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화비용 약 956억원 차이 드러나주민 "조직적 회계분식 및 감사방해 수사 필요"금융당국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배경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정화비용 축소·누락 의혹을 자본시장법과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낙동강 상류 주민이 검찰에 출석해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주민들은 금융당국이 영풍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이 영풍의 조직적 회계분식 및 감사방해 행위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책임 소재 역시 수사를 통해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동강 상류 환경피해 주민대책위원회와 영풍제련소 봉화군대책위원회는 지난 1일 입장문을 내고 신기선 대책위 대표가 전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영풍과 장 고문 등을 상대로 제기한 고발 사건의 고발인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대책위는 지난 1월 환경부가 국회에 공개한 석포제련소의 향후 토양 정화비용 예상액과 영풍이 2024년 반기보고서에 반영한 충당부채를 비교한 결과 약 956억원의 차이가 확인됐다며 영풍과 장 고문 등을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대책위는 영풍이 공시한 2024년 반기순이익이 약 253억원이지만, 축소된 것으로 추정되는 환경정화비용 약 1000억원을 반영할 경우 7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정화비용을 축소 계상하면서 손실을 낸 기업이 이익을 낸 기업으로 탈바꿈한 셈으로, 투자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본시장법상 '중요사항'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대책위는 금융당국의 제재 역시 해당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정식 감리를 거쳐 영풍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정밀조사 결과와 정화계획서 등 신뢰성 있는 근거자료를 감사인에게 은폐한 채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총 8474억원 상당의 향후 예상비용을 축소·누락했으며, 이는 단순한 추정의 오류가 아닌 고의에 의한 것이라고 확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영풍에 회계 관련 단일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04억7410만원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전 대표이사와 담당 임원 등에 대한 과징금과 해임권고, 감사인 지정 3년 등의 제재도 확정됐다. 이 가운데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의 조치는 회계기준 위반이 '고의'로 판단될 경우 내려지는 제재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증선위 의사록에서도 영풍의 외부감사 과정에서 관련 자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증선위 의사록에는 영풍의 외부감사인이 2021~2022년 감사 당시 변경된 정부 공문과 추가 정화계약서, 90일 기준 매출 감소 효과 보고서 등을 영풍으로부터 제출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인 측은 해당 자료를 당시 확인했다면 영풍에 회계처리 수정을 검토하도록 권고했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석포제련소의 토양정화명령 이행률도 문제로 지적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영풍은 2021년 봉화군으로부터 석포제련소 토양오염 정화명령을 받았지만, 이행 기간인 지난해 6월까지 면적 기준 정화율은 1공장 16.0%, 2공장 4.4%에 그쳤다.
대책위는 여기에 향후 정화비용까지 축소·은폐했다면 영풍이 환경오염 복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며, 그 피해가 낙동강 유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장 고문에 대한 책임 규명도 요구했다. 장 고문은 2015년 영풍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기업집단 영풍의 동일인이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장 고문이 영풍과 석포제련소의 주요 의사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별도로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지난달 석포제련소의 낙동강 중금속 오염 의혹과 관련해 장 고문의 환경범죄단속법 및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를 재수사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은 기존 수사를 담당했던 서울 강남경찰서가 아닌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는 "검찰은 영풍의 조직적 회계분식 및 감사방해 행위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며 "영풍의 실질적 지배자로서 기업집단 동일인으로 지정된 장형진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영풍은 금융당국의 제재와 관련해 법원에 주요 제재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일부 조치의 효력을 본안소송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했다. 다만 이미 퇴임한 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상당 조치 등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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