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표기로 소비자 인식 변화 노려정부-업계 이견 속 세부기준 미확정민원 부담 증가, 준비 없는 시행 우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컵 가격 표시제를 도입해 영수증에 일회용 컵 비용을 별도 항목으로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음료 가격에 포함돼 있던 컵 비용을 분리해 보여줌으로써 다회용 컵 사용을 유도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탈(脫) 플라스틱 종합대책에 이 제도를 포함시켰다. 컵 비용을 100원~200원 수준으로 별도 표기해 소비 단계에서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가격 신호'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 적용이다. 카페 업계에서는 가격표 작성 방식부터 영수증 항목 구성, 텀블러 이용 시 처리 기준 등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매장별로 적용 방식이 달라질 경우 소비자 혼선은 물론 그에 따른 항의와 민원이 고스란히 매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총 결제 금액이 같더라도 영수증에 '컵값'이 별도로 찍히는 순간 소비자에게는 가격 인상처럼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부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른 표기인데도, 현장에서는 점주가 가격을 올린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며 "설명과 민원 대응을 매장이 모두 떠안는 구조"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과거 종이빨대 정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친환경을 내세워 도입됐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되면서 현장 혼선과 소비자 불만만 키웠고 결국 정책 지속성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컵 가격 표시제 역시 제도 취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현장 수용성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비슷한 흐름을 반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비 행태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표기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과 일관된 적용 방식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컵 비용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담하는지에 대한 설명 없이 영수증 표기만 바꾸는 것은 정책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세부 설계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제도 시행 시점과 운영 기준은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단 시행 후 보완' 방식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다. 충분한 시범 운영과 영향 평가 없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정책 효과보다 현장 혼선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컵값을 따로 표시하면 소비자는 체감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표시 기준과 책임 소재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가 시행되면 혼란은 현장에서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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