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직전 떠올린 'MBA 시절 에세이'···세상 바꾸는 신약 꿈 안고 엠브릭스 창업LNP 고질병 '간독성' 잡은 내비바디···영장류서 'MIC-001' 유효성 확인하며 80억 유치'치료용 톡신' 독점 개발·글로벌 파트너링 속도···2028~2029년 기술특례상장 추진
"MBA 과정 중 5년 뒤, 10년 뒤의 장기 목표를 적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그때 제 마지막 삶의 목표로 적었던 것이 '신약 회사를 창업해 세상에 없던 좋은 치료제를 만들어 환자를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성공적인 투자로 개인적인 삶은 풍요로워 은퇴를 결정했지만, 어릴 적 품었던 신약 개발의 꿈과 MBA 시절 다짐했던 소명이 끊임없이 뇌리를 스쳤습니다."(정상원 엠브릭스 대표)
공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우리은행 IB본부에서 대체투자(PI)를 담당하며 성공가도를 걷던 투자 전문가였던 정상원 대표. 은퇴 생활을 계획하던 그가 연구 현장에 발을 돌리게 된 것은 과거 미국 텍사스대 맥콤스(McCombs) MBA 시절 써 내려갔던 한 편의 에세이였다.
최근 경기도 안양시 엠브릭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상원 엠브릭스 대표는 창업 당시를 회상하며 "가족들의 해외 정착 제안까지 마다하고 신약 개발에 뛰어든 것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야 말로 내 삶의 마지막 소명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부 시절부터 품었던 신약에 대한 열망은 서울대 박사 시절 연구실 선배이자 바이오 단백질 공학의 석학인 권대혁 성균관대 교수를 만나면서 구체화됐다. 권 교수와 함께 2021년 엠브릭스를 설립한 정 대표는 창업 5년여 만에 차세대 약물 전달 플랫폼 '내비바디(Navibody)'를 앞세워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주목을 받는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LNP 한계 깬 '내비바디'···영장류 유효성 입증하며 80억 시리즈B 유치 견인
엠브릭스는 바이오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8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벤처캐피털(VC)들의 자금을 이끈 결정적 계기는 회사의 독자 플랫폼인 '내비바디'와 이를 적용한 체내 직접 생성형 카티(In vivo CAR-T) 치료제 'MIC-001'의 영장류(NHP) 시험 데이터였다.
코로나19 백신으로 익숙해진 지질나노입자(LNP)는 유전물질(mRNA)을 체내로 전달하는 기술이지만, 정맥 투여 시 대부분 간(Liver)으로 쏠려 간독성을 일으키는 한계가 존재한다. 엠브릭스가 개발한 '내비바디'는 이 LNP 외막에 길잡이 역할을 하는 특수 항체 도메인을 결합해 간 쏠림을 방지하고, 약물이 목적지인 특정 면역세포나 병변으로만 정확히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플랫폼이다.
정 대표는 "마우스 시험에 이어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K-MEDI hub) 지원으로 진행한 비인간 영장류(NHP) 시험에서 약물이 체내 T세포를 직접 카티(CAR-T)로 변환시키고 병원성 B세포를 성공적으로 사멸시키는 결과를 최종 확인했다"며 "치료 목적의 LNP는 종간 편차가 커 영장류 데이터 확보가 글로벌 진입의 핵심 기준인데, 이를 입증해 내며 투자 유치는 물론 기술에 대한 강력한 내부 확신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엠브릭스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MIC-001'은 기존 엑스비보(Ex vivo)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신약 후보물질이다.
현재 상용화된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피를 뽑아 수 주간 해외 특수 시설에서 세포를 조작·배양한 뒤 재주입하는 방식이다. 세포를 배양하는 한 달여 동안 환자의 T세포를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는 단점이 존재하며, 게다가 단 1회만 주입이 가능하다. 1회 투약 비용이 수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단점이다.
