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대주주 vs 전문경영인···한미약품, 3월 주총 앞두고 내홍

ICT·바이오 제약·바이오

대주주 vs 전문경영인···한미약품, 3월 주총 앞두고 내홍

등록 2026.02.24 10:35

수정 2026.02.24 11:40

임주희

  기자

성 비위 사건으로 불거진 신동국 회장의 경영 개입 논란 불거져박재현 대표, 녹취록 공개···임직원들 성명서로 신 회장 규탄 신 회장, 주총 앞두고 한미사이언스 지분 확대로 지배력 강화

사진=한미약품 제공사진=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2024년 경영권 분쟁 종료 이후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를 도입했지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의 부당한 경영 참여 논란이 대두되면서 불과 2년 만에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다시금 '지배구조 리스크'가 한미약품을 흔드는 모습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약품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신 회장은 한미약품 사내 성추행 임원을 감쌌다는 논란과 함께 다른 사안도 언급할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박재현 대표가 임직원들에게 신동국 회장과의 녹취를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지난 20일 박 대표는 신 회장이 한미약품 팔탄공장 고위 임원의 성추행 논란에 대해 해당 임원의 처분 무마를 시도했다며 녹취를 공개했다.

공개한 녹취록에는 신 회장이 성추행 가해자로 거론되는 인물을 두둔하는 발언들이 담겨 있다. 박 대표는 "녹취 공개는 대표이사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현재 상황을 가감없이 보여드리고 50여 년 간 어렵게 지켜온 한미약품의 기업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일에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게 자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대표는 임성기 창업주의 철학을 언급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올바른 의사결정과 판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미약품 본부장과 각 본부 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신동국 회장을 규탄했다. 이들은 성추행 피해자와 한미약품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와 불법·부당한 경영 간섭 중단을 촉구했다. 한미약품 이사회에는 신동국 회장의 일탈 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본부장과 임원들은 "신동국 회장의 발언은 인간존중, 가치창조를 회사의 경영이념으로 삼는 한미약품과 그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모든 구성원들을 모욕하는 일"이라며 "이번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회장이 일군 한미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동국 회장을 둘러싼 갈등의 분수령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약품 정기주주총회가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 이사회 10명 중 4명이 오는 3월 29일 임기가 만료된다. 사내이사에서는 박재현 대표와 박명희 한미약품 전무, 사외이사에선 윤영각 파빌리온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윤도흠 차의과대학교 의무부총장, 성광의료재단 의료원장 등이다.

아직 주총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상황이나 대주주가 경영권에 개입하려는 상황이라면 박 대표를 재선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 '전문경영인-대주주 혼합형 체제'에서 과거의 '대주주 중심 체제'로 변화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산업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같은 선택은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된다.

한양정밀 회장인 신 회장이 한미약품 대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임성기 창업주와의 인연 덕분이다. 신 회장과 임성기 창업주는 경기도 김포 출신으로 통진종합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신 회장이 10살 어리지만 향우회를 통해 친분을 쌓았으며 2000년 한미약품의 동신제약 인수를 계기로 급격하게 가까워졌다.

당시 동신제약 대주주였던 신동국 회장은 한미약품에 주식 60만주를 전량 매각했다.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와 지분 경쟁을 벌였던 한미약품은 신 회장의 지분 매각으로 동신제약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다.

이후 임성기 창업주는 2010년 신 회장에게 한미홀딩스(현 한미사이언스) 지분 12.5%를 420억원에 매입할 것을 권했고, 이후 지분을 확대해 지난 경영권 분쟁에서 '키 맨'으로 떠올랐다.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은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의 편에 섰고 송 회장으로부터 지분 상당수를 넘겨 받아 최대주주에 올랐다. 또한 신 회장은 주식매매계약뿐 아니라 주주간계약도 체결해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하며 지배력을 다졌다.

물론 경영권 분쟁 후 '한국형 선진 경영체제' 도입에 동의해 현 '전문경영인-대주주 혼합형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은 한미약품 기타비상무이사로 재직하며 이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엔 신 회장이 임종윤 전 대표가 사용하던 사무실을 집무실처럼 활용하는 것은 물론 경영의 핵심 사안들을 직접 보고받는다고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이사진 인사에도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가 재선임된다고 하더라도 신 회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13일 한미사이언스 지분 6.45%를 2137억원을 투입해 장외에서 추가로 매수했다. 자금은 한양정밀의 주식을 담보로 차입해 마련했다.

추가 지분 확보로 신 회장과 한양정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29.83%로 증가했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 회장이 지분을 추가 취득한 것은 박재현 대표와의 갈등 관련 오너십을 굳히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신 회장은 송영숙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묶여 송 회장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3.89%이나, 신 회장의 지분이 30%에 육박하면서 송 회장과의 표대결도 가능하다.

관련업계에선 한미약품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매출 1조5475억원, 영업이익 2578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6.7%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이후 전문경영인 중심 거버넌스 강화를 필두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갈등으로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이미 독단적 결정으로 회사가 휘청였던 과거가 있음에도 또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야 하는 한미약품에는 독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관련태그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