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기준 변경 영향·시장 기대치 하회한 실적ECM 필러 경쟁 심화 속 내수 성장 둔화 우려차세대 나노 항암제로 R&D 투자 및 해외 확장 추진
9일 파마리서치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1428억원(전년 동기 대비 +39%), 영업이익 518억원(전년 동기 대비 +54%)으로 집계됐다. 시장 컨센서스 대비 매출은 약 8%, 영업이익은 20% 하회하면서 어닝 쇼크로 받아들여졌다.
다만 실적 자체보다는 '기대 대비 실망'이 컸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특히 실적 발표 전후로 주가가 연속 급락한 배경엔 인바운드 피부과 소비 및 강릉시 수출 데이터 흐름 등 관련 데이터가 좋았던 탓에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던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변수는 의료기기 사업부 매출 인식 기준 변경이다. 기존에는 마케팅 지원금을 포함한 총액 인식 방식이었으나 4분기부터 순액 인식 방식으로 바뀌며 약 50억원 규모의 매출 차감 효과가 발생했다. 회계 변경이 없었다면 매출은 시장 기대치에 더 근접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시장이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은 의료기기 내수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제한적이었다는 점이다. 리쥬란 자체는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는 평가가 있으나, 기타 품목 부진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리며 시장 내 경쟁 심화 프레임을 키웠다. ECM 필러 등 경쟁 제품이 등장한 상황에서 내수 성장 둔화 신호가 투자심리를 흔드는 요인이 됐다는 해석이다.
이익 측면에선 판관비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수익성이 흔들렸다. 일본 리쥬란 허가 임상, 미국 항암제 파이프라인 개발 관련 연구개발비 증가, 성과급 반영, 화장품 수출 확대 과정에서 늘어난 지급수수료, TV 광고 등 비용 항목이 한꺼번에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통상 4분기 비용 확대 경향을 감안하더라도,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 상황에서 비용까지 동시에 늘어 충격이 증폭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반면 화장품 부문은 수출을 중심으로 고성장을 이어갔다. 내수는 전 분기 기저효과로 조정받을 수 있지만, 수출 비중이 큰 사업 구조상 핵심은 해외 확장 속도다. 시장에서는 국내 스킨부스터 경쟁이 격화되는 국면에서, 미국·유럽 등을 향한 수출이 2차 성장을 입증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내수 둔화 우려를 상쇄할 만큼의 수출 모멘텀이 실적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되는지가 관건으로 여겨진다.
어닝쇼크 이후 시장의 관심이 쏠린 부분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다. SI(전략적 투자) 성격의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탈이 자본재조정(리캡)에 나선 뒤 주가 하락을 맞은 만큼, 현 주가 레벨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CVC는 2024년 9월 상환전환우선주(RCPS) 인수 방식으로 파마리서치에 2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당시 파마리서치 측은 투자금을 글로벌 시장 개척과 해외 M&A, 연구개발(R&D) 등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CVC는 RCPS 인수 당시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않고 자기자본으로만 투자했는데, 지난해 9월 자본재조정을 통한 레버리지 도입 추진을 결정했다. 당시 자본재조정 규모는 2500억원, 금리는 연 5%대 초반으로 알려졌는데, 지난해 8월 파마리서치 주가가 장중 71만3000원을 기록하며 RCPS 인수 당시(18만원)에 비해 4배 가까이 치솟은 점이 배경으로 거론됐다. 올해 2월 들어서 파마리서치 주가가 30만원대 초중반에 머물며 지난해 8월 고점 대비 반 토막 수준을 보이고 있기에 현재는 M&A에 적극 나서야 할 환경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지은 DB증권 연구원은 "올해 리쥬란의 유럽 침투율 성장, 우수한 현금창출 능력 바탕의 적극적인 M&A 전략을 주시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파마리서치는 에스테틱 영역을 넘어 차세대 나노 항암제 'PRD-101'로 사업 확장을 본격화했다. PRD-101은 DOT 기술로 제조된 뉴클레오티드를 항암 제형에 적용한 나노 항암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시험계획(IND) 및 개시 승인을 받았다. 임상은 미국 내 다기관에서 진행되며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내약성·약동학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에스테틱 사업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며 항암 파이프라인 가치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함께 거론되지만, 신약 개발은 장기 레이스인 만큼 향후 임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이번 미국 임상 1상 승인으로 차세대 나노 항암제 안전성과 가능성을 검증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단계적 임상 진행을 통해 'PRD-101'의 특성을 확인하고,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더 확장된 '항암 치료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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