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현장은 냉담하다. 당시 일괄 약가 인하 조치가 신약 R&D 활성화로 이어졌는지 묻는다면 업계의 대답은 분명하다. 수입 의약품 의존 증가, 원료 자급률 하락 등 부작용만 선명했다. 정책 의도와 결과 사이의 괴리다.
더 큰 문제는 기업 측의 불신이다. 약가 인하로 제약사의 수익은 줄었지만 그 재정 절감 효과가 정부의 신약 연구개발 투자로 이어진 적은 거의 없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혁신 인센티브'는 실종됐다. 3년간 국내 제약기업 100곳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에 불과하다. 과거 일괄 약가 인하 전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률 10% 내외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당장의 생존이 걸린 기업이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약 R&D에 적극 투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부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과 R&D 투자 규모에 따른 약가 우대 정책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우대 범위가 제한적이고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도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약가 인하라는 채찍만 계속 반복될 뿐 실질적 동기 부여는 미약하다.
제네릭 약가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 자체는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방식이다. 건강보험 재정이라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산업의 체력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신약 보상체계 강화, 예측 가능한 약가 로드맵, R&D 재투자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가 우선 논의돼야 한다. 혁신을 외치면서 정작 신약 개발을 위축시키는 정책의 역설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강국'을 꿈꾼다면 제도 설계 초기부터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협치 구조가 필수적이다.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약가 인하의 착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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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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