가 낚여 나올지 모르고 하는게 아니에요 낚시는. 이렇게 결말에 대한 반응이 뜨거울 줄은 예상 못했어요. 영화 개봉한지 몇일 되지 않았는데 와 정말 대단하다 싶어요. 오래 준비해온 영화인데, 좀 허무하기도 하고.(웃음)”

‘곡성’에서 종구는 현혹되고 공포에 휩싸인다. 딸을 지키고 싶어하는 부정이 공포로 변하고, 어느새 나약한 인간의 바닥을 드러내고야 만다. 영화에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또 하잘없이 현혹되고 만다. 나약과 현혹으로 인해 인간은 쓰러져간다. 궁금했다. 인간이 나약하면 안될까. 그렇다고 단죄되어야 할까.

“그게 사실이 아닌가 생각했죠.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왜 그분들이 사라져야 하는가에요. 질문을 같기 시작한 건 현실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죠. 저도 궁금했어요. 무서워지더라고요.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야 숨을 쉬고 살죠. 그럼 어떻게 해야하느냐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제 영화 세편이 모두 극악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세 편을 통해 계속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인간이 각성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것을요. 끔찍하고 불행한 일들은 이유없이 벌어지고 행해지지 않게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나홍진 감독이 시원하게 말했다, ‘곡성’ 기사의 사진

이어지는 의문은 인간이 악을 이긴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것. 이 물음에 나 감독은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극중 닭이 세 번 울기 전에 집에 가지 말라는 무명(천우희 분)의 말을 무시한 종구(곽도원 분)가 처참한 최후를 맞는 장면. 종구는 죽어 마땅한가.

“그건 모르지 않아요? 영화에서 죽었다고 단정짓지는 않았어요. 영화는 피해를 입어가는 과정이고 피해를 입죠. 그 과정을 통해 남은 분들이 계시는 거고요. 그게 바로 종구에요. 두시간 반 동안 종구가 아비로써 죽을 힘을 다하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결과가 이렇게 나왔으나 이건 네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거에요. 자신 때문에 발생한 불행이 아니니 힘들어하지 말라고요. 좋은 아빠, 좋은 가장이 맞으니 다시 일어서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곡성
나홍진의 인터뷰는 명쾌했다. 고백하건데 기자는 ‘곡성’을 보는 내내 수많은 복선과 암시로 괴로웠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밀려오는 질문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또 다른 고민과 마주하는 과정을 겪었다. 인터뷰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간 인터뷰였다. 나 감독은 자신의 화살표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인터뷰는 더 깊은 대화로 이어졌다.

‘곡성’은 가족의 힘이면 무엇이든 헤쳐갈 수 있다는 가족주의를 보기 좋게 비튼다. 또 종교의 힘이면 못할 일이 없다는 종교주의 역시 비웃는다. 나홍진 감독은 이러한 감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가 딸을 보호하는 이야기인데 이 사람이 신을 찾는 것은 자기가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어서죠. 무명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요. 방관을 하면서 신의 신분을 여긴다고 생각했죠. 방관은 지극히 방관이고 지당한 방관이고요. 방한을 하지 않는 순간 인간이 되시겠죠. 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세요. 방관을 할 뿐이죠.“

 나홍진 감독이 시원하게 말했다, ‘곡성’ 기사의 사진

무명을 통해 신의 모습을 투영했다는 나 감독의 설명이 이어졌다. 나홍진은 영화를 통해 신에게 말하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벌어진 끔찍한 묻지마 사건에 대해 언급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켜보기 힘든 일들이 가까이에서든 먼 곳에서든 계속 생기죠. 몇일 전에 놀랍고 끔찍한 기사를 읽었어요.. 어떻게 피해를 입게 되었는지, 왜 그 분이 피해를 입었을까. 왜 하필 그분인가, 이유가 있어야 하는게 아니냐에서 출발한 영화에요. 신에게 본인이 선 임을 실존함을 방관하지 말고 드러내셔라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 논란
‘곡성’은 나홍진 영화 최초로 15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19세로 갔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이에 대해 감독인 나홍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제가 15살 때 뭘 했는지 떠올려봤어요. 아, 내가 그런걸 봤지, 그런걸 좋아했었지 떠오르더라고요. 제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에서 15세 연령대의 분들이 계신걸 처음 보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저 사람들에게 보여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해야하는 거구나 느꼈습니다. 계속해서 그들을 만나고 싶어요.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인터뷰 중 가장 밝게 웃으며 15세 이상 연령대 관객들과 마주한 소감을 전했다. 이 같은 나홍진 감독의 고민과 감정은 새로운 것일 터. 차기작에도 영향을 미칠까.

“어떻게든지 영향을 미칠거에요. 어머니도 극장에 모실 생각이에요. 어머니께 지인들을 모시고 와서 보시라고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워서 어머니가 먼저 오셔서 보시고 판단하시라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영화는 영화다. 상관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생각을 많이 해보겠습니다. 차기작이 부담 될거라는 분들도 계신데 부담을 느껴봤자 의미가 없어요. 제 갈 길을 갈 뿐입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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