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건설산업과 주택시장 현실과의 괴리다. 국내 건설업은 이미 3년에 걸친 장기 침체를 겪으며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겨우 영업손실을 피하는 수준으로 버텨왔다. 매출과 기성이 줄어도 신규 현장 확대는 최소화되었고 그 결과 향후 주택시장의 기초가 될 착공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인허가부터 착공, 입주까지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공급 부족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정부의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 더해지면서 국내 건설산업과 부동산 시장은 '공급 절벽 위의 규제 포화'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했다. 단순한 경기 둔화를 넘어 구조적 불균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국면이다. 정책적 체질 개선 없이 민간 건설사의 단순 '버티기'만으로는 주택 공급 확대가 어렵다.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2022년부터 이듬해까지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물량은 연평균 19만7192가구로 지난 10년 평균치 28만7110가구의 68% 수준에 그쳤다. 수도권은 전국 주택 수요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는 지역으로 공급이 흔들리면 국내 전체 시장에 큰 충격이 온다. 입주 물량은 더 심각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서울·수도권 입주 물량은 12만5061가구로, 작년(16만2508가구), 재작년(17만5570가구)보다 크게 줄었다. 내년에는 8만6199가구, 2026년 6만6838가구, 2027년 6만248가구에 불과하다(부동산R114, 임대 제외). 특히 내년 서울 입주는 3255가구다. 사실상 '공급 공백' 수준이다.
공급 위축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고금리와 금융비 부담, 건설자재·인건비 상승,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 경색, 민간 분양시장 수요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민간 건설사들은 신규 현장 확대에 소극적이다. 그 결과 '입주 절벽 → 전세난 → 전셋값 상승 → 월세 전환'이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이 현상은 특히 두드러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요 억제에 집중한다.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과 수도권 핵심 지역 상당수가 규제 지역으로 지정됐고 재건축·재개발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중도금·이주비 대출 규제 강화 등이 시행됐다. 규제 목적이 실수요자 중심의 과열 방지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동시에 민간 건설사가 신규 착공을 계획하거나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이주비 대출 규제가 제한되면 조합의 이주 절차가 늦어지고 중도금 규제는 사업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한다.
실제 부작용도 나타난다. 서울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핵심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으며 규제로 인해 실수요자와 자금 여력이 적은 계층은 매수에서 배제되는 반면 자산 상위층은 핵심지 단일 주택 집중이 강화되고 있다. 시장 안정이라기보다는 양극화 심화를 의미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력한 규제가 아니라 공급 시스템의 복원이다. 공공 주도의 신도시 개발과 공급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민간 시행·시공사가 원활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대규모 공급 회복은 어렵다. PF와 신용 리스크 완화,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서울·수도권 공급 절벽은 점점 심화되고 시장 양극화 현상도 강화될 것이다. 공공 후분양 임대단지나 청년안심주택 등 비주택 공급만으로는 현재 드러난 구조적 불균형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는 대출 규제 완화, 건설·시행사의 자금 조달 여건 개선, 명확한 공급 회복 신호가 동반되지 않는 한, 주택시장 안정은 장기적으로 요원하다.
지금 대비해야 할 위험은 단순한 집값 상승이 아니라, 실질적 공급 공백에 따른 '입주 절벽'이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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