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 미국 거점으로 초격차 실현전통 제약사는 고난도 다품종 특화 영역에 집중글로벌 CDMO 시장 성장에도 기업별 맞춤 전략 부각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가 체급별 맞춤형 전략으로 확연히 갈라지고 있다. 대형 바이오 기업은 대규모 설비와 미국 현지 거점을 무기로 글로벌 메가 수주를 노리는 반면, 전통 제약사는 특정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나 원료의약품(API) 같은 고난도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양상이다.
포츈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CDMO 시장은 2025년 2550억1000만달러에서 2034년까지 5807억2000만달러(약 876조원) 규모까지 꾸준히 팽창할 전망이다. 다만 파이가 커져도 그 수혜는 기업의 설비와 특화 역량에 따라 철저히 양분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현지 생산 돌입한 삼성·셀트리온···초격차 벌린다
대형 CDMO의 생존 경쟁력은 압도적인 생산능력과 글로벌 고객사와의 지리적 밀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현지에 직접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4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소재 6만 리터 규모의 생산시설 인수를 마무리하며 북미 대응 기반을 확보했다. 기존 송도 기지의 대규모 생산능력에 록빌 공장을 더해, 글로벌 총 생산능력을 84만5000리터까지 끌어올렸다. 한국 송도와 미국 록빌을 잇는 이원화된 생산체계를 구축해 글로벌 파트너사의 물량을 유연하게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과 4월 총 2건의 신규 위탁생산(CMO)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각각 1억8900만달러(약 2852억원), 4755만달러(약 718억원)다.
셀트리온 역시 미국 뉴저지 브랜치버그에 6만6000리터 규모 생산 시설을 확보하며 글로벌 생산 체계를 고도화했다. 현재 이 공장에서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릴리의 위탁생산 물량을 소화하고 있으며, 현지 생산을 통해 관세 리스크에 직접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셀트리온은 올해 초 일라이 릴리와 약 6787억원 규모 CMO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3월 글로벌 제약사와 약 2949억원(최대 3754억원) 규모 바이오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뉴욕 시러큐스 공장을 통해 북미 거점과 3만5000리터 규모의 생산 역량을 확보한 상태다. 현재 해당 공장을 ADC 밸류체인으로 전환·확장하는 작업과 함께, 한국 송도에 12만 리터 규모 메가플랜트(1공장) 건설을 병행 중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1월 일본 라쿠텐메디컬, 4월 미국 항암 전문 바이오기업, 5월 영국 오티모파마와 신규 CMO 계약을 체결했다.
전통 제약 우회로···"고난도 다품종 특화"
조 단위의 대규모 설비 투자가 어려운 전통 제약사는 특수 제조 영역으로 눈을 돌렸다.
유한양행은 자회사 유한화학을 통해 길리어드, 브릿지바이오파마 등과 대형 API 공급계약을 잇달아 맺으며 다국적 제약사 대상 합성의약품 특화 역량을 입증했다. 화성공장(M동) 신축으로 생산능력을 총 70만 리터 규모로 대폭 확대하며 체급을 키운 결과다. 최근 2년 새 수주 규모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한 체질 개선도 활발하다.
보령은 '알림타' 등 오리지널 제품 경험으로 축적한 세포독성항암제 제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만 로터스와 공급 계약을 트며 CDMO 글로벌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종근당 계열 경보제약은 충남 아산에 960억원을 투입해 ADC 전용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계열사인 종근당바이오는 프로바이오틱스 CMO·CDMO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미약품 계열 한미정밀화학 역시 세파계 항생제를 비롯한 단순 원료 공급을 넘어 고수익 모달리티인 펩타이드와 mRNA 백신 원료(지질나노입자·LNP) 위주 CDMO로 체질을 개선하며 흑자 전환을 이뤄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CDMO의 경쟁력은 생산능력(캐파) 자체보다 재현 가능한 품질시스템과 일정 및 리스크를 통제하는 운영 역량에서 결정된다"면서 "따라서 국내 CDMO는 임상 단계 고객군을 단순 수주 관점에서 접근하기보다, 향후 상업화 물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발-생산-품질-공급을 연계한 장기 수행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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