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신규 선임 난항, 조합 내 혼란 가중조합원 금융부담·해임 안건 등 민심 동요4월 해임 총회, 법원 결정이 향후 사업 변수
지난 21일 찾은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철거를 마친 현장 주변은 덤프트럭과 레미콘 믹서가 드나들어도 어색하지 않을 듯했고 당장 공사가 시작될 듯 대형 가림막이 촘촘히 둘러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는 정적만 감돌고 있었다.
축구장 30개 크기에 달하는 24만2000㎡ 부지에 들어서자 평평한 대지 사방에 내걸린 '적법한 시공사인 DL이앤씨 점유 중 DL이앤씨의 승인 없는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시공사 지위를 둘러싼 조합과 DL 간 첨예한 대치가 이어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상대원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11일 총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인 DL이앤씨와의 공사도급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했다. 전체 조합원 2269명 중 1205명이 참석했고 이 중 1101명이 찬성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DL과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끊어내는 순간이었다.
다만 같은 날로 예정됐던 후속 시공사 선정은 매듭짓지 못했다. GS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임하는 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공사 계약 해지는 결정됐지만 그 빈자리를 채우는 데 실패하며 시공사 공백 상태가 됐다.
이날 현장 주변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이주하고 건물 철거까지 다 했는데 여기서 멈출 줄은 예상치 못했다"며 "재개발이 이렇게 어려운 건지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 중에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업이 늦어질수록 결국 스트레스와 금전적 부담은 조합원들 몫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로 시공사 공백이 발생하면서 조합에서 대납하던 이주비 대출 이자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조합원들은 수천만 원대의 추가 금융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조합과 DL 간 해묵은 갈등의 트리거이자 핵심은 사업 조건이다. 조합은 DL의 하이엔드 브랜드인 아크로(ACRO) 적용과 특정 마감재 업체 사용을 요구했지만 DL이앤씨 측은 공사비 상승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합의 요구가 잇달아 거절되며 갈등 국면에 접어들자, 조합 내부에서는 시공사 교체 여론이 일었고, 착공을 앞둔 이달 계약 해지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다음 단계다. DL이앤씨는 계약 해지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시공자 지위 확인 소송이나 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최종심 전까지 사업은 사실상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시공사 교체가 완료되더라도 기존 시공사와의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 착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조합 내부 사정도 얽혀 있다. 조합장을 둘러싼 의혹과 시공사 교체 강행에 따른 일각의 반발은 집행부를 향하고 있다. 일부 조합원들이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일 임시총회를 통해 조합장 해임안을 가결했지만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이 효력정지 가처분을 인용하면서 조합장은 직무를 유지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오는 4월 30일 다시 해임 총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에 사법 리스크까지 겹쳐 있다. 현 조합장 A씨는 사업 관련 금품수수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조합 운영의 정당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
조합장 해임 총회 이튿날인 내달 1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는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현 조합 집행부는 총회를 통해 GS건설 시공사 선정 안건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나올 조합장 해임 총회 결과와 기존 시공사의 법적 대응 여부, 조합원 간 갈등 등 변수가 많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현장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진행이 까다로운 사업지였지만 결국 이주와 철거까지 다 마친 상황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DL과 GS 중 어디가 다시 시공권을 잡을지 모르겠지만, 조합 내부 갈등까지 불거진 상황이라 착공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시공사 교체가 드물지 않고 특히 공사비가 5000억 원 이상인 대형 현장일수록 조합 이해관계가 복잡해 경쟁사 간 과열 경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착공 직전에 시공사 공백을 감수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조합 총회를 통해 DL이앤씨의 시공자 지위 박탈이 결정됐지만 DL이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고 최근 비대위 측 움직임이 커지는 데다 현 조합장 해임 가능성도 남아 있어 예측이 어렵다"며 "해임 총회와 새 시공사 선정 총회가 끝나는 내달 초 윤곽이 나오겠지만, 첨예한 법리 공방이 예고된 상황이라 착공은 물론 일반분양 시점도 가늠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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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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