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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인수 중단에 혼란만···정몽규 이끄는 HDC현산, 무슨 꿍꿍이

아시아나 인수 중단에 혼란만···정몽규 이끄는 HDC현산, 무슨 꿍꿍이

등록 2020.05.07 07:31

수정 2020.05.07 08:41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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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주식취득 잠정 연기···‘승자의 저주’ 우려산은, 인수 불발설 난감···부담 낮출 추가협상 가능성금호그룹엔 ‘지켜야 할 의무’ 언급, 모기업 지원 압박아시아나, 임시주총 열고 자본확충···구조조정 우려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칼자루를 쥐게 됐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무기한 연장했다. 시장에서는 HDC현산이 칼자루를 쥐게 됐다고 분석한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잠정 중단하면서 시장 안팎이 적잖이 혼란스럽다. 대규모 현금 지원으로 성공적 인수를 재촉한 정부도, 매각 대금으로 정상화를 노리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도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놓였다.

HDC현산이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지 여부는 속단할 수 없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주식 취득기일을 늦추는 것 자체가 정부(산업은행)과 금호그룹에게 큰 압박이라고 분석했다.

7일 재계와 항공업계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달 30일이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변경했다. 구체적인 주식 취득 날짜를 밝히지 않으면서 인수 포기설이 급격히 확산됐다.

HDC현산은 거래 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국내와 해외 6개국에서 진행한 기업결합신고 중 러시아의 승인을 아직 받지 못한 상태다.

시장 안팎에서는 올 초 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변수로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시장 전체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1분기 3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HDC현산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매각’ 원칙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6개 자회사를 인수해야 하는데,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모두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나머지 회사들도 부채가 크게 늘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항공산업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2~3년 가량 소요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배경이다.

HDC현산은 여전히 인수 절차를 정상 진행 중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갑’의 위치에 올라서게 된 만큼, 인수 작업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지난 21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정부의 항공업계 긴급 지원이 목적으로, 대한항공은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입받기로 했다.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에 무려 5000억원 가량 더 지원하기로 하면서 “인수자인 HDC현산이 정상적으로 M&A(인수합병)를 종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급한 불은 꺼줄테니 아시아나항공을 빨리 인수해라’는 압박과도 같은 셈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지난달 초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한 데 이어, 같은달 하순 발행할 계획이던 회사채도 중단했다. 여기에 더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을 무기한 미뤘다. 인수 철회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란 해석도 무리가 아니다.

당초 성공적 매각을 자신한 산은의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특히 올해가 마지막 임기인 이동걸 산은 회장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습이다. 이번 매각이 불발되면 다른 매수인을 찾기 어려운 만큼, 산은이 추가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HDC현산은 영구채 상환 유예나 출자전환 등 자금 부담을 최대한 낮추는 방안을 요구할 수 있다.

금호그룹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분위기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미루면서 선행조건으로 ‘매도인(금호산업)이 본 계약에 따라 거래종결일 이전까지 이행하거나 준수해야 하는 확약과 의무를 중요한 면에서 모두 이행할 것’을 언급했다. 아직 금호그룹 소속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모기업이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대한항공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경우 대대적인 유휴자산과 적자사업 매각 등을 추진하며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다. 금호그룹이나 대주주 차원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에둘러 촉구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추가적인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음달 15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할 주식총수 개정과 전환사채 발행한도 개정 등의 안건을 다룬다. 회사 측은 코로나19 여파를 극복하기 위한 자본확충 준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인위적 인력감축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전직원 무급휴직과 임원 급여 반납을 실시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으로의 매각을 앞둔 이스타항공의 경우 전직원의 22%에 달하는 350여명에 대한 정리해고를 준비 중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구조조정으로 HDC현산의 부담을 줄이려 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이 좋던 싫던 유리한 고지에 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 기업결합심사가 이변이 없는 한 통과할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이후 HDC현산이 어떤 액션을 취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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