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익 30% 배분·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요구스마트조선소·친환경 선박 등 미래 프로젝트 부담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공유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하면 6000억원이 넘는 규모다. 노사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임금 협상을 넘어 생산 일정과 미래 투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신청한 노동쟁의 조정 사안에 대한 2차 회의를 열고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노사 간 입장 차가 커 중노위가 조정 중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조정 중지가 결정되면 노조는 쟁의조정 절차를 마치게 된다. 노조는 25일부터 27일까지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다. 투표에서 재적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합법적인 파업 요건을 갖추게 된다.
노사는 지난 6월 상견례 이후 15차례 교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공유 재원으로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대 쟁점은 영업이익 30% 성과공유다. 지난해 영업이익 2조375억원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재원 규모는 약 6113억원이다. 노조는 이를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현금 성과급에 한정하지 않고 원·하청 노동자의 임금·복지와 노동조건 개선에 활용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사측은 기본급 14만9600원과 상여금 100% 인상 요구까지 겹친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올해 실적이 개선되면서 성과공유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조2485억원, 영업이익 1조94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14.9% 늘어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에만 30%를 적용해도 5836억원에 달한다.
투자 재원 부담도 쟁점이다. 성과공유와 연구개발비는 지출 성격이 다르지만 노조가 요구한 6113억원은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입한 1472억원의 4배를 웃돈다.
대규모 성과공유가 현실화할 경우 회사의 중장기 기술·설비 투자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3차원 설계와 제품수명주기관리, 디지털 제조 정보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 플랫폼을 2028년부터 울산 사업장에 적용하고, 2030년까지 인공지능과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한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생산 혁신뿐 아니라 친환경 선박과 한미 조선 협력 분야에서도 투자 과제가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HMM·한국선급 등과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탑재한 탄소저감 컨테이너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헌팅턴 잉걸스의 잉걸스조선소에는 작업 조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용접 위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지능형 용접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다. 공정 자동화와 로봇·인공지능 적용, 생산인력 교육으로 협력 범위도 넓히고 있어 관련 기술과 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노조가 실제 파업에 나설 경우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매출 24조4084억원과 수주 204억2000만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조선업은 건조 공정이 연속적으로 연결돼 있어 일부 작업 중단도 후속 공정과 납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노위 결정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는 향후 노사 교섭과 실제 파업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율운항과 친환경 추진 선박, MASGA 프로젝트 등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산적해 있다"며 "지금 당장의 이익을 단기 성과급으로 대거 소진하면 미래 성장동력과 글로벌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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