반면 MIC-001은 공장에서 대량생산된 완제품을 체내에 직접 주사하는 '오프더셸프(Off-the-shelf, 기성품)' 방식으로, 치료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고 특수 시설이 없는 일반 병원에서도 즉시 투여할 수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20분의 1 수준도 언급된다.
정 대표는 1차 적응증을 전신홍반루푸스(SLE) 등 B세포가 관여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설정했다. 정 대표는 "현재 접촉 중인 글로벌 빅파마들의 주요 수요가 자가면역질환에 몰려 있어 전략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며 국내 대형 병원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비임상 및 임상 디자인을 다듬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 대비 가장 큰 강점으로는 '생산 공정(CMC)의 용이성'을 꼽았다. 미국 캡스탄 세라퓨틱스 등 글로벌 선두 그룹조차 항체와 LNP의 복잡한 화학적 접합으로 인해 생산 수율과 스케일업(대량생산)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고 있는 반면, 엠브릭스는 초기 설계부터 단백질 공학을 활용한 원스텝 공정을 채택해 대량생산 허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했다.
'치료용 톡신' 독점 개발 순항···2028~2029년 기술특례상장 조준
단백질 공학 플랫폼 기업답게 재조합 보툴리눔 독소 사업도 안정적인 트랙 레코드를 쌓고 있다. 엠브릭스는 자연계 균주 채취 방식에 의존하던 기존 업계 관행을 깨고, 대장균(E.coli) 기반의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독소 균주를 직접 '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이뤄낸 성과로, 고질적인 균주 출처 분쟁 리스크를 원천 차단했다.
시판 제품 대비 작용 속도가 2배 빠르고 지속 기간이 2배 긴 개량형 코어톡신 'MBT-002'는 지난해 아이진에 미용 적응증 글로벌 전용실시권을 기술이전했다.
정 대표는 "아이진에 이전된 것은 미용 목적이며, 부가가치가 훨씬 크고 시장 규모가 넓은 만성 편두통 및 신경통 등 '치료 목적' 권리는 엠브릭스가 독점 보유해 자체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빅파마와의 미팅에서도 관심도가 높은 In vivo CAR-T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접촉한 뒤, 진도가 빠른 MBT-002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교차 제안하며 사업화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엠브릭스는 현재 등록 39건, 출원 60건 등 총 99건에 이르는 촘촘한 특허 장벽을 구축하며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L/O)을 위한 보호망을 마련했다.
정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들과 실제 기술이전 딜을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보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물질과 플랫폼에 대한 확실한 권리 보호"라며 "지난해 힘든 시기에도 비용을 아끼지 않고 3개 핵심 플랫폼별로 특허망을 촘촘히 구축해 온 덕분에 빅파마 협상 테이블에서 강력한 방어력과 신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치한 8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 자금 역시 파이프라인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 투입된다. 회사는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주력 파이프라인인 'MIC-001'의 비임상 마무리와 상업용 대량생산을 위한 생산 공정(CMC) 고도화에 주력하며, 2028~2029년을 목표로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이번 펀딩은 영장류(NHP) 유효성 확인에 이어 본격적인 비임상 진입을 위한 CMC 기반을 단단히 다지는 것이 핵심 마일스톤"이라며 "확보한 자금을 통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 공정 품질을 확립하고, 나아가 연구 역량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한 연구소 확장·이전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상장 전까지 기술수출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엠브릭스가 기술 완성도와 상장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지만, 정 대표가 바라보는 종착지는 단순히 성공적인 투자 회수(엑시트)에 머물러 있지 않다. 인터뷰 말미, 그는 신약 개발의 본질인 '환자'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정 대표는 "얼마 전 참석한 해외 빅파마 행사에서 기업의 매출 규모보다 자사 신약으로 건강을 되찾은 환자들의 삶을 조명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단순히 기술을 파는 벤처에 머무르지 않고, 정직함과 플랫폼 기술력을 무기로 전 세계 난치병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기회를 주는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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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ljh@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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