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감독은 “제한상영관도 없으면서 제한상영을 내린다는 게 이 나라에선 상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면서 “영등위가 관객에게 내린 윤리다. 본인들이 윤리라고 설정한 것이 우리에겐 비윤리가 된다. 영등위는 ‘미조’의 설정이 비윤리적이라고 말하며 윤리를 세운다. 이건 어떤 한 명의 인간에 대한 구속이 아니라 영화 만나기를 원하는 일반 대중들에 대한 구속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연출작 ‘미조’를 윤리에 대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남 감독은 “영등위에선 죽은 윤리를 얘기하기 위해 설정된 것을 본질은 보지 못한 채 겉모습만을 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 왜곡하여 사회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어서’라고 한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남 감독은 영등위가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을 내린 ‘설정’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의 입장을 전했다. 그는 “영화는 어떤 사실을 말하기 위한 판타지다”면서 “그 판타지는 외계인이 나올 수도 있고, 아름다운 사람이 나올 수도 있고, 무서운 사람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관계들이 등장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상상 할 수 없는 관계도 등장할 수 있다. 관객들과 더 깊은 것에 대해 소통을 하고 말을 걸기 위해서다. 이게 예술이고 창작이다”고 영등위의 결정에 반박했다.
남 감독은 “영화상영 윤리는 간단하다. 관객에게 맡기면 된다. 그게 아름다운 영화상영의 윤리다”면서 “‘미조’를 다시 한 번 보고 되새김질을 해 보라. ‘미조’는 바로 상처를 주고도 아파하지 않는 비윤리적인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서글픈 얘기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였던 ‘미조’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자마자 저주의 굴레에 빠진 한 소녀의 슬프도록 잔인한 복수의 과정을 그린 영화다. ‘미조’는 개봉을 6일 앞둔 지난 16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아 사실상 국내 개봉이 불가능하게 됐다.
영등위는 제한상영가 판정의 사유로 총 7가지 장면에 대한 지적과 함께 “폭력성의 수위가 매우 높고, 비윤리적인 설정 등 일반적으로 사회윤리에 어긋나며 선정성, 폭력성, 모방위험 등의 요소가 과도하다”고 밝혔다. 특히 “태어나자마자 버림 받은 아이가 친부를 찾아가 복수를 한다는 것과 여자로써 접근해 사랑하게 만들고 죽음으로써 복수를 한다는 설정 자체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 왜곡하여 사회의 선량한 풍속 또는 국민의 정서를 현저히 손상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미조’ 제작진은 “대전 영유아 유기사건, 지붕 영아 유기사건, 베이비 박스 등장 등 가족 파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할 ‘미조’는 우리 사회의 피할 수 없는 뜨거운 화두를 제시하는 작품이다”면서 “감독 이하 제작진은 영화와 창작자의 가치, 그리고 관객들의 권리를 훼손하지 않고 조속히 국내에 정상 상영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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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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