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바이오 빅파마 알츠하이머 치료제 난관···K-바이오 '복합기전'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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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알츠하이머 치료제 난관···K-바이오 '복합기전' 속도전

등록 2025.11.28 15:07

이병현

  기자

글로벌 임상 난항에 대안 모색 움직임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쾌거약물전달 플랫폼 혁신 시장 판도 좌우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근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에서 잇따라 난관을 겪으면서 기존 치료 전략의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알츠하이머는 다양한 병리(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타우 단백질 변형, 염증, 신경퇴행 등)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질환으로 알려져 있어 단일 기전 기반 치료제는 효과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국내 기업들은 복합기전 또는 새로운 전달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존 전략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향에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노보 노디스크와 존슨앤드존슨(J&J)이 각각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개발을 중단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의 대사·항염증 효과가 인지기능 보호로 이어질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세마글루타이드의 알츠하이머 적응증 확대를 시도했으나 두 건의 대규모 글로벌 3상에서 인지기능 저하를 유의하게 늦추는 데 실패했다.

J&J의 타우 단백질 항체치료제 '포스디네맙'도 타우 병리 억제를 목표로 했지만 위약군 대비 개선 폭이 충분하지 않아 임상 2b상 단계에서 개발을 중단했다.

두 후보물질 모두 단일 기전을 겨냥해 설계됐으며 일부 바이오마커(타우 농도 변화, 염증 지표 등)에서 개선은 확인됐으나 임상의 핵심 평가 지표(환자의 실제 인지기능 변화)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알츠하이머 개발에서 흔히 제기되는 '바이오마커–임상결과 간 괴리' 문제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개별 실패만으로 특정 기전의 무력화를 단정하기는 어렵고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다.

국내 기업들은 각자의 기술 기반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후보물질 'AR1001'의 글로벌 3상을 북미·유럽·아시아 총 230여 개 기관에서 진행 중이다.

12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알츠하이머 임상연구학회(CTAD)에서 중간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경구제 형태는 복약 순응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어 정맥주사형 치료제 대비 접근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회사는 SK케미칼과 제형최적화·임상 운영·상업화 전략을 공동으로 추진하며 개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

또한 아리바이오는 올해 중동·중남미·아프리카 지역을 대상으로 약 6억달러 규모의 공급·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누적 기술수출 규모는 약 2조3400억원으로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에 대한 해외 기업의 관심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다만 기술수출은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임상 결과가 향후 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AR1001은 PDE-5를 억제해 뇌 속 cGMP 신호전달을 유지시키는 약물로 이는 시냅스 기능 개선 및 신경세포 회복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시에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을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을 촉진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억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어 단일 병리를 넘는 복합기전 기반 후보물질로 분류된다.

에이비엘바이오는 뇌혈관장벽(BBB)을 효율적으로 통과시키는 '그랩바디-B' 플랫폼을 개발해 기존 항체치료제가 갖는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항체뿐 아니라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다양한 모달리티의 뇌 내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어 확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회사가 일라이릴리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후속 파이프라인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젬백스앤카엘의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 'GV1001'은 아밀로이드 베타·타우 응집 억제, 항염증, 항산화, 미토콘드리아 기능 보호 등 여러 병리 기전을 동시에 겨냥하도록 설계됐다.

최근 알츠하이머 2a상에서 1차 지표는 통계적으로 충족하지 못했지만 장기 관찰에서 일부 긍정적 신호가 확인됐다. 진행성핵상마비(PSP) 임상에서 저용량군이 외부 대조군 대비 유의성을 보였다는 데이터를 공개했으나, 외부 대조군 사용은 해석에 제한이 있어 후속 임상에서 검증이 중요하다.

오스코텍과 아델의 타우 항체 'ADEL-Y01'은 기존 항체와 달리 타우 단백질의 MTBR(미세소관 결합 영역) 내부 아세틸화 라이신 280을 표적하도록 설계됐다. 정상 타우는 보존하며 병적 변형 타우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전략이며, 사전 연구에서 타우 응집 억제력이 일부 확인된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며,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 협상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임상 중단 사례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난이도를 다시 보여주는 결과"라며 "각 기전의 가능성과 한계를 평가하려면 임상 데이터의 세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가 지난 2022년 42억1000만달러(약 6조원) 규모를 기록했고 오는 2033년까지 308억달러(약 45조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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