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전문기업 하림그룹이 1조원대 해운사인 팬오션까지 품에 안으며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높은 가격으로 인한 ‘승자의 저주’가 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뤄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경영권 지분 58%를 약 1조원에 매입키로 했다.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를 통해 팬오션 인수에 나섰던 하림그룹은 지난해 12월18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실사작업을 벌여왔으며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윤준 수석부장판사)로부터 팬오션 인수에 관한 본계약 체결을 허가받았다.
팬오션 인수는 변경 회생계획안에 대한 법원 및 채권단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 배경에는 미국의 곡물 메이저 ‘카길’처럼 되고자 하는 꿈이 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그동안 공공연하게 카길을 언급하며 꾸준히 곡물의 구입·운반·유통 등을 모두 할 수 있는 글로벌 곡물 사업 진출을 꿈꿔 왔기 때문이다.
팬오션 인수대금은 총 1조79억5000만원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8500억원, 나머지 1579억5000만원은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될 예정이다.
하지만 하림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잠정 영업손실이 11억969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전환해 재무구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4.38% 줄어든 7544억9529만원이고 당기순손실은 30억4804만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세부적으로는 NS쇼핑 기업공개(IPO)를 1600여억원 가량을 충당하고 하림그룹 계열사들의 현금보유액 9000여억원도 동원 할 것으로 전망돼 동원되는 자금이 계열사들에게 자칫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진행된 NS쇼핑의 공모희망가격이 22만~23만원 선에서 형성된 것을 감안했을 때 1600여억원 가량의 구주매출 금액을 추정할 수 있다. 이 중 상당부분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해운업황의 장기 악화로 인해 하림의 팬오션 인수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하림이 중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일본의 곡물 유통사업을 고려하고 있지만 당장 팬오션의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분명하다기 때문이다.
글로벌 곡물유통사업은 이미 해외 대형 기업들이 대부분 장악한 것도 하림으로서는 새로운 장기운송계약을 따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시장 관계자는 “팬오션 인수로 계열사들이 받는 재무 부담이 커졌다”며 “M&A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면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승자의 저주’를 가져올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

뉴스웨이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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